급식 영양사 5명 중 1명 ‘폐결절’…“교육당국 적극 나서야”
학교 급식 영양사 5명 중 1명이 폐결절 이상 소견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공간에서 일하다 병을 얻은 것이다. 4명 중 1명은 창문조차 없는 곳에서 일했다. 교육당국이 급식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는 3월10일부터 17일까지 전국 유·초·중·고·특수학교와 시·도교육청 산하기관에서 일하는 영양사 13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55세 이상 또는 5년 이상 근무한 영양사로, 노조 조합원과 비조합원이 모두 포함됐다.
노조는 교육청이 고용노동부의 지침에 따라 진행한 저선량 폐CT 검진 결과를 물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14.5%(192명)이 ‘양성결절(2/2b)’ 판정을 받았다. 양성결절(2/2b)는 폐암이 될 가능성이 낮은 결절이다. 4.4%(58명)는 추적검사가 필요한 단계인 ‘경계선 결절’ 진단을 받았다. 노조는 “강원·충남도교육청의 경우 경력 10년 미만은 검사 대상에서 제외했고, 휴직자는 통계에 포함되지 않아 실제 이상 발생자 수는 이보다 많을 것”이라고 했다.
영양사는 직접 조리를 담당하지는 않지만 조리 종사자들과 함께 급식실에서 일한다. 튀김·볶음 등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증기인 ‘조리흄’을 장시간 들이마시게 되는 환경이다. 조리흄은 학교 급식노동자 폐질환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교육부가 3월 공개한 전국 14개 시·도교육청 급식 종사자 폐암 건강검진 중간결과를 보면 검진자 2만4065명 중 139명이 폐암 의심 또는 매우 의심 소견을, 31명은 폐암 확진 판정을 받았다.
영양사들은 환기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환경에서 일했다. 조사 응답자 25.5%는 “영양연구실(영양사들이 행정업무 등을 처리하는 공간)에 외부와 연결된 창문이 없다”고 답했다. 47.7%는 “영양연구실에 공기청정기와 제습기 둘 다 없다”고 했다.
노조는 “영양사의 주 업무가 조리가 아니더라도 환기 불량 속에 정체된 공기를 마시며 근무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영양사도 보호받아야 할 대상자고 산업재해 피해자인데, 교육청과 학교가 (사업주의 안전보건 의무인) 시설·설비 개선 등 업무폭탄을 떠넘겨 더 고통받고 있다. 수박 겉핥기식 대책만 내놓고 영양사 뒤로 숨는 교육당국을 규탄한다”고 했다.
▼ 더 알아보려면
아이들의 끼니를 책임지는 학교 급식노동자들. 고마운 분들이지만 정작 이들의 노동환경은 ‘죽음의 급식실’이라고 불립니다. 경향신문이 만난 학교 급식노동자들은 “우리도 언제 폐암에 걸릴지 몰라 두렵다” “근육이완제를 먹지 않으면 (힘들어) 일을 할 수 없다” 등 어려움을 털어놓았습니다. 김태희 기자가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3302147005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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