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국익의 핵심은 정보…나토 회원국과의 정보 공유 발판 확실히 다져

2023. 7. 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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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 국제정치학 교수/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에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에 2년 연속 참석하면서 명실상부 우리나라의 유럽외교를 본궤도에 올려놨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지금까지 세계 3대 시장이라는 유럽에서 우리의 국익은 기업이 고군분투하며 지켜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 차원에서 우리의 국익을 위한 외교가 적극적으로 추진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과거 이 같은 기회의 장으로 아시아-유럽(ASEM) 정상회의가 존재했지만 51개국이 모여 이틀 동안에 진행되는 회의에서 유럽 국가와 우리의 국익을 논하기에는 실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던 행사였다.

반면,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정상회의 본회의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 27개국 나토 회원국과 양자회담을 가질 수 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유럽 정상들과 우리의 국익과 관련된 의제를 놓고 적극 협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괄목할만 한 성과를 올린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거의 다자형식 혹은 양자차원에서 유럽 정상과 가진 그 어떠한 회담보다 결실이 많았고 컸다. 지면 관계상 이런 역대급 성과를 일일이 세세하게 열거할 수 없겠으나 국제평화·안보, 글로벌 공급망, 경제협력 등의 분야에서 유럽 국가와 체계적인 협력 기반을 마련한 것만은 분명하다.

한-나토 파트너십 협정과 ‘개별형 맞춤형 파트너십 프로그램(ITPP)’의 체결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로써 대테러, 군축·비확산, 신흥기술, 사이버 방위, 역량개발, 과학기술, 기후변화, 여성평화안보 등 11개 분야에서의 체계적인 협력의 기회가 창출됐다. 우크라이나 재건과 이를 위한 주변국과의 경제협력 분야에서도 수많은 양해각서와 실질적인 협력 사업에 관한 합의가 도출됐다. 그럼으로써 양자회담을 가진 13개 나라에서 반도체, 이차전지, 전기차, 에너지, 방위산업, 원자력발전소, 소형모듈원자로(SMR), 인프라 등의 시장을 확보하는 데도 성공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더 주목해야 할 결과는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우방과 ‘정보 공유’의 발판을 마련한 데 있다. 21세기 국익의 핵심 키워드는 ‘정보 공유’다. 정보 공유 없이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첨단과학기술이 국제정세의 흐름 속도와 산업 발전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첨단과학기술로 인해 정보의 전파 속도가 급속해짐에 따라 국제정세의 흐름 속도도 이에 비례해 가속화되고 있다. 국제적 사건에 대한 국가의 빠른 반응과 대응, 그리고 예기치 못한 사고에 신속히 대응하는 것이 국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4차 산업의 발전 속도 역시 첨단과학기술 발전 속도의 지배를 받고 있다. 결국 21세기에 국익을 수호하고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익 관련 국가와의 정보 공유가 핵심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나토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이룬 최대 결실 중 하나가 나토 및 회원국, 그리고 우리 우방과의 정보 공유라고 다시 한번 강조할 수 있다. 나토와는 ‘전장정보 수집활용 체계(BICES)’ 구축을 통해 비밀 정보 교류 확대 등의 장을 열었다. 이 같은 체계 구축을 통해 사이버 안보 협력 분야에서 나토와 체계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더 나아가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나토 국제사이버훈련센터의 유치가 더욱 가시화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나토 동맹국 및 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 사업과 관련해서도 윤 대통령의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 가치를 우크라이나 전황과 안전 상황을 실시간 공유하기로 합의한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정보 공유 없이 우리가 무턱대고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혈세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다시 말해, 체계적이고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정보 공유 체계를 우크라이나와 마련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서 우리의 국익을 담보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 기간 일본과의 정상회의를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정보 공유에 합의한 것 역시 괄목할만 한 결실이었다. 더욱이 이를 두고 기시다 일본 총리가 ‘한국’, ‘국민’, ‘건강’ 등의 세 단어로 일본 측의 결정을 정당화한 것은 한일관계 역사에서 고무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겠다. 이에 악영향을 주는 방출을 안 하겠다며 그는, 문제가 발생하면 방출 중단과 관련해 일본 정부의 신속한 공표가 한국 측에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즉, 일본 측의 정보 공유를 보장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실시간으로 이뤄지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겠다. 이에 윤 대통령은 관련 문제를 다음 달 개최 예정인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제기할 필요가 있다. 이에 일본이 합의하면 기시다 총리의 발언은 정당성과 진정성을 얻고, 우리 국민 역시 이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유럽 27개국이 참여하는 나토와의 다자차원에서, 유럽의 개별 국가 및 우방과의 양자 차원에서, 우리나라가 이들과 다방면에서 정보 공유라는 쾌거를 올린 것은 한국 외교사에서 고무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정부가 이를 토대로 정보 공유의 외연 확장을 위한 견고한 후속 조치를 마련함으로써 21세기 대한민국의 국익이 더욱더 공고하게 확보되는 기틀이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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