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버핏·페이팔도 관심... ‘사무라이 펀드’에 자금 몰리는 이유

정미하 기자 2023. 7. 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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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 글로벌 결제 서비스 업체 페이팔 등 해외 기업이 자금 조달을 위해 엔화 표시 채권, 일명 ‘사무라이 본드’에 관심을 표하고 있다. 일본은행(BOJ)의 대규모 통화 완화로 금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닛케이(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닛코증권 자료를 인용해 엔화 표시 채권이 올해 2분기에 8518억엔(약 7조7333억원) 상당 발행됐다고 보도했다. 4년 만에 최고치다. 프랑스 금융회사인 그룹 BPCE가 지난 6일 발표한 보고서도 비슷한 결과가 담겼다. 그룹 BPCE에 따르면 엔화 표시 채권 8개는 총 1977억엔(약 1조7949억원) 규모로 발행됐다. 단일 통화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일본 엔화. / 로이터 연합뉴스

일본과 해외에서 발행되는 엔화 표시 채권도 상승세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 4월 5차례의 공모를 통해 총 1644억엔(약 1조4925억)을 조달했다. 페이팔도 6월에 처음 엔화 표시 채권을 발행했다.

엔화 표시 채권 발행이 증가한 이유 중 하나는 일본 금리가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닛케이는 “엔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는 외국계 기업은 대금을 미국 달러나 유로화로 환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 때문에 안정적인 금리 환경이 자금 조달 시장 선택의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일본의 인플레이션이 2%까지 떨어질 때까지 통화완화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우에다 총재는 지난 18일 인도 간디나가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폐막 후 기자회견에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물가 상승률 2%를 실현할 때까지 금융 중개 기능과 시장 기능을 배려하면서 끈질기게 금융 완화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물가 정세의) 전제가 변하지 않는 한 스토리도 불변”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행은 주요 선진국의 금리 인상 기조에도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해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수준에서 유지하며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는 통화 완화 정책을 계속하는 중이다.

일본 경제가 안정돼 있다는 것도 엔화 표시 채권 유치에 한몫한다.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이 통화 긴축 정책을 펴는 사이 이들 국가의 유동성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미국에선 지방은행 파산, 그로 인한 금융규제 강화로 인해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기 시작했다. 닛코증권은 “아직 시간이 있을 때 엔화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와 관계를 구축하려는 회사가 많다”고 말했다.

일본 투자자들도 엔화 표시 채권에 관심이다. 일본은행이 단기간에 통화완화 기조를 바꿀 가능성이 낮아 일부 국내 회사채 수익률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와 AA등급 회사채 간 수익률 스프레드는 5월 0.46%에서 0.4%로 좁혀진 상황이다. 노무라증권의 이가라시 아키히로는 “수익률 스프레드가 상대적으로 넓은 엔화 표시 채권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닛케이에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외국계 기업들로부터 엔화채권 발행에 대한 상담 요청을 받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내에서도 사무라이 본드를 통한 기업 자금 조달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 들어 한·일 경제 협력이 강화되자 국내 기업에 대한 일본 기관투자가의 투자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양국 정부가 8년 만에 100억 달러(약 12조6400억원) 규모 한·일 통화스와프를 복원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역대 처음으로 엔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발행하기로 한 결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4일 국내 증권사 최초로 사무라이본드(엔화 표시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총 200억엔 규모다. 1년 만기, 1년6개월 만기, 2년 만기, 3년 만기를 각각 63억엔, 16억엔, 61억엔, 60억엔 규모로 발행했고, 발행 금리는 만기 구조에 따라 연 0.48~2.25%로 결정됐다.

대한항공도 지난달 200억엔 규모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했다. 지난해 10월 현대캐피탈(200억원), 신한은행(320억원) 후 올해 처음으로 발행된 사무라이본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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