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마다 찾아 대피시켜"… 관리소장 '헌신'으로 주민들 지켰다

방민주 기자 2023. 7. 2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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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쏟아지던 날 제가 출근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차마 상상하지 못하겠어요. 확실한 건 만약 지하에 주민이 있었다면 빠져나오기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20일 뉴스1에 따르면 집중호우가 쏟아진 지난 15일 충북 충주 소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주택 관리소장 김춘식씨(57)가 단지 주민들을 대피시킨 사실이 밝혀졌다.

곧바로 김씨는 주민들에게 지하 주차장에서 모두 대피해야 한다고 전화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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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를 호우 속에서 구한 영웅의 사연이 공개됐다. 노란색 우비를 입은 김춘식 관리소장이 침수 피해를 입은 단지 지하주차장의 배수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사진=뉴스1
"비가 쏟아지던 날 제가 출근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차마 상상하지 못하겠어요. 확실한 건 만약 지하에 주민이 있었다면 빠져나오기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20일 뉴스1에 따르면 집중호우가 쏟아진 지난 15일 충북 충주 소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주택 관리소장 김춘식씨(57)가 단지 주민들을 대피시킨 사실이 밝혀졌다. 충북은 집중호우로 지난 19일 오전 4시 기준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큰 피해를 겪은 곳이다.

김씨는 침수 사고 당일인 지난 15일 휴일인 토요일에도 불구하고 출근지인 신한강변 아파트로 향했다. 거센 빗소리에 평소보다 3시간 일찍 출근해 오전 6시쯤 단지에 도착한 김씨는 단지 바로 인근 달천 수위부터 확인했다. 김씨는 "물이 많이 차서 찰랑거렸지만 아직 넘을 단계는 아니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어 단지 점검을 마친 김씨는 곧바로 하천 근처로 복귀해 바깥을 주시하며 대기했다. 김씨는 "오전 7시10분쯤 되자 지하주차장 입구쪽 도로에 물이 아주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관리소장이 집집마다 문을 두드려 대피시킨 덕에 아파트 주민 모두가 큰 화를 면했다. 달천 범람으로 침수 피해를 입은 충주 신한강변 아파트 인근(왼쪽)과 LH와 소방 등이 협업해 침수된 충주 신한강변 아파트 주차장을 정비하는 모습. /사진=뉴스1(LH 제공)
곧바로 김씨는 주민들에게 지하 주차장에서 모두 대피해야 한다고 전화를 돌렸다. 오래된 아파트다 보니 방송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소 공지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김씨가 주민들의 연락처를 저장해놓은 게 다행이었다.

연락이 닿지 않는 주민은 직접 집으로 찾아가서 문을 두드렸다.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부랴부랴 지상으로 대피하거나 지하주차장에서 차량을 황급히 빼냈다. 김씨는 지상으로 넘어오기 시작한 물이 무릎에 차오를 때까지 지하주차장에서 남은 주민이 없는지 확인한 뒤 가장 늦게 지상으로 올라왔다.

김씨는 지하주차장 출입을 통제하고 주변 주민들에게 도움을 구해 지하주차장 앞에 임시 둑을 설치했다. 평소 비상용으로 마련했던 모래주머니는 금세 동이 났지만 주민들과 합심해 포대에 모래를 새로 담아 3칸짜리 둑을 완성했다. 물이 하천을 넘어서기 시작하자 침수에 이르기까지는 순식간이었다. 무섭게 범람하는 물이 630㎡ 규모의 지하주차장을 성인 남성 키 높이까지 채우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30분이었다. 힘들게 쌓은 둑은 수압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거나 터졌다.

순식간에 물이 단지 지하주차장을 휩쓸었으나 해당 단지에는 1건의 인명피해도 없었다. 연락이 닿지 않아 미처 이동하지 못한 차량 4대의 침수를 제외하고 다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김씨의 침착한 대처로 비극을 피한 해당 사연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언급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원 장관은 "적극적인 대처로 침수된 지하주차장 피해를 막은 LH 임대주택 관리소장님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런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여전히 살 만한가 보다"고 밝혔다.

김씨는 뉴스1에 "총 세대수가 138가구에 불과한 2개 동 작은 아파트라 당직자도 없고 직원도 2명이라 쉽지 않았다"며 "다만 누구나 자신의 일이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방민주 기자 minju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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