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러도 대답 없는 내 아들”...실종자 수색 중 숨진 故채수근 상병, 포항에서 장례 진행
경북 예천의 하천에서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진 故 채수근(20) 상병의 빈소가 포항 해병대 1사단에 설치돼 장례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채 상병은 사고 당시 일병 계급이었으나 순직 이후 해병대가 상병으로 추서했다.
20일 경북 포항 해병대1사단 내 김대식관에 차려진 ‘고 채수근 상병 분향소’에는 채상병 빈소를 찾아 조문하는 유가족들과 동료 해병대 장병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분향소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해병대 1사단장 등이 보낸 근조기 9개와 김승겸 합동참모의장 박정환 육군참모총장,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등이 보낸 화환 30여개가 자리했다.
이날 분향소를 찾은 채상병의 유가족들은 분향소 입구쪽 벽에 걸린 채상병 사진에 손을 대고 이름을 부르다 오열하며 주저앉았다.
채씨 어머니인 하모씨는 해병대 관계자에게 “예방할 수 있는 일을 왜 항상 일이 터진뒤에야 뒷수습만 하느냐”라면서 “구명조끼만 입혔으면 살 수 있었을 우리 아들을 이렇게 허무하게 가게했다”고 말했다. 하씨는 아들의 영정 사진에 손을 대고 “불러도 대답 없는 우리 아들아, 내 사랑스런 아들...”이라며 오열하다 주저앉아 해병대원과 유족들의 부축을 받고 자리를 옮겼다.
채 상병은 지난 19일 경북 예천군 보문교 일대 내성천에서 호우 피해 실종자를 찾던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후 14시간만에 실종 지점에서 5km 떨어진 고평대교 하류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당시 채 상병은 구명조끼나 로프 등 안전 장비를 갖추지 않은 채 동료들과 함께 ‘인간띠’를 만들어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군 당국은 “물의 높이가 깊지 않았고, 유속이 낮은 상태라 구명 조끼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군이 병사들을 사지로 내몰았다”는 비판 여론이 쏟아졌다.
전북 남원 출신인 채 상병은 전북소방본부 소속 채모(57) 소방위의 아들로, 채씨가 아내와 결혼 생활 10년차 되던 해에 시험관 시술로 얻은 외동아들이었다.
채 상병의 고등학교 선배인 박지민(22)씨는 “수근이는 선배들에게 예의바른 후배였고, 후배들에겐 간식을 잘 사주는 자상한 선배였다”면서 “고등학교 때부터 남자답게 해병대를 가고 싶다고 했던 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9일 전에 수근이가 해병대에 함께 입대한 친구와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린 것을 봤는데 황망하다”고 했다.
소셜미디어와 군 관련 커뮤니티 등에도 채상병을 추모하는 글이 수백건씩 올라오고 있다. 한 해병대 자녀를 둔 부모는 “누가 뭐래도 채수근 해병 장하고 멋진 우리 모두의 아들이다. 어른들의 잘못이 한없이 커서 가슴이 저려온다”라고 했다.
사고 이후 해병대 측은 채상병 사건과 관련해 “호우피해 복구 작전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해병대원의 명복을 빌고 유족 여러분께도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것이 맞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병대사령부는 채상병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채수근 일병의 순직을 진심으로 애도한다”면서 “유가족분들과 전우를 잃은 해병대 장병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재발을 막겠다”고 했다.
채 상병 유족과 해병대는 20일부터 해병대 1사단 김대식관에 마련된 빈소에서 조문을 받는다. 영결식은 22일 오전 9시 해병대 1사단 도솔관에서 열리며 채 상병 유해는 화장을 거쳐 전북 임실 호국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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