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갑질 막을 수 없어"… 교육계, 교권침해 방지대책 마련 촉구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서울 소재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 갑질'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교직사회는 교권침해 방지를 위한 대책을 두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소재 초등학교 앞에 서 있는 시민./사진= 임한별기자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소재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 갑질'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교직사회는 교권침해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일 뉴스1에 따르면 교육계는 교권 침해 방지를 위해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 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이 마련됐지만 학부모의 침해를 차단하거나 제재할 수단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교원지위법상 교육 활동을 침해하는 학생에 대해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 처분 등 1~7호의 제재 조치가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학부모를 비롯한 외부인의 교권 침해행위에 대한 조항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다. 교육계는 교원지위법으로 이들의 행위를 차단하거나 침해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교원지위법 제15조에는 '관할청(시도교육청)은 교육 활동 침해행위로 피해를 본 교원이 요청하는 경우 교육 활동 침해행위가 관계 법률의 형사처벌 규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 관할 수사기관에 고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교사가 학생 또는 학부모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당하면 시도교육청이 해당 교사를 대신해 관할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는 의무 조항도 있다. 하지만 실제 고발까지 진행된 사례는 드물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교원지위법 제15조에 따라 교사가 학생 또는 학부모를 형사고발한 사례는 2020년 38건, 2021년 1학기 기준 23건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교육부가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교육 활동 침해 건수는 총 2269건이었는데 학생의 교육 활동 침해 건수는 2098건, 학부모의 교육 활동 침해 건수는 171건이었다.

전체 2269건 중 형사고발이 가능한 상해폭행(239건) 모욕·명예훼손(1271건) 협박(79건) 성폭력(66건) 등의 교육 활동 침해 사안 중 실제 형사고발이 이뤄진 비율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교총 관계자는 "교육 활동 침해에 대해 시·도 교육청의 형사고발이 의무화됐지만 형사고발 건수는 매년 20~30건에 불과해 이 조항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며 "교육청은 심각한 교육 활동 침해 사안은 반드시 수사기관에 고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총이 20일 배포한 성명에서 "중대한 교권 침해에 대해서는 시도교육청이 수사기관에 고발해 학교와 교원을 보호하고 국회는 정당한 생활지도를 보호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즉시 통과시켜야 한다"며 "교육부는 교권 침해에 대응해 지도·제재·조치 방법을 명시한 장관 고시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서울지부도 20일 논평에서 "교육당국은 철저한 진상조사와 안전하게 교육 활동을 할 수 있는, 책임 있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소재 초등학교에서 교사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이제 막 2년차된 새내기 교사였다. 사건 이후 교육계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A씨가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면서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지난 19일 "동료 교사가 기억하는 고인의 모습을 제보 받았다"며 추모의 뜻으로 성명서를 배포했다. 동료교사는 "A씨가 맡았던 학급에서 학생끼리 사건이 있었다"며 "이후 피해 학생의 학부모가 교무실에 찾아와 A씨에게 '교사 자격이 없다'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 거냐'고 강하게 항의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전국 초등학교 교사들과 시민들은 20일 오후 A씨가 근무했던 초등학교 앞에 모여 국화와 촛불을 들고 A씨를 추모하는 문화제를 연다. 또 이들은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포스트잇에 A씨를 추모하는 메시지를 적어 학교 정문에 붙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