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부동산PF ‘부실’에 해외 부동산 ‘손실’ 우려까지
대출잔액이 131조원에 달하는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이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국내 금융사가 투자한 해외 부동산 관련 펀드들에서도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사 최고리스크담당자(CRO)들을 소집해 리스크 관리를 당부하는 한편 “관리가 취약한 증권사는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개별 면담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20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131조6000억원에 달한다. 부동산 PF 대출잔액 지난해 12월 말(130조3000억원)에 비해 3개월 만에 1조3000억원 증가했다.
문제는 부동산 PF 대출의 연체율도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020년 말 0.55%, 2021년 말에는 0.37%, 2022년 말 1.19%에서 올해 3월 말 2.01%로 증가 추세에 있다.
특히,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올해 3월 말 기준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15.88%로 집계됐다. 2020년 말 3.37%, 2021년 말 3.71%을 기록했던 증권사의 부동산 PF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10.38%로 오른 이후에도 급등을 계속하고 있다.
국내 금융사가 투자한 해외 부동산 관련 펀드에서도 무더기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미국 등 세계 주요국의 통화긴축 정책의 여파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서 국내 금융사들이 투자한 해외 부동산 가격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미래에셋그룹의 계열사 멀티에셋자산운용은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빌딩에 투자하기 위해 2019년 조성했던 2800억원 규모의 펀드 자산의 약 90%를 상각 처리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이외에 이지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가 3700억원을 투자한 독일 트리아논 빌딩 또한 임의매각이 논의되고 있어 손실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8일 기준으로 국내 금융기관의 부동산 해외투자펀드의 순자산 총액은 75조9500억원으로 집계된다. 2019년 12월31일 기준 54조4839억원에서 크게 증가한 규모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사들을 불러모아 리스크 관리 강화를 당부했다. 금감원은 이날 황선오 부원장보 주재로 국내 10개 증권사 CRO가 참석하는 간담회를 열고 국내 부동산PF와 해외 대체투자에 대한 향후 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금감원은 증권사에게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손실 흡수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해달라고 당부했다. 해외 대체투자와 관련해서도 상시적으로 자체 점검해달라고 전했다.
황 부원장보는 “금감원은 부동산 익스포져 부실화가 증권사의 건전성·유동성리스크 확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면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라며 “리스크 관리가 취약한 증권사에는 별도 관리방안을 제출하도록 하고, CEO 개별 면담을 실시하는 등 집중적으로 관리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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