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정의당이 만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헌재, 합헌 판단

“직접·평등선거원칙 위배되지 않아”
2020년 총선 때 도입…“양당 체제 오히려 심화” 지적도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자리하고 있다./뉴스1

2020년 총선 때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투표 가치를 왜곡하거나 선거 대표성의 본질을 침해할 정도로 현저히 비합리적인 입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0일 헌재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189조 제2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이 법 제2항에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을 각 의석 할당 정당에 배분하는 산식이 규정돼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난 2019년 12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이 ‘4＋1 협의체’를 구성해 당시 야당이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의 반발을 무릅쓰고 통과시켰다. 정당이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수가 전국 정당 득표율에 못 미치면 그 차이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해 총 의석을 보장하는 제도다.

이 제도에 따라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을 전국 정당 득표율에 연동해 배분하는데, 연동률은 정당 득표율의 절반(50％)으로 제한된다. 나머지 17석은 기존 방식(병립형 비례대표제)으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한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전체 의석이 아니라 비례대표 의석에 대해 정당 득표율 기준으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이에 2019년 말 일반 유권자 1명이 헌법소원을 신청했으며, 이듬해에는 허경영 국민혁명당 명예대표 등도 동참했다. 이들의 주장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돼 국민의 선거권과 공무담임권, 평등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배된다던 옛 자한당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한다.

헌재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직접선거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헌재는 “선거권자의 정당투표 결과가 비례대표의원의 의석으로 전환되는 방법을 확정하고 있고, 투표 이후 의석 배분 방법을 변경하는 것과 같은 사후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우리나라 정치·사회적 상황을 고려해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거나 지역구 의석을 줄이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존 병립형 제도에 비해 선거의 비례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이러한 방법이 헌법상 선거 원칙에 명백히 위반된다는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21대 총선에서 거대 정당들의 ‘위성정당’이 등장하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사실상 무력화되고 양당 체제가 오히려 심화되는 폐해가 나타났다는 지적에는 동의했다. 다만 “거대 정당의 선거 전략을 통제할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만으로 이 사건 의석 배분 조항 자체가 투표 성과가치를 왜곡해 평등선거원칙을 위배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 관계자는 “헌재는 어느 특정한 선거제도가 다른 선거제도에 비해 우월하거나 열등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입법자의 광범위한 형성 재량이 인정된다고 본다”며 “이 사건 역시 그런 입장을 전제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