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칼럼]디즈니와 애덤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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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가 인어공주를 흑인으로 설정한 작품을 내놓아 화제다.
애덤 스미스는 자본주의 자유시장경제를 주창한 '국부론'(1776년)을 쓰기 전에 '도덕감정론'(1759년)을 썼다.
스미스 자신도 자신의 가장 중요한 저작으로 후자를 꼽았다.
이 책에서 스미스는 경제발전의 견인차로서 기업의 역할은 기업이 활동하는 넓은 사회적 맥락과 기업이 의존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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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가 인어공주를 흑인으로 설정한 작품을 내놓아 화제다. ESG경영의 맥락에서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오래전부터 디즈니는 가장 '워크'(woke)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워크라는 단어는 '깨어 있다'는 의미를 지녔는데 미국에서 인종차별에 대한 반대를 필두로 사회적 부조리와 불의에 비판적 의식이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말이다. ESG가 확산하기 전부터 기업들에도 적용돼 '가장 워크한 기업' 랭킹도 작성돼왔다. 디즈니는 1위다. 메타가 그뒤를 따른다.
그런데 요즘 워크의 의미가 과잉 PC(정치적 올바름, 개념 있는)에 대한 조롱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미국 최대 신문 USA투데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인의 40%가 워크하다는 말을 들으면 모욕으로 느낀다. 칭찬으로 듣는 사람은 32%에 그친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반응이 다른데 공화당 지지자의 60%, 중도층의 42%가 모욕으로 느끼고 민주당 지지자의 46%가 칭찬으로 듣는다. 65세 이상의 다수가 이 말의 뜻을 모르고 연령이 낮아질수록 칭찬으로 생각한다. 우리로서는 미국인들에게 이 말을 아예 쓰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
워크자본주의라는 개념은 2018년 뉴욕타임스의 한 칼럼을 계기로 정립됐다. 언론사들이 널리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이 재빨리 차용해 마케팅과 광고에 활용했다. ESG 조류와 결합됐다. '그린워싱'이라는 말보다 '워크워싱'이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2019년 앨런 조프 유니레버 회장은 그럴싸한 구호만 내세우고 실질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브랜드가 많아질수록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업들이 상품과 서비스 수준에 관계없이 정치적, 사회적 입장과 메시지만으로 시장에서 제재를 받는 경향(cancel culture)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기업들이 실질보다 사회적 표현으로 가치를 높이려는 유혹을 받고 그를 행동에 옮기면 역설적으로 사회의 진보라는 정치적 목표는 달성이 어려워진다.
지난 7월17일 블랙록은 2024년 주주총회 시즌에 개인투자자들의 의결권 직접 행사 여지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공화당이 블랙록을 워크투자자라고 공격해온 데 따른 것이다. 블랙록의 일부 투자자는 7가지 의결권 행사방향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이 중에는 가톨릭의 교리, ESG 가치 등이 포함돼 있다. 블랙록과 함께 3대 기관인 뱅가드와 스테이트스트리트는 이미 유사한 기준에 따른 자산운용을 시작했다. 이 3대 기관은 미국 기업 전체 시가총액의 20% 정도를 커버한다.
애덤 스미스는 자본주의 자유시장경제를 주창한 '국부론'(1776년)을 쓰기 전에 '도덕감정론'(1759년)을 썼다. 스미스 자신도 자신의 가장 중요한 저작으로 후자를 꼽았다. 묘비에도 이 책제목이 먼저 새겨져 있다. 이 책에서 스미스는 경제발전의 견인차로서 기업의 역할은 기업이 활동하는 넓은 사회적 맥락과 기업이 의존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설파했다. 스미스는 인간의 이기심과 도덕성은 양립할 수 있다고 믿었다.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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