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뇌물 재판에 ‘축구’ 얘기가 왜 나와?···격해지는 신빙성 공방
“그 당시에 그렇게 하지 않았냐, 이런 거는 결론적으로 말하면 납득이 될지 몰라도 축구할 때 ‘골 넣지 그랬냐’ ‘슛하지 그랬냐’ 이런 거랑 똑같은 거 아닙니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병구) 심리로 20일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뇌물 혐의 재판. 증인으로 나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과 한참 설전을 벌이다 ‘축구’ 비유를 꺼냈다. 뇌물 재판에 축구 이야기가 웬 말일까.
최근 이 재판에선 김 전 부원장이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일할 때 유 전 본부장에게서 1억9000만원을 받은 혐의에 대한 증인신문이 한창이다. 김 전 부원장이 세 번째로 돈을 받았다는 2013년 3~4월쯤 상황을 두고 양측이 언성을 높였다.
유 전 본부장은 2013년 2월 성남도개공 조례안 통과 무렵 남욱 변호사 등 민간업자에게서 돈을 받아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유 전 본부장, 정 전 실장, 김 전 부원장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10억원쯤 만들자’는 얘기를 주고받았고, 이맘때쯤 남 변호사를 ‘스폰서’로 삼을 수 있을지 확인해보고자 3억원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은 남 변호사가 처음 7000만원을 가져오자 이를 김 전 부원장에게 건넸다고 주장한다. 김 전 부원장의 공소사실에 세 번째 뇌물 혐의로 적시된 부분이다. 처음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3억원을 요구받았다는 남 변호사는 법정에 나와 ‘유동규가 개인적 문제가 생겨 돈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누군가에게 돈을 가져다 준다고 한 적이 없다’고 말한 반면 유 전 본부장은 ‘처음부터 정진상, 김용과 돈을 나눌 생각이었다’고 주장한다.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은 엇갈리는 진술을 파고들어 유 전 본부장 증언의 신빙성을 흔드는 데 집중했다. 김 전 부원장 측의 일관된 전략이다. 변호인은 “(남욱에게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진상에게 전달하려 한다고 직접 말하는 게 훨씬 더 쉽게 돈을 받을 수 있던 것 아닌가” “보호하는 차원에서라도 누구에게 줄 돈이라고 말했지 않았겠냐” 등 질문을 이어갔다.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질문이 거듭될수록 유 전 본부장의 목소리가 커졌다.
변호인이 “(증인은) 김용이 아니라 정진상에게 ‘남욱에게 3억원 불러볼게요’라고 했다고 했는데 최초로 7000만원을 받았으면 우선 정진상한테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축구’ 비유를 들었다. 벌게진 얼굴에 답답해 죽겠다는 투였다. 정 전 실장은 남 변호가가 1억원에 못미치는 9000만원을 가져왔을 때도 “거봐라, 돈도 없는 XX들”이라고 할 정도인 성격이라 1억원을 맞춰 주고 싶었고, 상대적으로 자신이 덜 어렵게 여긴 김 전 부원장에게 먼저 7000만원을 주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의 ‘축구’ 이야기에 변호인이 “틀린 비유”라고 맞받으며 말이 뒤엉키자 재판장이 중재에 나섰다. “사후적으로 왜 안 했냐고 힐난하는 것 아닌 것 같습니다. 계속 같은 질문과 답변이 반복되고 있어서요.” 그러나 이후에도 변호인은 유사한 질문을 반복했다.
유 전 본부장은 답을 하다 결국 “지금 변호사님하고 저하고 성격이 다른지, 뭐가 다른지 모르겠습니다만…. 변호사님은 윗사람 이름 대면서 돈 구하면 쉬울지 몰라도 저는 그렇지 않다”며 흥분했다. 보고 있던 검찰도 “(변호인 측이) 계속 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고 끼어들었다.
재판부는 “변호인이 어떤 취지로 확인하고, 힐난하는 건지는 알겠는데 뇌물 수수하는 ‘합리적인 뇌물 요구자’를 전제로 하고 왜 증인은 안 그랬냐고 물어보는 것에 대해 증인 답변은 ‘나는 다르다’는 얘기만 나올 수밖에 없어 보인다. 생산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정리했다.
재판부는 이날 증인신문 중 “증인이 여러 번 진술했고 억하심정이 있는 것을 안다. 그런데 증인이 억하심정 때문에 진술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신빙성 판단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유 전 본부장을 진정시켰다. 변호인 측이 진술 신빙성을 파고들고, 파고들수록 서로 언성이 높아지고, 재판부가 진정시키는 모습은 유 전 본부장이 마지막으로 증인석에 앉는 이날까지 반복됐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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