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긁히면 스스로 상처 복구… 태양열로 전기차 충전까지
車 손상 셀프 힐링기술 시연
내부 온도 저감 필름도 소개
"전기차 첨단 소재시장 선점"
'나노 테크데이 2023' 개최
2018년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는 나노슈트를 입은 아이언맨이 등장한다.
슈트가 스스로 생성되면서 몸에 맞게 옷이 자동으로 입혀지고, 상황에 따라 손끝이 날카로운 무기로 변하기도 한다. 경량화는 물론 강성도 매우 뛰어나다.
현대차·기아가 이 같은 나노 기술을 활용한 혁신 소재를 조만간 전기차에 적용한다는 계획을 20일 공개했다. 현대차·기아는 현재 나노 기술을 활용해 차량의 스크래치(상처)를 스스로 복원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또 태양열을 활용해 전기차 주행 거리를 늘리거나, 나노 소재를 활용한 차량용 유리를 개발해 무더위에도 실내 온도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종수 현대차·기아 선행기술원 부사장은 이날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나노 테크데이 2023'에서 "전동화,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 자율주행, 탄소중립 등과 관련해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첨단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소재 개발이 필수"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나노 기술은 강도가 높고 탄성도 좋지만 다루기가 까다롭다. 탄소나노튜브가 1991년 발견됐지만 자동차에 적용되는 것이 제한적이었지만, 반대로 이를 잘 활용한다면 특별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우수한 소재 전문가를 확보하고 첨단 소재를 미래 모빌리티에 적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이날 행사에서 손상 부위를 스스로 반영구적으로 치유하는 '셀프 힐링(자가치유) 고분자 코팅', 부품 마모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 자동차·건물 등 투명 성능이 요구되는 모든 창에 적용 가능한 '투명 태양전지', 모빌리티 일체형 '탠덤 태양전지', 센서 없이 압력만으로 사용자의 생체신호를 파악하는 '압력 감응형 소재', 차량 내부의 온도 상승을 획기적으로 저감하는 '투명 복사 냉각 필름' 등을 소개하고, 간단한 시연을 했다.
셀프 힐링은 자동차나 카메라 렌즈에 스크래치가 발생할 경우 스스로 복원하는 기술을 말한다.
특히 카메라의 경우 렌즈에 상처가 나면 사람 인식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등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인 데, 나노 기술로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여인웅 선행기술원 책임 연구원은 "셀프 힐링은 고온에서 회복 반응이 일어난다. 일부 경쟁사들은 외장도료페인트나 자동차 그릴에 이 기술을 적용했는데 회복 기간은 각각 1주일, 1일 수준"이라며 "회사는 상온 기준 회복 시간을 2시간으로 단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상용화 시점은 2~3년 후로 내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연에서는 70℃ 기준으로 스크래치 복원 시연을 했는데 30초 안팎이면 자동으로 회복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태양전지도 관심을 끄는 부분이었다. 현재의 실리콘 소재 기반의 태양전지는 투명도에서 활용 제한이 있고, 실리콘 소재가 대부분 중국산이라는 점에서 공급망 리스크도 안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적·광학적 특성을 지닌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이용해 세계 최초로 1.5와트(W)급 성능의 투명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이는 건물 유리, 완성차 생산의 도장 공정, 전기차 등에 적용 가능하다.
실리콘 태양전지 위에 페로브스카이트를 접합해 만든 '탠덤 태양전지'를 전기차에 적용할 경우 일 평균 태양광 발전만으로 20㎞(일조량 4시간 기준) 이상의 추가 주행이 가능하다.
이병홍 기초소재연구센터 연구원은 "페로브스카이트는 국내 생산이 가능해 중국 등 글로벌 정세에 따른 공급망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다"며 "원가 경쟁력도 실리콘의 100분의 1 혹은 1000분의 1까지 낮출 수 있다"고 전했다.
무더운 곳에 오랜 시간 주차된 차량에 탑승했을 때 후끈한 경험을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이때 운전자는 에어컨을 과도하게 세게 틀어 실내 온도를 빠르게 낮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내'투명 복사 냉각 필름'은 복사냉각 기술을 통해 실내 온도를 획기적으로 낮춰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억제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이다.
실내 온도는 일반 유리 대비 최대 7.69℃, 실내 온도 열차단 유리 대비로는 6.89℃ 각각 하락한다.
또 탄소배출량은 차량 1대 기준 0.3~0.8% 저감 가능한 데, 이는 자동차 강판 80㎏의 절감 효과와 동일하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 외에도 탄소나노튜브 기술을 활용한 '압력 감응형 소재' 시트는 센서 없이도 탑승자의 자세, 발열 등 생체정보를 데이터화 할 수 있다. 이날 시연에서는 시트와 연동된 모니터를 통해 착석 상태가 데이터화 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시트가 운전자에 맞게 변형까지 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윤덕우 기초소재연구센터 연구원은 "원소재 단가 하락과 생산성 확보로 탄소나노튜브 가격이 현실화됐다"며 "모빌리티뿐 아니라 의료·헬스케어 등의 분야로도 확장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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