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가 배앓이를 해서…" 도 넘은 학부모 민원에 교사들 한숨

홍효진 기자 2023. 7. 2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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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의 원인이 학부모의 '갑질'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교사들을 중심으로 이전부터 지속된 학부모들의 도 넘은 민원을 비판하는 글이 확산되고 있다.

자신을 30대 후반 초등학교 교사라고 밝힌 A씨는 "10여년간 초등교사로 살면서 별별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며 "모든 민원을 내가 오롯이 혼자 처리해야 한다. 옆 반, 관리자, 교육청도 아무도 관심 없고 골치 아픈 일에 엮이기 싫어 다 좋게 좋게 처리하라고 한다. '평소 학부모와의 관계를 좋게 했어야지'라는 시선으로 보는 이상한 동료 교사는 덤"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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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이 학교 1학년 담임인 A씨(23)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사진=뉴스1

숨진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의 원인이 학부모의 '갑질'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교사들을 중심으로 이전부터 지속된 학부모들의 도 넘은 민원을 비판하는 글이 확산되고 있다.

20일 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을 비판하는 현직 교사들의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자신을 30대 후반 초등학교 교사라고 밝힌 A씨는 "10여년간 초등교사로 살면서 별별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며 "모든 민원을 내가 오롯이 혼자 처리해야 한다. 옆 반, 관리자, 교육청도 아무도 관심 없고 골치 아픈 일에 엮이기 싫어 다 좋게 좋게 처리하라고 한다. '평소 학부모와의 관계를 좋게 했어야지'라는 시선으로 보는 이상한 동료 교사는 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처리하다 실수 하나라도 하거나 학부모 기분 수틀리게 하면 법적 책임까지 묻게 되는 일도 허다하다"며 "문제 아동, 극악 학부모를 제재할 권한이 학교에 아예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교사들은 개인 전화번호를 학부모에게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런 공교육 (구조를) 바꿀 힘도 없고, 그렇다고 저런 진상 만나 버티기엔 몸도 마음도 지쳐버렸다. 교사에게 정상적인 보호제도가 갖춰지기까진 시간이 너무나 걸릴 거 같으므로 (교직을) 떠날 준비 중"이라고 고백했다.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와 관련, 극단 선택의 원인이 악성 학부모의 '갑질'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가운데 교사들을 중심으로 이전부터 지속된 학부모들의 도 넘은 민원을 비판하는 글이 확산되고 있다./사진=블라인드 게시물 갈무리


중학교 교사라고 밝힌 또 다른 글 작성자 B씨는 "학부모 상담하면 별별 학부모 많다"며 "우리 애가 아침을 잘 안 먹으니 아침밥 먹고 다니라고 해달라, 잘 때 이불 안 덮고 자서 배앓이를 하니 이불 꼭 덮고 자라고 지도해달라고 내게 부탁한다"고 한다. B씨는 "'우리 애가 제 말은 안 듣는데 선생님이 말씀해주시면 들을 것 같아서요'라며 저런 부탁을 한다"고 하소연했다.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와 관련, 극단 선택의 원인이 악성 학부모의 '갑질'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가운데 교사들을 중심으로 이전부터 지속된 학부모들의 도 넘은 민원을 비판하는 글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블라인드 게시물 캡처

해당 커뮤니티에는 지난해 10월 올라온 학급 소통 앱(애플리케이션) '하이클래스' 대화 캡처본이 다시 게재되기도 했다. 하이클래스는 학교 소식 전달 창구로 주로 쓰이는 교사와 학부모 간 상담 앱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속 대화창에는 학부모로 보이는 한 여성이 오전 1시46분쯤 교사에게 "아이가 '도덕책을 안 가져오면 수업 시간 내내 서 있게 한다. 엄마 근데 나 도덕책을 잃어버렸다'고 하더니 그날 밤 경기를 일으켰다"며 "편법으로 아이들을 조지시면 저도 편법으로 선생님을 조질 수 있다는 것만 기억해 달라"고 협박성 메시지를 보낸 화면이 담겨 있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요즘 아이들은 자기가 피해자인 것처럼 말도 잘 지어내서 선생님들을 괴롭게 하는 경우도 있다" "학부모가 자녀 말만 듣고 교사에게 따지기도 한다" "악성 학부모 민원 사라져야 한다" 등 공분했다.

한편, 서울시 교육청 등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담임 교사 A씨는 지난 18일 오전 학교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일각에선 A씨가 학부모의 지속적인 악성 민원에 시달려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만, 해당 주장은 아직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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