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금강·영산강 보 해체, 시민단체 입맛대로 뽑아 엉터리로 분석했다

최상현 2023. 7. 2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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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PG)[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시절 환경부가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관련해 대통령 국정과제 처리시한에 맞추기 위해 날림 결정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 보 처리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전문위원회를 구성하는 과정에서도 특정 시민단체에 후보 명단을 유출하고 시민단체 입맛대로 위원들을 선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환경부 장관에게 보 처리방안을 다시 검토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이 20일 발표한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관련 공익감사청구 감사결과'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2018년 8월 4대강 조사평가단을 출범해 보 해체에 따른 경제성 분석(B/C) 결과에 따라 편익이 비용보다 높으면 보를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민간 전문위원과 환경부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에서 경제성 분석 방법과 편익 및 비용의 항목 및 산정방법, 경제성 분석 결과 등을 논의하고 결정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처리시한에 맞추기 위해 보 해체와 관련한 경제성 분석이 불합리적인 방법으로 날림 처리됐다는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첫 기획위원회 회의가 열린 것은 2018년 12월 21일이었는데, 그로부터 불과 두달 후인 2019년 2월 21일 보 처리방안이 심의·의결됐다. 경제성 분석에서 B/C값이 1보다 높게 나온 금강의 세종보와 공주보는 해체하고, 영산강의 죽산보는 부분 해체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B/C 값이 1보다 작게 나온 금강의 백제보와 영산강의 승촌보는 상시개방한다는 결정도 함께 나왔다.

당시 기획위원회에서는 경제성 분석에서 '보 해체 후'의 경제성을 어떻게 따질 것인지가 중요하게 논의됐다. 아직 실제로 보를 해체하진 않은 상황이어서, 추정치를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기획위원회 회의에서는 '보 설치 전'과 '보 개방 후' 측정자료를 활용해 '보 해체 후' 상태를 추정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당시 사용한 '보 설치 전'과 '보 개방 후' 두 자료 모두 명확한 한계가 존재했다. '보 설치 전' 자료는 4대강 사업에 따른 하천 형상의 변화와 난분해성 오염물질 유입으로 수질 지표 값의 변화, 보 대표 측정지점 자료 부재 등으로 한계가 있었다. '보 개방 후' 자료는 완전 개방 기간이 2주에 불과했고(금강 백제보), 외부 오염 물질의 유입량과 기상 등의 외부 조건이 비교 대상인 '보 운영기간'과 일치하지도 않았다.

이 같은 한계점에 대해 기획위원회 내부에서도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묵살됐다. 문 정부의 국정과제 시한에 맞춰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기획위원회 A위원은 "조금 더 숙의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고, B위원은 "오늘 과연 이것을 결의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달라"고 했다. 이에 C위원은 "연내에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까지 국민들에게 제시를 하기로 약속했다"면서 "위원님들께 양해의 말씀을 구한다"고 했다.

그러나 결국 기획위원회는 이렇게 한계가 뚜렷한 두 자료를 이용해 '보 해체 후' 상태를 '날림 추정'했고, 세종보와 공주보, 죽산보를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현재까지 실제로 해체된 보는 없다.

감사원은 또 4대강 조사평가단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4대강 재자연화 시민 위원회(재자연위)'라는 시민단체가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도 밝혀냈다. 재자연위는 4대강 사업에 반대했던 181개 시민단체가 모여 발족한 단체로, 4대강 사업은 실패한 국책 사업이니 재자연화를 신속히 추진할 것을 주장을 내세워왔던 곳이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2018년 재자연위와 간담회를 개최한 뒤 4대강 조사평가단과 관련된 훈련 제정시 이 단체와 협의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 담당 팀장은 유관기관과 단체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전문가 명단(169명 이상)을 이메일을 통해 재자연위로 유출했다.

명단을 받은 재자연위는 4대강 사업에 찬성하거나 방조한 인사를 골라내, 이들을 위원 선정에서 제외하라고 환경부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43명의 전문위원회 위원 중 58.1%에 해당하는 25명이 재자연위 추천 인사로 선정됐다. 재자연위가 '빨간 줄'을 그은 전문가 41명은 아무도 선정되지 못했다.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논의하는 기획위원회에 참여한 민간위원 8명도 모두 재자연위 추천 인사로 구성됐다.

감사원은 환경부 장관에 "국책사업과 관련해 기초 자료가 적정한 수준으로 확보되지 않아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확인됐는데도 시한을 이유로 이를 시정하기 위한 노력없이 강행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주의요구를 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기초자료에 근거한 과학적·객관적 분석 결과가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에 적절하게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라"고 통보했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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