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로 출동?” 신고 접수 안하다 유튜브서 논란 일자 부랴부랴 나선 경찰
도곡지구대, “이상있으면 누군가 신고할 것”
신고 자체 접수하지 않고 신고자 돌려보내
온라인서 논란 커지자 경찰, 조치 후 해명
경찰이 서울 강남의 한 건물에 시민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도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이런 상황이 유튜브로 공개돼 논란이 되자 뒤늦게 현장을 확인하러 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성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경찰이 미온적으로 대응하다가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자 뒤늦게 움직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 시민 신고에도 “이런 것 가지고 방문은 좀…”
20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30대 배달기사 A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10시 30분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상가 앞에서 어린아이의 도움 요청을 받았다. 당시 아이는 “남자화장실에 사람 같은 게 있다”며 A씨에게 확인을 요청했다. A씨는 화장실에 들어가 변기칸 칸막이 아래 공간을 확인해 작은 체구의 남성이 쓰러진 것을 확인하고 화장실 문을 노크해 쓰러진 남성의 의식을 확인했다. 그러자 쓰러져있던 남성은 A씨의 목소리를 듣고 일어나 대답했다. A씨는 아이를 안심시키고 현장을 떠났으나 남성이 화장실에서 쓰러져 있던 점, 아이인 줄 알았던 남성이 성인 목소리를 낸 점 등을 이상하게 여기고 이튿날(24일) 오전 1시 30분쯤 서울 도곡지구대를 방문해 이러한 사실을 신고하려 했다.
그러나 도곡지구대 경찰관들은 이날 A씨의 신고를 접수하지 않았다. A씨가 당시 남성을 깨운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여주며 상가 위치를 알려줬으나 경찰관들은 시큰둥한 반응으로 “이런 것 가지고 저희가 방문하기는 좀…”이라고 말할 뿐이었다. A씨가 “신고 접수를 안해도 되느냐”고 묻자 한 경찰관은 “(쓰러진 남성이) 답변을 했으니까”라며 “혹시 이상했으면 다른 사람이 신고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경찰관은 신고하러 왔다는 A씨에게 “안 와도 된다. 전화로 해도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A씨는 이날 신고를 하지 못하고 지구대를 나왔다.
A씨는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처음 신고 접수를 거부당했을 땐 허탈하고 경찰의 대응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았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이후 A씨는 이러한 상황이 담긴 영상을 지난 3일과 8일 유튜브에 올렸다. 해당 영상의 1분 편집본(쇼츠)이 약 300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영상이 공유되며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누리꾼들은 “경찰 대응이 더 소름 돋는다”, “꼬마도 이상함을 직감하는데 경찰은 도대체 무엇인가” 등의 댓글을 달며 경찰의 대응을 질타했다.
소셜미디어(SNS)상에서 논란이 커지자 수서경찰서는 후속 조치에 나섰다. 수서경찰서 여성청소년통합수사팀은 지난 15일 오전 4시 20분쯤 상가를 방문해 조사하고 이후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해 성인 남성 1명이 당시 화장실에서 들어갔다가 나오는 모습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7시 30분쯤 A씨에게 이메일로 현장 조사와 CCTV 영상 조사를 마쳤고 이상이 없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 자극적인 내용이 포함돼 이를 본 지역 주민들이 불안감을 가질 수 있어 불안감 해소를 위해 확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도곡지구대가 신고를 접수하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 “A씨가 신고할 당시 도곡지구대에선 A씨의 말을 토대로 범죄 관련성 및 현장 확인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유튜브 영상 게시가 없었다면 현장 확인을 하지 않았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다.
◇ 경찰의 뒷북 대응 논란, 이번이 처음 아니다
도곡지구대 사례처럼 경찰이 시민의 신고에도 미온적으로 대응하다가 소셜미디어에서 논란이 불거지자 해명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5월 2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30대 남성이 귀가하는 여성을 쫓아 집에 침입하려던 사건이 있었다. 당시 피해자는 당곡지구대에 두 차례 신고했는데 SNS에서 ‘신림동 강간범 영상 공개합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해당 영상이 퍼지고 논란이 불거진 이후 사건은 지구대에서 서울 관악경찰서로 넘어갔다. 또한 피해자가 직접 지구대에 CCTV 영상을 제출하기 전까지 지구대에서 CCTV 영상을 확보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당시 경찰은 “논란이 확산되자 부랴부랴 수사에 착수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SNS에 영상이 게재되기 전에 관할 지구대에서 CCTV 영상을 확보했고, 형사과 접수 후 영상을 확인해 즉시 수사가 필요한 위험상황임을 인지하고 강력팀을 동원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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