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4대강 단체가 평가단…김은경, 보 해체 부당개입”…감사원 수사 요청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문재인 전임 정부 시절 금강·영산강의 보 해체 결정이 이뤄진 과정에 ‘4대강 사업 반대 시민단체’가 개입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20일 나왔다. 감사원은 또, 이를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이 지시했다고 지적하고, 지난 1월 김 전 장관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날 공개한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관련 감사 보고서’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김 전 장관이 4대강 보 해체 여부를 논의하는 관련 위원회에 4대강 사업 반대 인사를 채워 넣어 편향된 심의가 이뤄졌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감사원은 환경부가 보 해체의 경제성 분석도 불합리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최종적으로 금강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는 완전 해체, 금강 공주보는 부분 해체,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는 상시 개방됐다.
감사원 감사 결과, 환경부가 2018년 11월 보 처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4대강 조사·평가단 내에 각각 구성한 전문위원회와 기획위원회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특정 A단체 추천 인사들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위원회는 관련 부처와 유관 기관 등의 추천을 받은 43명의 민간 위원으로 채워진다. 또 기획위원회는 이 43인 중 선정한 8명의 민간위원 및 환경부 공무원 7인 등 15명으로 꾸려졌다.
그런데 김 전 장관의 지시로 43명의 전문위원 중 25명(58.1%)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A 시민단체가 추천한 인사들로 선정됐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기획위원회 민간위원 8명도 모두 A 단체가 추천한 인사들로 구성됐다.
김 전 장관은 4대강 조사·평가단의 B 팀장에게 A 단체의 의견을 받아 전문위를 구성하라고 지휘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아울러 B 팀장은 이 과정에서 각종 유관기관과 단체 등으로부터 전문위원으로 추천받은 169명 이상의 전문가 명단을 A 단체에 전자메일을 통해 유출했다. 이에 A 단체는 전문가 명단에서 4대강 사업에 찬성·방조했다고 판단한 전문가들을 표기해 전문위원에서 제외할 것을 요청했다. 실제 A 단체가 제외를 요청한 41명은 모두 전문위원에 선정되지 않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4대강 조사·평가단장은 A 단체 개입을 인지하고도 별도 조치를 하지 않았다.
기획위원회는 2019년 2월 4차 회의에서 세종보·죽산보 완전 해체 등 보 처리 방안을 마련했고, 환경부는 이 방안을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2021년 1월 보 처리 방안을 최종 의결했다.
감사원은 “보 처리 방안을 마련할 위원회를 구성할 때는 4대강 사업 찬반 어느 한쪽의 의견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위원을 선정해야 한다”며 “김 전 장관, 당시 4대강 조사·평가단 팀장 및 단장 C에 대해 올해 1월 검찰에 수사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또, 한화진 현 환경부 장관에게 B 당시 팀장에 대한 주의를 요구했고, C 당시 단장의 비위 내용을 통보해 이를 인사 자료로 활용하라고 통보했다.
4대강 조사·평가단의 보 해체 경제성 평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 당시 설정된 국정과제 시한(2019년 2월까지 보 처리 방안 마련)을 지키기 위해 잘못된 경제성 평가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당시 경제성 평가에는 보 해체 시의 소요 비용과 기대 편익을 분석하는 B/C(비용 대비 편익 비율) 분석이 사용됐는데, 이에 필요한 ‘보 설치 전(2005년~2009년)’ 측정 자료와 ‘보 개방 후’ 자료가 모두 부실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B/C 값의 산정 방법·기준을 미리 정해두지 않아 회의를 열 때마다 B/C값이 10배까지 차이가 나기도 했다.
감사원은 “환경부는 자료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한 과학적·합리적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보 설치 전’ 측정 자료를 사용했다”고 언급했다.
감사원은 환경부 장관에게 “국책사업과 관련해 기초자료가 적정 수준으로 확보되지 않아 합리적 의사 결정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확인됐음에도 시한을 이유로 이를 강행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며 주의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기초자료에 근거한 과학적·객관적 분석 결과가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에 적절하게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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