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바꿔? 말아?”… 공사비 갈등·소송에 골머리 앓는 조합들

채민석 기자 2023. 7. 20.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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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미성크로바, ‘시공사 재선정’ 나섰지만
관심 보이는 곳 없어 ‘난감’
성남 산성구역, 기존 시공사와 ‘재협상’
“소규모 사업장, 섣불리 해지했다간... 사업 지연 불가피”

최근 공사비 인상 등으로 전국 각지의 정비사업 사업지에서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이 잇따라 터지며 기존 시공사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조합으로서도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데다 사업 지연 리스크까지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갈등 자체가 부담스러운 요소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던 미성·크로바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최근 시공사 재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다시 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이 시공사가 조합원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며 시공사 선정 총회가 무효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롯데건설이 시공사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조합 측은 공사 지연에 따른 비용 등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시공사 재입찰’에 나선 것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아파트 단지와 진주, 미성크로바 아파트 재건축 현장. /뉴스1

그런데 정작 조합이 시공사 재선정에 애를 먹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해당 사업지의 공정률은 15%에 달하고, 롯데건설이 조합 사업비 1300여억 원을 지급보증 해준 상황이기 때문에 타 건설사들이 부담을 떠안기 꺼려한다는 점에서다. 조합 관계자는 “아직 직접적으로 관심을 보인 건설사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공사와 공사비 갈등을 빚다 조합 측이 나서 자발적으로 계약을 해지했지만 다른 시공사를 구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성남 산성구역이 대표적 사례다.

성남 산성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 5월 16일 시공사인 대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과 계약을 해지했다. 공사비를 평당 445만원에서 661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다시 시공사 선정에 나섰는데, 기대와는 달리 현장설명회에는 기존 시공사와 중견 건설사 한 곳이 참가했다. 이후 본 입찰에서는 공사비 등의 이유로 단 곳도 입찰하지 않아 유찰됐다.

결국 조합은 지난 7일 회의를 개최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시공사 계약 해지 취소를 철회하기로 했다. 조합은 기존 시공단과 재협상을 하고 있으며, 시공사가 제시한 평당 629만원의 공사비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 산성구역 재개발 조감도

오히려 재공고를 낸 뒤에 입찰 문의가 쏟아지는 사례도 있다. 부산진구 촉진 2-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은 지난 18일 시공사 재선정 입찰 안내 공고를 냈다. 앞서 조합은 평당 807만원을 제시했는데, GS건설 측이 원자잿값 상승 등을 이유로 평당 1000만원에 육박하는 공사비를 제시하면서 계약을 해지했다.

그런데 GS건설과의 계약이 해지되자 조합사무실에 다수 건설사들의 입찰 관련 문의가 쏟아졌다.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 등 소위 ‘1군’ 건설사들의 관심도 이어졌다. 부산진구 촉진 2-1구역은 대표적인 ‘알짜 사업지’로 꼽히기 때문에 대형 건설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왔다. 조합은 오는 27일 현장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시공사 부실시공 우려가 높아지면서 GS건설과 계약을 맺은 산곡6주택재개발정비사업과 방배 제13구역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의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시공사를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다만 조합 측은 자발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가 공기 지연을 우려하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공사 계약 해지를 고려하고 있는 조합이 있다면 보다 신중하게 득실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사가 사업장을 가려가며 수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섣불리 ‘시공사 교체 카드’를 내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시공사와 조합의 갈등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건설사가 사업장을 가려 수주하고 있는 현재 상황 속에서 조합 측이 먼저 계약을 해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 또한 시공사와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거나, 시공사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조합이 시공사를 교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사업성이 낮은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사업이 수년간 지연되거나 심각한 경우 아예 좌초될 수 있다는 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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