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쇼크에 원재료 가격 급등… 식탁물가 ‘빨간불’
전세계 이상기후로 쌀부터 올리브까지 흉작
러시아 흑해곡물협정 종료에 국제곡물 가격도 들썩
트리플 쇼크에 애그플레이션 지속
지난주부터 전국을 강타한 폭우로 여의도 면적의 107배에 달하는 농경지가 침수되면서 국내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도와 미국 등 주요 농산물 생산지에선 엘니뇨와 폭염, 가뭄 등 이상기후가 발생하고 러시아가 세계 1위 밀 생산국인 우크라이나와의 흑해 곡물협정 종료를 선언하면서 국제 곡물 가격도 다시 들썩이고 있다. 폭우와 이상기후, 러시아 정세 불안이 겹친 이른바 트리플 쇼크로 애그플레이션(농업+인플레이션)이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고 있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시금치 4㎏의 도매가격은 5만 179원으로 전월 중순(1만 7734원)보다 183.0% 올랐다. 애호박(+75.8%)과 미나리(+71.2%), 깻잎(+66.2%), 청상추(+45.4%) 등 도매가격도 이틀 사이 폭등했다. aT가 일일 도매가격을 산출하는 주요 농산물 39개 품목 중 청상추(+169.8%)와 미나리(+105.9%), 애호박(+93.4%) 등 7개 품목의 도매가격이 한 달 전인 6월 중순 대비 50% 이상 올랐으며 평년(7월 중순)과 비교해도 애호박(+149.8%) 등 7개 품목이 50% 이상 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18일 오전 6시까지 집중호우로 인해 3만 1065㏊(3억 1065만㎡)에 이르는 농경지가 침수되거나 유실됐다. 여의도 면적(290만㎡)의 107.1배로 축구장(7140㎡) 4만 3000개에 달한다. 벼(2억 2315만㎡)와 콩(5260만㎡)의 침수 피해가 가장 컸으며 수박, 멜론, 사과 재배지 등을 비롯한 3억㎡ 이상의 농경지가 물에 잠겼다. 특히 26만㎡ 부지의 복숭아 농장 피해가 심각했다.
가축도 큰 피해를 보았는데 닭이 70만 마리가 넘게 폐사하면서 닭고기 가격이 중복을 앞두고 폭등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닭고기 1kg의 가격은 6356원으로 전년(5689원)보다 11.7% 올랐다. 이번 장마가 끝나도 이후 폭염과 태풍에 9월 추석 연휴까지 이어져 식탁 물가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덮친 이상기후에 쌀·커피·올리브 등 주요 작물 가격 들썩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를 높여 가뭄과 폭염, 폭우 등 이상기후를 몰고 오는 엘니뇨는 올여름 각국의 농산물 생산지에 위협이 되고 있다. 주요 쌀 수출국인 인도와 필리핀, 태국 등에서 강수량 부족으로 쌀 생산량이 급감하며 쌀 국제가격의 지표인 태국산 쌀 수출가격은 t당 535달러로 지난 4개월 동안 15% 상승해 2021년 3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베트남과 인도 등이 주산지인 커피콩 품종 로부스타의 원두 선물가격은 올해 들어 50% 가까이 올랐다. 초콜릿의 원재료인 카카오 콩은 주산지인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에서 폭우로 생산량이 감소하며 지난달 말 선물 가격이 46년 만에 최고 기록을 썼다.
지난 4월 파운드당 27센트를 돌파하며 11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뒤 22센트까지 하락했던 원당(설탕 원료) 가격도 사탕수수 주산지인 인도에서의 생산량 감소 우려에 지난 13일 다시 24센트를 넘어섰다. 인도에서는 토마토 가격도 반년 만에 5배 폭등했다. 지난달 전 세계가 ‘역대 가장 뜨거운 6월’을 기록했고, 인도는 일일 최고기온이 40~45도인 날이 며칠간 계속되면서 3일 새 50여 명이 사망했다.
유럽 남부지역을 덮친 폭염에 인류 탄생 이후 가장 오랫동안 사용해 온 식물성 기름으로 여겨지는 올리브 오일도 품귀 현상이 예고되고 있다. 올리브 생산의 절반 가량을 담당하는 스페인의 올해 예상 수확량은 85만톤(t)이다. 최근 10년간 최악의 흉작을 기록했던 작년(66만 t)보다는 늘어난 수치지만, 평균인 130만t에 비교해서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재 스페인에서는 남부 지역 최고기온이 47도까지 치솟는 등 엄청난 무더위로 곳곳이 바짝 메마른 탓에 산불까지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흑해곡물협정 종료… 애그플레이션 공포
여기에 전 세계 애그플레이션에 숨통을 트이게 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흑해곡물협정이 러시아의 연장 거부로 17일(현지 시각) 종료되면서 전 세계 식량가격이 재차 자극받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BT)에서 밀 선물 가격은 이날 전거래일 대비 3.0% 오른 부셸당 6.81달러에 거래된 것을 비롯해 옥수수(+1.4%), 콩(+1.1%) 등 흑해를 통해 실어나르던 곡물들의 선물 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
흑해곡물협정은 전쟁 중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곡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흑해에서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러시아는 연장이 만료되는 기간에 자국 농산물과 비료의 수출을 보장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점을 내세우며 협정을 종료했다.
우크라이나는 밀, 보리, 해바라기유, 옥수수 등의 주요 수출국으로, 특히 전 세계 밀 수출량의 1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로부터 공급이 막히자 국제 곡물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결국 유엔과 튀르키예가 중재에 나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7월 흑해에서 곡물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도록 협정을 맺었고 이후 국제곡물 가격은 전쟁 이전 수준을 되찾았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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