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항에 생긴 ‘쓰레기 밭’…호우 뒤끝, 부유물 덩어리 내항에 ‘둥둥’
선박·크레인 동원 수거작업 ‘역부족’…“미관과 선박 안전 위협”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최근 남부지방을 강타한 집중호우가 또 다른 불청객을 몰고 왔다. 미항(美港) 전남 목포항이 집중 호우로 밀려온 육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영산강 하굿둑 수문 개방으로 최근 집중 호우로 발생한 영산강 상류지역 생활 쓰레기가 하구언 수문을 통해 목포항으로 유입되면서다. 쓰레기는 목포항 수역 10만여평에 걸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특히 지난주 이후 국내 연안 여객선의 60% 정도가 다니는 목포 내항에 거대한 '쓰레기밭'이 생겼다.
쓰레기에 '옴짝달싹'…목포항 마리나부두
18일 오후 3시께 전남 목포 삼학도 요트마리나 부두. 목포 내항에 위치한 이곳은 광주전남 지역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영산강에서 유입된 쓰레기가 거대한 밭을 이루고 있었다. 대형 통나무는 물론 생활 쓰레기들이 영산호 배수갑문 개방으로 바다로 떠내려와 항로를 덮치면서 선박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어민과 해운업계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목포 요트마리나에 정박 중안 40여척의 요트는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요트 소유자들은 행여 운항 중 발생할 수 있는 쓰레기로 인한 선박 훼손을 우려해 6~8월 민어철에도 불구하고 외해(外海)로 나가는 것을 사실상 포기했다.
요트회사 한 관계자는 "목포해수청 등에서 아침저녁 하루 두 차례에 걸쳐 수거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며 "3년 전, 400~500㎜의 집중 호우로 떠내려 온 쓰레기량에 비하면 양호한 편에 속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영산강 하굿둑 수문개방이 이어지고 목포 앞바다로 쓰레기가 계속 유입될 것으로 보여 이 같은 상황이 앞으로 일주일 정도 더 지속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뿐만 아니다. 밀려드는 쓰레기는 항구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선박의 안전 운항을 위협하고 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선박 스크루에 해양 쓰레기가 엉킬 경우 사고 위험이 무엇보다 크다"면서 "신속한 수거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날 저녁 한 대형 카페리선은 부둣가로 밀려든 육지 쓰레기로 제때 입항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직원들이 나서 부유물 등을 걷어 올리고 겨우 입항했다. 연안 여객선을 비롯해 어선들도 해상 부유물로 운항에 애를 먹고 있다.
'항구인가 쓰레기밭인가'…쓰레기 10만평 수역에 퍼져
남항과 목포를 기점으로 신안과 진도 등지를 오가는 목포 내항과 국제여객선터미널에도 쓰레기가 덩어리진 채로 둥둥 떠다니고 있다. 석탄부두가 있는 삼학도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해양경찰 전용부두에 정박 중인 경비정도 쓰레기더미를 피하기 어려웠다.
한국농어촌공사 영산강사업단이 영산강 수위조절을 위해 지난달 27일 하굿둑 수문을 개방한 이후 육지 생활쓰레기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사업단은 이날 오전 11시 45분부터 하굿둑 수문 13개를 개방, 초당 최대 1만2000톤의 물을 목포항으로 흘려보내고 있다. 폭우 등 뚜렷한 여건 변화가 없는 한 오는 23일까지 개방할 계획이다.
"수문개방으로 더 유입…2~3일 더 지속될 듯"
하굿둑 수문이 열리면서 목포 앞바다 해수는 흙탕물로 인해 탁류로 변했다. 설상가상으로 물과 함께 영산강 생활 쓰레기가 목포항으로 유입되면서 하굿둑 바로 아래인 평화광장 앞 방파제와 삼학도 앞 바다는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부유 쓰레기는 대부분 나무나 초본류, 플라스틱, 비닐, 스티로폼 등이다. 대부분 하천 주변서 나뒹굴던 수목이나 불법 투기된 생활폐기물이다.
많은 양의 쓰레기까지 유입되면서 수거에도 비상이 걸렸다. 목포지방해양수산청은 해경, 해양관리공단, 목포시 등과 함께 청항선 작업선 크레인 등을 동원해 항내에 떠다니는 부유물 수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동원 장비에 따른 구역별 분담 등을 통해 항로 지장 요소를 제거하면서 다른 지역도 처리하고 있다.
지금까지 목포항 내로 밀려든 쓰레기 73톤(19일 기준) 가량을 방제함정과 크레인을 이용해 건져 올렸다. 목포해수청 관계자는 "영산강 상류 집중호우로 어마어마한 쓰레기들이 바다로 밀려들고 있다"며 "유관기관 단체대화방을 개설, 작업구역과 수거량 등을 공유하며 수거 작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물때 따라 이리저리" 수거 애로
하지만, 수거가 녹록치 않다. 워낙 쓰레기양이 많아 역부족인 상황인데다 물때에 따라 쓰레기가 항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밀려오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수문 추가 개방과 조류 영향 등으로 밀려드는 쓰레기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목포항 쓰레기 수거에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목포해수청 관계자는 "쓰레기가 10만여평의 바다에 퍼져 물때에 따라 이리저리 떠다녀 수거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우선 여객선 운항에 차질이 없도록 여객선 부두 위주로 수거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례 반복 대책은?…'해양 배출'에만 의존
문제는 장마철에 영산강 하류까지 밀려온 쓰레기를 영산강사업단과 무안군 등이 제때 수거하지 않아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목포해수청은 해당 지자체에 목포항 쓰레기 유입 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문제임에도 부유쓰레기 발생을 예방하지 못하고 있으며, 하구에서는 해양배출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또한 인근의 지자체가 중심이 돼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았지만 유입 방지에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해양환경 전문가는 "목포항 부유쓰레기 문제는 여러 지자체와 기관이 협력했을 때 저감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다"며 "영산강 인근 지자체들이 머리 맞대고 영산강 본류에 유입을 막기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 등 근본적인 대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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