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내 어민들 직접 만나겠다는 日기시다…방류 시점 언제로 잡을까

권진영 기자 2023. 7. 2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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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조건은 이해관계자들의 '공포' 해소
정치 일정 고려하면 '8월 말' 방류 가장 유력
14일 일본 도쿄의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어련) 사무실을 찾은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좌)과 사카모토 마사노부 전어련 회장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 : JF전어련 누리집) 2023.07.14/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과학적 안전과 사회적인 안심은 다르다. (우리가) 안심하지 못하는 한 반대 입장을 무를 수는 없다"

지난 14일 사카모토 마사노부(坂本雅信)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어련) 회장이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며 한 말이다.

지역 어민들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조금도 반대를 철회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공언한 대로 "여름쯤" 방류를 강행할 수 있을까.

최종 판단 권한을 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내건 선결 조건과 오염수 방류까지 남은 시간을 진단해봤다.

◇오염수 방류를 위해 남은 유일 조건, '공포심' 해소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어떠한 처분도 하지 않겠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지난 2015년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방사능 오염수 처리에 대해 이같이 약속했다.

이 약속은 지금도 유효하다.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지난 6월28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경제산업성이 2015년 지역 어민들과 한 약속을 변함없이 "준수한다"고 밝혔다.

지난 7일부로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 위한 해저터널 건설 및 인증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다음에도 일본 정부가 곧바로 방류 버튼을 누를 수 없었던 이유다.

일본 후쿠시마현(県) 오쿠마 소재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의 전경. 원전 너머로 파란색 처리수 저장 탱크가 보인다. 2021.02.13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후쿠시마의 흙·농산물 등의 방사능 성분을 분석하는 '다라치네 연구소'의 기무라 아이 연구원은 지난 15일 BBC에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감정적 상처"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의 오염수 방류 계획이 그 상처를 들추는 퇴보라고 지적했다.

불안은 숫자로 나타났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5~1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염수 해양 방류에 찬성하는 이는 가까스로 절반을 넘었지만 일본 국민 5명 중 4명은 정부의 설명이 "불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기시다 총리가 관계 부처 장관들을 모아놓고 관계 지역 및 국제 사회에 정중히 설명하고 철저히 정보를 제공하라고 당부한 지 한달이 다 돼가지만 일본 국민들이 느끼는 정보의 부족함과 불투명함은 여전한 셈이다.

기무라 연구원은 "우리는 오염수가 어느 정도까지 처리됐는지 아직 모른다"고 BBC에 말했다.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여름이 다 가기 전에 막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18일 정부 및 도쿄전력 관계자는 후쿠시마현 소마후타바어업협동조합원 210여 명을 상대로 의견교환회를 진행했다. IAEA의 최종보고서 공표 후 정부 관계자들이 일반 어민과 대화한 건 처음이다.

반응은 싸늘했다. 이마노 도모미쓰(今野智光) 어협회장은 "폐로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고는 있지만 찬성할 수 없다"며 굽히지 않았다.

19일에는 와타나베 히로미치(渡辺博道) 부흥상이 미야기현 어업협동조합을 방문해 이해를 촉구했지만 "용인할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7.1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중동 순방을 마치고 19일 새벽 귀국한 기시다 총리는 7월 안으로 사카모토 전어련 회장과 직접 만나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염수 방류 후 '후쿠시마산 수산물'이라는 낙인이 찍힐 것을 우려하는 어민들의 공포를 기시다 총리가 어떻게 해소하고 설득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울러 순방 일정 중 윤석열 대통령과도 회담한 기시다 총리는 "해양 방류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자국민과 한국 국민의 건강과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방류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후 모니터링 결과를 신속히 공표하고 (방사능 물질) 기준치를 넘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 방류를 중단할 방침을 윤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日 정부가 말한 "여름쯤"은 도대체 언제?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2023년 '여름쯤'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계획을 고수해 왔다. 기시다 총리도 지난 12일 방류 시기에 관한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재확인했다.

그렇다면 일본 정부가 말하는 '여름쯤'이란 구체적으로 언제까지를 말하는 것일까.

현지 언론과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현재까지는 8월 말경이 가장 유력하다.

정치적으로 접근하면 8월 중순부터는 연이어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본 이와테·미야기·후쿠시마현에서 지방선거가 열린다.

이와테현 지사 선거는 8월 17일(개표는 9월3일), 10월과 11월에는 미야기·후쿠시마현 의회 선거가 각각 실시된다.

마이니치신문은 총리 측근을 인용해 "지방선거 도중이나 직전에 방류하는 일은 피하고 싶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기시다 총리는 올가을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에 돌입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상황. 2달 내리 지지율이 미끄러지고 있는 가운데 중의원 해산 직전에 오염수 방류로 민심을 잃는 일은 피하고자 하는 의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도 "결코 미룰 수 없다"는 등, 마이니치에 따르면 여름이 끝나기 전까지 오염수 방류를 단행할 것을 요구하는 자민당 내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야마구치 나쓰오 일본 공명당 대표가 21일 (현지시간) 됴쿄에서 열린 자민당 당대회서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앞서 "해수욕 철은 피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방류가 안전하다고 국내외에 알리고 받아들여질 때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의 한 해수욕장 관계자의 바람도 야마구치 대표와 같은 생각이다. 관계자는 지난해 3년 만에 해수욕장을 개설했을 때 방문한 관광객은 약 9만2000명으로, 동일본대지진 이전에 비하면 3분의 1수준이나 점차 사람들이 돌아오는 추세다.

통상적으로 일본에서 해수욕 철은 8월 말까지를 의미한다. 특히 오는 8월20일에는 13년 만에 서핑 대회도 다시 열게 됐다. 이 전에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다면 후쿠시마 현민들로서는 "이제 막" 일상을 회복하려는 차에 또다시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라는 2차 재해를 당하게 된 셈이다.

다만, 중국이 오염수 방류에 강한 반대는 전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방출을 하게 되면 기시다 총리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의 실현에는 "차질이 초래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내각 내 의견도 있다고 지지통신은 전했다.

6일 한국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관계자가 생선 내 방사성 물질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2023.07.06/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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