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으로 주식 사놓고 '매수 리포트'…5억 챙긴 애널리스트 기소

3개 증권사 10년간 지위 악용…檢 수사에 사표
가족·지인 등 동원해 차명계좌·차명휴대폰 이용

주식을 미리 사 놓고 매수 리포트를 작성해 5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 어모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3.7.1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추천하는 리포트를 써 주가를 띄운 뒤 주식을 내다 판 혐의를 받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증시분석가)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채희만)는 20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어모씨(42)를 불구속 기소했다.

어씨는 2013년부터 3개 증권사에서 10년간 애널리스트로 재직하며 '매수의견' 리포트 공표 전 주식을 매수하고 공표 후 매도하는 방식으로 22개 종목을 선행매매해 총 5억2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가장 최근에는 DB금융투자 산업분석팀 소속이었지만 검찰이 수사에 들어가자 사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어씨는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매수의견 조사분석서가 공표되면 분석대상 종목의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 점을 이용해 직무상 비공개 정보로 작성한 매수의견 조사분석서를 공표하기 전 매수했다가 공표 후 매도하는 방법으로 부당이득을 취득했다.

어씨는 차명계좌와 차명 휴대전화를 이용해 범행을 은폐하려한 혐의도 받는다. 어씨는 모친 등 가족뿐 아니라 친구, 후배, 회사 지인 등에게 요청해 차명계좌 8개와 차명 휴대폰 4개를 동원해 계획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자본시장특사경)은 지난달 27일 어씨의 부정거래행위를 적발하고 서울남부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검찰은 어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서울남부지법은 "증거인멸·도주 우려가 크지 않다"며 기각했다.

어씨는 이베스트투자증권에서 일할 때 일부 언론사가 선정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섹터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오르는 등 상당한 영향력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2021년 4월 D사 애널리스트가 선행매매 혐의로 징역 3년의 실형을 받고 그해 12월에는 E사 애널리스트가 유사 범행으로 1년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는 등 애널리스트의 비위행위는 이전에도 여럿 있었다.

bc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