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팔달] '위기감' 신동빈·이재현…아들 등판에, 조직 대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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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를 지나온 우리 경제가 높은 물가와 더딘 성장의 터널에 들어오면서 경기에 민감한 유통대기업 롯데와 CJ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뒤숭숭합니다.
과거에는 위기의식을 애써 숨겨왔다면 이제는 현실을 직시하고 행동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롯데는 사장들을 불러 모아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를 요구했고, CJ는 이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분위기 쇄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전서인 기자 나와있습니다.
롯데그룹부터 짚어보죠.
지난 화요일 중요한 회의가 있었죠?
[기자]
지난 18일 롯데 사장단 회의가 신동빈 회장 주재로 열렸습니다.
매년 2번씩 열리는 회의이지만, 입장하는 대표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가라앉은 분위기였습니다.
상반기 회의 때도 그룹 둘러싼 분위기가 그리 밝지만은 않았지만, 핵심 계열사 신용등급 하락에 4월 공정위 발표에서 포스코에 재계 순위가 밀리는 등 상황이 더 안 좋아졌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호텔롯데 상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이완신 롯데호텔 HQ 총괄대표가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돌연 사임하면서 분위기가 뒤숭숭합니다.
회의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례적으로 단호한 모습이었는데요 최근의 대내외 위기상황을 강조하면서 속도감 있는 변화와 성과 창출을 강도 높게 주문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변화의 좌표는 '고성장, 고수익 사업'에 찍었습니다.
[앵커]
신동빈 회장이 회의에서 야구단 이야기를 꺼냈다고 하는데, 왜죠?
[기자]
롯데자이언츠 이야기인데요.
1,2년 차 신인 선수를 중용해 좋은 성적을 거둔 점을 거론하면서 실력위주로 인재를 발탁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이를 두고, 3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의 부각을 연결 짓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86년생 신 상무가 전면에 나서면서 롯데 경영진의 세대교체도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신 회장이 언급한 '고성장, 고수익 사업'의 내용면에서는 해외사업과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자는 취지의 주문이 나왔는데요.
최근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재무 부담을 이유로 롯데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줄줄이 내렸지만, 신동빈 회장의 투자 의지는 꺾이지 않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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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영 상황은 어렵지만 이럴 때일수록 롯데 미래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해 보이는데, 3세 승계가 더 부각되고 있죠?
[기자]
과거 롯데그룹이 신유열 상무의 언급조차 부담스러워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의 신 상무의 대내외 행보는 승계 공식화 수순으로 비칩니다 신 상무는 올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회의에도 참석했는데, 그룹 중장기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라 앞으로 롯데를 이끌어 갈 신 상무로서는 존재감을 키워낼 중요한 자리였습니다.
신동빈 회장 곁에서 뿐만 아니라 단독 행보도 잦아지고 있는데, 일본 내에서는 계열사 2곳에 대표로도 올랐지만, 한국 내에서는 아직 사업장을 찾는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현재는 일본 국적의 신 상무가 병역 의무가 해제되고 한국으로 귀화한 뒤 한국 내에서도 보폭을 넓혀갈 것이란 전망입니다.
[황용식 /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 3세 경영 중심으로 앞으로 전략이나 사업 포트폴리오 구상을 하겠다는 신동빈 회장의 강한 의지가 엿보입니다. 아직 충분한 3세 경영의 검증이 안 됐기 때문에 앞으로 이러한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남은 숙제가 아닐까….]
[앵커]
CJ 상황도 보죠, 이달 초에 조직개편이 있었어요?
[기자]
CJ그룹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조직개편을 택했습니다.
지주사 CJ의 김홍기 경영대표 산하조직이었던 전략기획그룹을 없애고, 전략기획실과 미래경영연구원을 직속 조직으로 올렸습니다.
전략기획실장에는 이한메 CJ대한통운 경영지원실장이 올랐는데, 그룹 자금 조달과 재무 구조 개선 전략을 짠 경험이 있는 재무통입니다.
지주사가 움직이면서 핵심 계열사들도 조직 개편을 실시했습니다.
CJ대한통운은 90년 동안 유지했던 사업 조직의 틀을 한국과 글로벌로 재편했고, CJ제일제당도 본부, 실, 팀 등의 조직명을 영문으로 변경했습니다.
[앵커]
시기가 상당히 이례적이에요.
보통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시기가 아니다 보니, 분명히 목적이 있어 보이죠?
[기자]
올해 상반기 핵심 계열사 실적 전망이 좋지 않습니다.
CJ제일제당은 원가부담으로 수익성이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고, CJENM은 적자전환 가능성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실적 개선 모멘텀을 만들지 못한다면 자칫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강조한 중기 전략 실행의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 개편으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는 겁니다.
[이은형 /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 필요할 때 언제라도 개편할 수 있다는 유연함이나 수시성, 상시성을 보여준 것도 굉장히 의미가 있을 것 같고요. 기존의 방식을 탈피하는 것에 필요하겠고요. 전략에 맞는 조직을 갖추기 위한 그런 노력이라고 보입니다.]
이번 조직개편이 직관적으로 사업적인 성과를 확 끌어올릴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진 않을 수 있어도, 변화라는 것이 직원들 사기나 대외적인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그 파급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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