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4대강 보 해체하려 ‘4대강 반대’ 단체가 찍은 인사로 평가단 짰다
만들 때부터 4대강 반대 단체와 협의 지시
이 단체가 반대한 전문가는 전문위원 참여 못해
문재인 정부가 4대강 보(洑) 해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추천한 인사 위주로 ‘4대강 조사·평가단’ 전문위원회를 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4대강 보 해체를 결정할 때에도 경제성 분석(B/C 분석)을 하기 위한 기초 자료를 입맛대로 골라 쓴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0일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관련 공익감사청구’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국가물관리위원회는 2021년 1월 환경부가 제출한 금강·영산강 보 해체·상시개방 방안을 확정했고, 4대강국민연합(대표 이재오 전 의원)이 같은 해 3월 감사원에 환경부가 위법·부당한 행위를 했다며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이후 2년 4개월 만인 20일 감사 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4대강 반대 단체가 4대강 해체 여부 결정하는 위원회 좌지우지
환경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 1일 4대강 보를 상시 개방했다. 2019년 2월 21일에는 금강·영산강 5개 보 처리 방안을 마련했고, 2021년 1월 18일 국가물관리위원회는 환경부가 제출한 처리 방안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금강 세종보·공주보, 영산강 죽산보는 해체,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의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기로 결정됐다. 다만 보 해체 시기는 지역 여건에 따라 결정하도록 했고, 실제로 해체된 보는 없다.
환경부가 4대강 보를 상시 개방할 것인지 아니면 해체할 것인지 ‘처리 방안’을 결정하기 위해 구성한 조직이 ‘4대강 조사·평가단’이다. 환경부는 4대강 조사·평가단에 기획위원회와 전문위원회를 설치했고, 주요 논의사항을 위원회에서 결정하게 했다. 전문위원회는 관련 부처와 유관 기관의 추천을 받은 43명의 민간 위원으로 구성됐다. 기획위원회는 전문위원 중 8명과 환경부 공무원 7명으로 짜여졌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게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이하 ‘재자연위’)’다. 이 단체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181개 시민단체가 모여 2018년 3월 발족했다. 이 단체는 발족 기자회견에서 “반(反)환경성, 반민주성으로 점철된 4대강 사업은 국민 모두에게 뼈아픈 상처로 남아있는 적폐 중의 적폐”라며 “4대강 사업을 반대한 시민사회가 응당 4대강 재자연화의 주체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관(民官)이 함께 하는 4대강재자연화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은 같은 해 7월 재자연위와 간담회를 개최했다. 담당 환경부 팀장에게는 4대강 조사·평가단을 구성하는 훈령을 제정할 때 이 단체와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4대강 조사·평가단은 4개월 뒤인 2018년 11월 출범했다.
재자연위는 4대강 조사·평가단 전문위원회 구성에 깊게 관여했다. 이 단체로는 4대강 사업을 찬성하거나 ‘방조’했던 전문가를 4대강 조사·평가단 전문위원 선정에서 제외할 목적으로 관련 부처와 유관 기관에서 기획위원장과 전문위원 후보로 추천받은 전문가 명단을 보내달라고 4대강 조사·평가단 담당 팀장에게 요청했다.
김 전 장관은 해당 팀장에게 재자연위로부터 추천 명단을 받아 전문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재자연위는 해당 팀장이 보낸 전문가 명단 169명 중 4대강 사업에 찬성·방조했다고 판단한 사람들을 표기하고 전문위원 선정에서 제외하라고 요청했고, 해당 팀장은 재자연위가 추천한 인사 위주로 후보를 선정했다.
당시 홍정기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장은 재자연위가 추천한 인사 위주로 전문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을 승인했다. 그 결과 4대강 조사·평가단 4개 분과 전문위원 43명 중 25명(58.1%)가 재자연위가 추천한 인사였다. 재자연위가 4대강 사업을 찬성·방조했다며 제외해달라고 한 41명 중에서는 아무도 선정되지 않았다. 이후 홍 당시 단장은 환경부 차관으로 승진한 뒤 문재인 정부가 끝날 때 퇴임했다.
감사원은 홍 전 차관에 대해 “비위행위는 엄중한 인사 조치가 필요하나, 지난해 5월 10일 퇴직했다”며 “재취업, 포상 등을 위한 인사자료로 활용하고, 인사혁신처에 통보하라”고 했다. 앞서 감사원은 김 전 장관과 홍 전 차관, 담당 팀장에 대해 올해 1월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김 전 장관은 재임 기간 기존에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퇴를 종용하고, 그 자리에 내정된 인사들을 앉힌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징역 2년이 확정된 상태다. 감사원은 “당분간 공직 재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해 별도로 인사자료 통보를 하지 않는다”면서도 “4대강 조사·평가단 직원들에게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재자연위 측의 의사에 따라 위원회가 구성되도록 지시한 비위행위가 있다”고 했다.
◇기준도 없이 B/C값 산출…회의 때마다 어떤 자료 쓸지 선택
환경부는 금강·영산강 5개 보 해체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경제성 분석(B/C 분석)을 실시했다. 보를 해체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보 해체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편익이 높다는 뜻인 B/C값이 1보다 높은 경우 보를 해체하고, 1보다 작은 경우는 존치하기로 했다. 경제성 분석 결과 금강 세종보·공주보, 영산강 죽산보는 B/C값이 1보다 커 해체하기로 결정했고, 1보다 작은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환경부는 4대강 조사·평가단이 경제성 분석을 실시하도록 했다. 수질·수생태계 개선 편익을 산정할 때 ‘보 해체 후’ 상태를 추정하기 위해 ‘보 설치 전’과 ‘보 개방 후’ 측정자료를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런데 4대강 사업 과정에서 준설이 이뤄지는 등 하천 형상이 변했고, 오염물질 유입 등 외부 영향을 배제할 수 없어 보 설치 전·보 개방 후 측정 자료를 활용해 정확히 경제성 분석을 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환경부는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에서 설정된 보 처리방한 마련 시한이 2019년 2월까지라는 이유로 과학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보 설치 전’ 측정자료를 이용해 경제성 분석을 했다. 또 미리 B/C값을 산출할 기준을 정하지 않고 회의 때마다 제시된 B/C값을 보고 다음 회의 때마다 어떤 시점의 측정 자료를 사용하고 산정 방법을 어떻게 할지 선택했다. 감사원은 “비교 시점과 산정 방법과 동일한 보에서 B/C값이 10배까지 차이가 났고, 음(-)의 값이 나오는 등 경제성 분석 결과가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환경부에 충분한 기초자료에 근거한 과학적·객관적 분석 결과가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에 적절하게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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