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다섯번째 감사…“보 해체 사실상 무산”

이슬기 2023. 7. 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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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부터 쏟아진 집중호우로 전국이 물난리를 겪고 있는 요즘, '치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다시 높아졌는데요. '4대강 사업'과 관련된 또 한 번의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사업을 추진하며 16개 보를 건설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 가운데 금강과 영산강의 보 3개(세종보, 공주보, 죽산보)를 전부 또는 부분 해체하기로 했는데, 이 과정이 적절했는지를 감사원이 감사한 겁니다.

감사를 요청한 건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전도사'를 자처했던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이 대표로 있는 '4대강 국민연합'이라는 단체입니다. 2021년 초, 금강과 영산강의 일부 보 해체 결정을 내린 국가 물관리위원회와 환경부를 공익 감사해 달라고 감사원에 청구했습니다.

감사원은 4대강 국민연합이 감사를 청구한 17개 항목 중 5개 항목에 대한 감사를 결정했고, 그 결과가 2년여 만인 오늘 나온 겁니다.


■감사원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 위원 구성부터 불공정"

감사원은 2019년 '보해체 및 상시개방'이라는 결과를 내놓은 조사평가위원회의 구성과 판단 과정이 부적절했다고 결론 냈습니다.

당시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4대강 재자연화'를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에는 4대강의 6개 보를 상시 개방하라는 '업무지시 6호'를 내렸습니다.

이듬해인 2018년 말에는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가 출범했는데, 여기서 '재자연화'의 대상과 규모, 방식 등을 연구해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제안하면,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의결하는 구조였습니다.

조사·평가위는 '기획위원회'와 '전문위원회'로 나뉘는데요.

기획위원회는 민간 전문가와 환경부 공무원 등 15명으로 구성됐고, 전문위원회는 '물 환경'과 '수리·수문', '유역협력', '사회·경제' 4개분과의 43명의 전문위원으로 구성됐습니다.

전문위원들이 각 분과에 맞는 분야별 연구와 평가를 통해 '보'를 해체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상시 개방 형태로 유지하는 것이 좋은지 등을 판단하고, 이를 기획위원회가 종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감사원은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이 전문위원회를 구성하는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감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4대강 조사·평가위 출범을 담당하는 부서의 실무팀장에게 4대강 정비사업을 반대하는 '4대강 재자연화 시민위원회'와 협의해 전문위원을 구성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환경부 실무팀장은 '전문가 그룹' 후보 169명의 명단을 해당 시민단체에 보냈는데요. 이 단체가 4대강 정비사업에 찬성하거나 방조했다고 판단하는 인사를 전문위원에서 빼달라고 요청하자, 환경부가 이를 받아들이는 식으로 협의를 진행했다는 게 감사원 설명입니다.

감사원은 43명의 전문위원회 위원 중 25명(58.1%)이 4대강 재자연화 시민위원회가 추천한 인사로 선정됐고, 시민위원회가 4대강 사업을 찬성・방조했다는 사유로 제외해달라고 요청한 41명은 아무도 위원으로 선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감사원은 위원회 구성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을 직권남용과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했습니다.

■환경단체 강력 반발..."환경단체 인사 많았던 건 당연한 일"

이 같은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대해 조사·평가위원회에 참가했던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조사·평가위원회 전문위원이었던 풀씨 행동연구소 신재은 캠페이너는 "4대강 자연성 회복(보 해체)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조사평가위는 자연성 회복을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위원회였기 때문에, 환경단체 인사들이 많이 참여했던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으로 망가진 4대강을 복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에, 4대강 정비 사업을 찬성하는 인사들이 참여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환경단체들의 연합체인 한국환경회의도 논평을 내고, 이번 감사가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정략적 맹탕 감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한국환경회의는 감사원이 내놓은 부실 평가의 핵심은 기초자료 부족이지만, 감사원 역시 구체적인 의견을 내놓지 못했다면서, 감사원이 지적한 방법론을 반영해서 평가했어도 보 해체로 인한 경제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와 전문위원회 구성과정에 대해서도, 시민사회 등 다양한 주체가 적절한 인사를 추천한 것은 당연한 절차였고, 보 처리 방안의 최종 의사결정은 한국의 주류 학회가 추천하고 각 부처 장관들이 참여한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이뤄졌다고 강조했습니다.


■감사원 "경제성 분석 신뢰도 낮아"

감사원은 보를 해체하기로 결정하는 데 핵심적인 근거가 된 경제성 분석(B/C)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조사평가위원회는 경제성 분석(B/C)을 위해 보를 없앨 경우 얼마나 편익이 있을지를 계산했습니다.

문제는 보가 이미 설치된 상태였기 때문에, 보가 해체된 이후의 수질 자료를 무엇으로 정할지가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보 운영 기간'의 수질은 측정자료가 충분히 있지만, '보 해체 후'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가상의 상황이기 때문에 정확한 자료를 구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당시 위원회는 '보 설치 전'의 수질이나 '보 개방 이후' 상태의 수질 자료를 대신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결론 냈습니다.

그러나 감사원은 '보 설치 전' 수질 자료는 4대강 사업으로 하천의 형상이 많이 바뀌어서 비교가 어렵고, 측정 지점도 보와 멀리 떨어져 있어 자료의 대표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보 해체'를 재연하기 위해 '보 개방' 상태에서 측정한 수질 자료는 측정 기간이 짧아 데이터로서의 가치가 낮다고 봤습니다.

감사원은 빈약한 '수질 자료' 때문에 조사평가 위원들이 고심을 거듭한 흔적들이 당시 회의록에도 남아있다고 감사보고서를 통해 밝혔습니다.

■ OO 위원 : “우리가 결과를 최대한도로 모니터링을 했지만, 그 자체가 워낙 한계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보 설치 이전의 상황을 우리가 수치를 가져와서 결과를 냈고 현재까지 제한된 모니터링 결과를 가지고 수치를 냈다 이 설명이 그렇게 꼬이지는 않는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당시 위원회는 고심 끝에 '보 개방' 상태의 자료와 '보 설치 전' 자료를 모두 사용해 종합적으로 분석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감사원은 자료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은 부족했고, 보 해체의 경제성 분석 결과 의 신뢰도도 떨어졌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조사·평가위원회장을 맡았던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보 해체 결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경제성 평가 분야는 정부 간섭 없이 경제 분야 전문가들로 위원들을 구성했다"며 "주어진 여건 속에서 객관적이고 정확한 경제성 분석을 위해 관련 분야 최고의 학자들이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경제성 분석과 편익 산정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라면서 "감사원이 얼마나 전문성을 가지고 경제성 분석 결과의 타당성을 평가했는지는 의문"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홍 교수는 감사원이 공개한 내부 회의록에 연구의 한계나 우려에 대한 학자들의 목소리가 담겨있다는 사실 자체가, 정부의 간섭없이 자유롭고 치열한 연구가 이뤄졌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두 달 동안 조사평가 서둘러놓고... 정작 보 해체 결정은 2년 뒤에?

감사원은 조사평가위의 연구와 분석이 무리하게 이뤄진 건 2019년 2월이라는 '제출기한'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봤습니다.

환경부는 2018년 12월 대통령 비서실에 업무보고를 하면서 2019년 2월까지 보 처리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보고했습니다. 이 일정을 맞추기 위해 논의를 서둘렀다는 겁니다.

실제로 당시 조사평가위 내부의 회의록에도 '분석에 시간이 부족하다'는 취지의 발언이 자주 등장합니다.

■ G 위원 : “저희 분과에서는 사실 많은 분이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보 해체 상태에 대한 예측 자료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 그 다음에 그 예측자료의 방향성과 패턴에 대해서 분석을 하는 것이 앞으로 보 처리방안을 할 때 훨씬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해 줄거다'라고 의견을 사실은 모았습니다.”

■ H 위원 : “3개월 정도 노력을 들이부으면 충분히 해볼 수 있겠다라고 하는 얘기를 저희 숙의 회의 내에서는 했고요.

하지만 조사평가위는 정해진 일정대로 '보 해체' 방침을 두 달여 만에 결정했습니다.

경제성 분석 결과, 즉 B/C값이 1보다 크게 나온 금강의 세종보와 공주보, 영산강의 죽산보는 해체하고, B/C값이 1보다 작게 나온 금강의 백제보와 영산강의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는 형태로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처리 방안이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의결된 건 2년이 더 지난 2021년 1월이었습니다.

이후 실제로 진행된 건 없습니다.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공약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환경단체 관계자들조차 아쉽다고 지적하는 대목입니다.


■4대강 사업 관련된 감사 또 감사...끝나지 않은 논란

이번 감사 결과를 보면서 많은 분이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결과가 또 나왔나?'라고 생각할 겁니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한 감사결과는 이번이 7번째입니다. 국회 요구로 이뤄진 4대강 관련 개별 사안에 대한 감사를 제외하면 감사원의 공식 감사만 5번째입니다.

물론 중점을 둔 분야는 조금씩 달랐는데요.

첫 번째 감사는 4대강 정비사업이 본격화되기 전 계획을 검토하는 측면에서 이뤄진 사전 감사 성격이었습니다. 일부 지적사항은 있었지만, 계획상 큰 문제는 없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두 번째 감사는 이명박 정부 말기에 이뤄졌는데, 설계 부실로 16개 보 중 11개 보의 내구성이 부족하고, 4대강의 수질 악화가 우려된다는 비판적인 내용이 담겼습니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 진행된 세 번째 감사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설계와 시공 입찰 과정에서 담합이 있었다는 의혹을 다뤘습니다. 당시 감사원은 공정위가 별다른 이유 없이 담합사건 조사를 미뤘고, 국토부 역시 한꺼번에 많은 일괄수주 공사를 일시에 발주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4대강 건설에 참여한 건설사의 담합으로 부풀려진 공사비가 1조 2천억 원이나 된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네 번째 감사는 '4대강의 재자연화(보해체 및 상시개방)'를 공약한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졌습니다.

당시 감사원은 '4대강 정비 사업이' 어떻게 착수됐는지 들여다 봤는데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필요한 수심 6m를 고집했고, 이에 대한 근거나 지시내용이 타당한지 기술적인 분석 없이 마스터플랜이 수립됐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또한, 수질 개선대책을 세울 때 COD(화학적 산소요구량)를 제외한 BOD(생화학적 산소 요구량)만 수질 개선 목표로 설정해, 조류농도 증가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점도 당시 감사에서 확인됐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4대강의 재자연화(보 해체)는 네 번째 감사 결과가 바탕이 됐습니다.

오늘(20일) 발표된 다섯 번째 감사로 4대강의 재자연화, 즉 보 해체는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입니다. 환경부는 이번 감사결과를 근거로 보 해체 결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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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wakeu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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