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복에 방사능 없어"…억대 빚더미 신안어부의 호소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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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오염수 방류, 어민들 폭망' 같은 무분별한 플래카드에 어민들만 희생당합니다. 제발 멈춰주십시오. 신안 수산물 안전합니다."
전라남도 신안군에서 전복 양식장을 운영하는 정영규씨(62세·남)의 말이다.
진도군 주민 최모씨는 "전복 양식장이 최대로 많은 이곳에서도 오염수 공포심에 요즘은 아예 사 먹지 않는다"며 "가격이 30% 정도 떨어져서 너무 싸다 싶은 정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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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오염수 방류, 어민들 폭망' 같은 무분별한 플래카드에 어민들만 희생당합니다. 제발 멈춰주십시오. 신안 수산물 안전합니다."
전라남도 신안군에서 전복 양식장을 운영하는 정영규씨(62세·남)의 말이다. 19년간 양식장 사업을 해 온 정씨는 올해가 최대 위기라고 했다. 지난 5월부터 매출이 40% 준 데다 전복 가격도 폭락해서다. 정씨의 양식장에는 지난해 9월~10월 출하돼야 했던 약 1억5400만원 상당의 전복 7톤이 아직도 재고로 남아있다.
결국 정씨는 운영하던 직판장을 지난 16일 폐업했다. 월세와 전기세 등 월 200만원에 달하는 유지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정씨는 "직판장에서 매달 400~500㎏ 정도 팔렸는데 지금은 80㎏도 안 팔린다"며 "5년 전부터 수요가 서서히 감소하다가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에 이젠 완전히 바닥을 쳤다"고 말했다.
정씨에게 남은 것은 전복과 빚뿐이다. 정씨는 "재고가 안 팔려 현금이 안 들어오는데 사료비와 인건비 등 지출은 계속 발생한다"며 "사업하면서 올해 처음 빚이 생겼다. 빚만 1억8000만원으로 내년에도 이 상황이 지속되면 파산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이 안심하고 수산물을 먹을 수 있게끔 정부가 유도해야 한다"며 "출하되는 제 전복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강력히 해달라. 국민들이 안심하고 드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19일 KAMIS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당 전복 가격은 지난달 기준 평균 3만2730원에 거래됐다. 지난 1월 대비 11.7% 떨어졌다. 전복 가격은 지난 1월 3만7089원을 시작으로 △2월 3만6492원 △3월 3만4689원 △4월 3만3534원 △5월 3만2729원 등으로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소비자들도 이를 체감하고 있다. 진도군 주민 최모씨는 "전복 양식장이 최대로 많은 이곳에서도 오염수 공포심에 요즘은 아예 사 먹지 않는다"며 "가격이 30% 정도 떨어져서 너무 싸다 싶은 정도"라고 했다. 그는 "비쌀 때는 4만~5만원이던 전복 10미(尾)를 엊그제 2만7000원에 샀다"며 "이렇게 팔면 사룟값은 나올까 걱정될 정도로 낮은 가격"이라고 했다.
전복을 세는 단위인 '미'는 1㎏에 전복이 몇 마리 들어가느냐를 뜻한다. 10미라고 하면 1㎏에 10마리가 들어간다는 뜻이다. 숫자가 작을수록 오래 자란 큰 전복이다.
진도군 관계자는 "전복 양식장은 투입 비용이 크다"며 "바다에 띄우는 가두리 제작 비용으로 수억 원이 들어가고 종잣값에도 매년 수천만 원씩 쓰인다. 2만7000원에 팔면 유지가 안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격이 하락한 것은 소비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도 소비 둔화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신안군전복협회 관계자는 "원전 오염수 보도가 쏟아지니까 이제는 재고가 쌓이고 있다"며 "최소 2~3년은 소비 절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오염수 방류 전인데도 전복 수요가 낮은 상황"이라며 "업주들이 기기로 방사능 오염 정도를 측정해서 소비자들에게 보여주는 등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실체가 없는 두려움과 싸우고 있는 모양새"라며 "명확한 증거를 갖고 먹을지 안 먹을지 판단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신안(전남)=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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