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4대강단체가 보해체 위원선정"…文정부 김은경 장관 수사요청
"잘못된 측정자료 토대 경제성 평가…文정부 국정과제 시한 위해 강행"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기자 = 문재인 전임 정부 시절 금강·영산강의 보 해체 결정이 이뤄진 과정에 '4대강 사업 반대 시민단체'가 개입했고, 이를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이 지시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20일 나왔다.
감사원은 이날 공개한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관련 감사 보고서'에서 이같이 지적한 뒤 지난 1월 김 전 장관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이 4대강 보 해체 여부를 논의하는 관련 위원회에 4대강 사업 반대 인사를 채워넣어 편향된 심의가 이뤄졌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아울러 환경부가 보 해체의 경제성 분석도 불합리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최종적으로 금강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는 완전 해체, 금강 공주보는 부분 해체,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는 상시 개방됐다.
이번 감사는 '4대강국민연합'이 2021년 2월 공익감사를 청구해 시작됐다. 이 단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이 대표로 있다.
"전문위원 58%가 시민단체 추천…'4대강 찬성' 전문가는 제외요청"
환경부가 2018년 11월 보 처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4대강 조사·평가단 내에 각각 구성한 전문위원회와 기획위원회가 이번 감사의 핵심이다.
전문위원회는 관련 부처와 유관 기관 등의 추천을 받은 43명의 민간 위원으로 채워진다. 또 기획위원회는 이 43인 중 선정한 8명의 민간위원 및 환경부 공무원 7인 등 15명으로 꾸려졌다.
김 전 장관의 지시로 43명의 전문위원 중 25명(58.1%)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A 시민단체가 추천한 인사들로 선정됐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기획위원회 민간위원 8명도 모두 A 단체가 추천한 인사들로 구성됐다.
4대강 사업에 반대했던 181개 시민단체가 모여 발족한 A 단체는 4대강 사업 실패한 국책 사업이고, 4대강은 재자연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김 전 장관은 4대강 조사·평가단의 B 팀장에게 A 단체의 의견을 받아 전문위를 구성하라고 지휘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아울러 B 팀장은 이 과정에서 각종 유관기관과 단체 등으로부터 전문위원으로 추천받은 169명 이상의 전문가 명단을 A 단체에 전자메일을 통해 유출했다.
A 단체는 전문가 명단에서 4대강 사업에 찬성·방조했다고 판단한 전문가들을 표기해 전문위원에서 제외할 것을 요청했다.
실제 A 단체가 제외를 요청한 41명은 모두 전문위원에 선정되지 않았다.
4대강 조사·평가단장은 A 단체 개입을 인지하고도 별도 조치를 하지 않았다.
기획위원회는 2019년 2월 4차 회의에서 세종보·죽산보 완전 해체 등 보 처리 방안을 마련했고, 환경부는 이 방안을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2021년 1월 보 처리 방안을 최종 의결했다.
감사원은 "보 처리 방안을 마련할 위원회를 구성할 때는 4대강 사업 찬반 어느 한쪽의 의견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위원을 선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전 장관, 당시 4대강 조사·평가단 팀장 및 단장 C에 대해 올해 1월 검찰에 수사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또 한화진 현 환경부 장관에게 B 당시 팀장에 대한 주의를 요구했고, C 당시 단장의 비위 내용을 통보해 이를 인사 자료로 활용하라고 통보했다.
"국정과제 시한 지키려고 잘못된 경제성 평가 강행"
4대강 조사·평가단의 보 해체 경제성 평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 당시 설정된 국정과제 시한(2019년 2월까지 보 처리 방안 마련)을 지키기 위해 잘못된 경제성 평가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당시 경제성 평가에는 B/C(비용 대비 편익 비율) 분석이 사용됐다. 보 해체 시의 소요 비용과 기대 편익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B/C 값이 1.0을 넘어야 보 해체 경제성이 있는데, 이 경우 보를 해체키로 한 것이다.
결국 B/C 값이 1보다 크게 나온 세종보·죽산보는 완전 해체, 공주보는 부분 해체, B/C값이 1보다 작게 나온 백제보·승촌보는 수질·수생태계, 물 활용성, 인식·선호에 대한 평가 결과를 종합 검토해 상시 개방키로 결론이 나왔다.
당시 B/C 분석을 할 때는 미래의 '보 해체 후' 상태를 추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보 설치 전'과 '보 개방 후'의 측정 자료를 활용해야 했다.
그러나 '보 설치 전'(2005년∼2009년) 측정 자료는 4대강 사업에 따른 대규모 준설로 변한 하천 형상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수질 개선 편익의 지표인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측정값이 난분해성 오염물질 유입으로 2007년∼2020년 증가 추세를 보였던 점도 고려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 "일부 보의 경우 보 설치 전 측정 자료가 없어서 보에서 멀리 떨어진 지점(공주보 1.5㎞ 상류, 죽산보 6㎞ 상류)을 측정 자료로 활용했는데 이를 토대로 보 해체 후 상태를 모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 개방 후' 자료도 실제 보 개방 기간이 짧아 그 효과를 확인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고, 오염물질 유입과 같은 외부 영향의 보정 등도 필요했다.
감사원은 "환경부는 자료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한 과학적·합리적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보 설치 전' 측정 자료를 사용했다"고 언급했다.
B/C 값의 산정 방법·기준을 미리 정해두지 않아 회의를 열 때마다 B/C값이 10배까지 차이가 나기도 했다.
감사원은 환경부 장관에게 "국책사업과 관련해 기초자료가 적정 수준으로 확보되지 않아 합리적 의사 결정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확인됐음에도 시한을 이유로 이를 강행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며 주의를 요구했다.
아울러 충분한 기초자료에 근거한 과학적·객관적 분석 결과가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에 적절하게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d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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