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고맙다" 日기업 2분기 3600억엔 '꿀 이득'...언제까지 누릴까 [김경민의 도쿄 혼네]

김경민 2023. 7. 20. 13:5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6월기 20개 주요 기업이 엔저로 3600억엔 추가 이익
자동차가 가장 큰 혜택, 도요타 등 7개사 2665억엔 증익
반면 소매, 항공 등 내수 기업에겐 엔저 역풍
최근 엔고 조짐도 있어 미래 불투명
"엔저 고맙다" 日기업 2분기 3600억엔 '꿀 이득

【도쿄=김경민 특파원】 역대급 엔저(엔화 가치) 효과를 본 일본 주요 기업들이 2·4분기(4~6월) 3600억엔(약 3조2700억원)에 달하는 추가 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와 전자 등 수출 기업들이 쏠쏠한 환율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최근 엔화 방향성이 요동치면서 기업들의 환율이 대응이 어려워지고 미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엔 떨어지면 450억엔 더 버는 도요타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일본 주요 수출기업 20개사를 대상으로 달러화 대비 엔화 약세 영향을 추산한 결과 2·4분기에 3584억엔의 영업이익 증익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됐다.

조사 대상 20개사는 업종별로 자동차 7개사·정밀기계 7개사·전자제품 3개사·중공업 기계 3개사 등이다.

혜택이 가장 큰 업종은 자동차다. 엔저 효과로 7개 완성차 대기업의 영업이익이 2665억엔(약 2조4213억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 중 업계 1위 도요타 자동차는 2024년 3월기(2023년 4월~2024년 3월)의 환율을 1달러당 125엔으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달러 대비 1엔의 엔저가 발생하면 예상했던 것보다 연 450억엔의 영업이익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혼다도 도요타와 같은 수준인 환율 전제(1달러=125엔)를 설정했다. 최근 양사의 자동차 생산이 회복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엔저 영향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유로화 대비 엔저 또한 가속화하는 추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유럽향 판매가 많은 기업도 장밋빛 실적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정밀기계 대기업 7개사는 약 130억엔(약 1180억원) 이르는 추가 이익을 엔저에 따른 유로화 효과로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이들 업체가 달러에서 누린 50억엔(약 454억원) 증익 효과를 웃돈다.

사무 광학기기 전문업체인 리코는 유로화 대비 1엔의 엔저가 영업이익을 연 10억엔(약 91억원) 끌어올린다. 유럽향이 연결 매출액의 30% 남짓을 차지하는 올림푸스도 엔저가 플러스로 작용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엔저 고맙다" 日기업 2분기 3600억엔 '꿀 이득

엔저 그만! 역풍 기업도...출렁이는 엔화 불확실성

상장사 전체로 보면 엔화 약세는 실적 플러스에 기여한다. 다이와증권에 따르면 달러화와 유로화가 각각 1엔 하락할 경우 2023년도 주요 기업의 이익을 0.5% 증가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이와증권은 환율 전제를 1달러당 130엔, 1유로당=140엔으로 가정할 경우 올해 일본 상장사의 이익이 전년대비 2.8%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소매, 항공 등 내수 관련 기업들은 엔화 약세로 수익이 줄고 있다. 식품 수입업체인 고베물산은 엔저에 따른 수입 비용이 늘어나 채산성 악화를 겪고 있다. 누마타 히로카즈 고베물산 사장은 "엔저가 장기화된다면 상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엔저도 곧 방향성을 바꿀 것이란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현재의 환율 움직임은 매우 불안정하다는 게 외환시장 업계의 진단이다.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지난 6월 30일 1달러당 145엔까지 엔저가 진행됐다가 이달 14일에는 137엔까지 다시 방향을 틀었다. 현재 기업들의 3월기 상정 레이트(기업들이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환율을 예상한 범위)를 보면 371사 중 50%에 해당하는 190사가 '1달러=130엔'으로 설정하고 있다.

닛케이는 "일본 기업들의 실적 시즌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환율 상정 레이트의 설정을 둘러싸고 기업의 대응이 어려워졌다"고 우려했다.

일본에는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 문화가 있습니다. 혼네는 진짜 속마음이고, 다테마에는 밖으로 보여주는 겉마음입니다. 개인보다는 조직·사회적 관계를 중시하는 일본인들은 좀처럼 혼네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보는 일본은 다테마에의 파편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