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 미군 가족들 “조용한 외톨이였는데… 왜 그랬나 모르겠다”

박선민 기자 2023. 7. 2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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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판문점을 통해 월북한 트래비스 킹 이등병의 할아버지 칼 게이츠가 19일(현지 시각) 위스콘신 러신의 자택에서 손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AP 연합뉴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한 주한미군 장병에 대해, 그의 가족들은 일제히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19일(현지 시각) AP통신에 따르면 월북한 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23) 이등병의 가족들은 그를 “성경 읽기를 즐겼던 조용한 외톨이”로 기억했다. 미국 위스콘신 남동부에서 자란 킹은 한국에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조국을 위해 봉사하는 것에 들떠 있었다고 한다. 킹의 외할아버지 칼 게이츠는 “트래비스가 제정신이라면 그런 일을 일부러 벌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트래비스는 착한 아이다. 누구를 해치려 하지 않고 스스로를 해치려 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월북한 트래비스 킹 이등병의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킹은 주변에 월북과 관련해 딱히 어떠한 암시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킹이 한국인 폭행 혐의로 군사재판을 받기 위한 본국 송환을 앞두고 심리적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했지만, 가족들은 이 역시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가족들은 킹이 친하게 지냈던 친척이 최근 숨진 게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봤다. 킹의 외숙모 라케이아 나드는 “킹은 7살짜리 내 아들과 친했는데, 올해 2월 아들이 희소 유전질환으로 숨져 킹이 크게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했다. 외삼촌 칼 게이츠도 “킹이 내 아들의 죽음에 크게 상심했었다”고 전했다.

18일 월북한 주한미군 장병과 함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던 뉴질랜드 관광객이 월북 사건 발생 직전 찍은 사진. 붉은 점선속 남성이 트래비스 킹 이등병이다./AP 연합뉴스

앞서 킹은 지난 18일 오후 3시27분쯤 경기도 파주 JSA를 안보 견학 목적으로 방문했다가 MDL을 넘어 월북했다. 당시 그는 JSA의 한미 장병들이 저지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선을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킹과 함께 견학을 했던 뉴질랜드 관광객 사라 레슬리는 “투어가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킹이 갑자기 정말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틱톡에 올리기 위해 어리석은 장난을 치는 건 줄 알았는데, 그때 군인 중 한 명이 ‘저 사람 잡아’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했다.

레슬리는 캐주얼한 청바지와 티셔츠의 사복 차림을 하고 있던 킹이 돌연 파란색 건물 사이의 좁은 통로를 따라 약 10m를 달린 뒤 국경을 넘어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황은 단 몇 초만에 끝나 아예 월북하는 킹을 보지 못한 관광객도 많다”며 “대부분 충격을 받았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기만 했다”고 했다.

이번 월북과 관련해 미국은 북한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커린 잔피에어 미 백악관은 “미군이 자발적으로 허가 없이 국경을 넘었다”며 “현재 미 국방부가 북한 카운터파트와 이 문제에 대해 대화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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