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한 채 지어보겠다고 귀농했는데…제발 시신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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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억! 우리는 어쩌라고아이고, 못 살겠네. 어디까지 흘러가셨어요."
지난 15일 경북 예천군 은풍면 금곡2리 지경터 마을에서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실종된 김모씨(67)의 아내 A씨(65)가 20일 오전 경북 예천군 풍양면 삼강교 아래서 낙동강을 바라보며 오열하고 있었다.
"넉넉하지는 않더라도 서울에 집 한 채 장만하고, 세 식구 행복하게 살도록 부지런히 일하던 양반이에요." 아내 A씨는 연신 눈물을 훔치며 황톳빛으로 변한 낙동강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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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 못떠나고 망연자실…해병대원 참변 소식에 더 애통
(예천=뉴스1) 공정식 기자 = "억! 억! 우리는 어쩌라고…아이고, 못 살겠네. 어디까지 흘러가셨어요."
지난 15일 경북 예천군 은풍면 금곡2리 지경터 마을에서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실종된 김모씨(67)의 아내 A씨(65)가 20일 오전 경북 예천군 풍양면 삼강교 아래서 낙동강을 바라보며 오열하고 있었다.
그러다 강물에 옷자락 같은 물체가 떠내려가자 화들짝 놀라 "저기 아버지 아니냐?"라며 아들에게 빨리 확인해 보라고 소리쳤다.
실종 닷새가 지나도록 발견했다는 소식이 없자 가족들은 '제발 시신이라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실종된 김씨는 2년 전쯤 귀농했다. 지경터 마을은 전체 44가구 중 30가구가 귀농·귀촌인으로 구성됐을 정도로 귀농·귀촌으로 북적이던 곳이었다. 최근 10여 년간 살기 좋은 동네로 입소문을 탔다.
건축 일을 하면서 아내와 아들 하나, 세 식구 오순도순 살아온 그에게 귀농은 인생 2막의 출발이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드는 일이었다.
"넉넉하지는 않더라도 서울에 집 한 채 장만하고, 세 식구 행복하게 살도록 부지런히 일하던 양반이에요." 아내 A씨는 연신 눈물을 훔치며 황톳빛으로 변한 낙동강을 바라봤다.
김씨는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지경터 마을을 여러 번 방문해 꼼꼼히 둘러보고, 마음에 든 땅을 처음엔 아내 몰래 웃돈을 주고 샀다고 했다.
이후 여러 번 핀잔을 들으면서도 아내를 설득한 끝에 마침내 허락받아 땅을 가꾸고 집을 지을 수 있는 허가도 받았다. 서울에서 매주 내려올 수 없어 컨테이너를 가져다 놓고 본격적인 집 지을 준비를 했다.
"한평생 남의 집만 지어주다 노년에 자기 손으로 직접 집 한 채 지어 나중에 아들이 손주 데리고 찾아올 집을 준비하겠다고 좋아했는데…내년이면 그 집을 지을 수 있게 됐는데…." A씨의 눈에 또 눈물이 흘렀다.
김씨는 지난 15일 새벽 1시쯤 폭우와 산사태로 컨테이너가 부서지며 변을 당했다.
아내 A씨는 전날에도 금천, 내성천, 낙동강이 만나는 삼강교를 찾았다가 수색 나간 해병대원의 실종 소식을 듣고 울음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돌아갔다.
그는 "실종자 수색하다 젊은 군인이 참변을 당했다니 자식 키우는 부모로서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닷새 아니라 5년이 걸리더라도 제발 우리 애 아버지 좀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흐느꼈다.
jsg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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