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과 여당 대표, 수해 피해도 문 정부 탓?
윤희석 대변인 "전정부 겨냥은 아냐…준설 지적"
민주당 "전정부 탓하지 말라" 유승민 "대통령부터 사과해야"
국민의힘 "정부여당 도의적 책임 있다고 생각"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 정부 여당 책임자들이 수십명이 사망한 이번 수해 피해 책임을 두고 문재인 정부 물관리 문제를 언급해 또 전 정부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것이냐는 반발이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0일 오전 국회 본관 228호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서울 양천구 대심도 빗물 저류 배수시설을 직접 살펴보고 온 점을 들어 “내리는 비의 양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나, 물을 관리하고 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것은 가능한 일”이라며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는 빗물을 모으는 초대형 지하 저수로를 조성하여 도시로의 침수를 예방하고 있다”고 '물관리론'(치수론)을 거론했다. 김 대표는 “서울에서도 2010~11년 큰 물난리를 겪고 당시 오세훈 시장이 당시 주요시설 7곳을 대심도 빗물터널을 만들 계획을 만들었으나 그후 시장이 바뀌면서 어이없게도 사업이 전면 백지화되고 당시 양천 한 곳만 추진 되었는데, 재난 재해는 과학의 영역이지 독단의 맹신이나 이념의 영역은 결코 아니다”라며 강조했다.
이어 김 대표는 “지난 정부 중단된 신규 댐 건설을 재개하고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재해 예방사업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하여 사업의 신속성을 제고하는 한편, 4대강 사업 이후 방치당해왔던 지류 지천 정비사업도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해 4대강 지류 지천 정비사업까지 소환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시작 전에 “최근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유명을 달리하신 희생자 분들과 호우 산사태 실종자 작업도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해병대원의 명복을 빌며 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묵념을 진행하겠다”며 묵념을 했다. 김기현 대표는 “어제 집중 호우 피해지역에서 실종되었던 해병대 장병이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며 “삼가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에게는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혀 여권으로는 처음 사과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물관리 문제를 거론하며 한화진 환경부 장관을 질타한 것으로 알려져 지난 정부 책임론을 제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9일 오전 브리핑에서 '어제(18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물관리 제대로 못할 거면 국토부에 다시 넘기라는 등 환경부 장관 질타성 발언이 좀 나왔는데 국무회의 비공개 발언 등을 더 소개해 줄 게 있느냐'는 질의에 “어제 마무리 발언 중에 물관리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는 했”다며 “'물관리가 지난 정부 때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넘어갔는데, 그렇게 되면 환경부에서 조직도 새로 정비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지 않나' 그런 취지의 얘기는 나왔다”고 답했다.
대통령과 당 지도부가 전 정부 탓하기로 책임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국민의힘은 꼭 그런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열린 백브리핑에서 '김기현 대표가 이날 물 관리로 피해를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수해피해에 전 정부에 물관리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이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꼭, 지난 5년을 얘기한 것은, 5년 동안 치수관리를 잘못했다고 그랬다는 것 보다는, 예를 들어 미호천의 경우 준설 같은 것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수해 관련한 환경에 대해 제대로 못했다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답했다.
'직접적으로 수해 피해의 원인이었다는 건 아니라는 거냐, (김 대표 발언은 전 정권이) 준설 등 물관리를 제대로 안해서 수해 피해를 안했다고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재차 질의하자 윤 대변인은 “전 정권을 겨냥한 특별한 뉘앙스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환경부로 물관리를 일원화한 것을 꾸준히 지적하고 있는데, 당이 국토부 일원화를 검토하는 것이냐'는 질의에 윤 대변인은 “오늘 논의하지는 않았는데, 일단 환경부에서 물관리 관련해서 조직도 개편한다는 입장이 나왔기 때문에 진행상황을 보고, 당에서는 물관리를 통해 그동안 혼선이 있거나 미진한 입장으로 정리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기현 대표의 사과 발언과 묵념을 한 것과 관련해 '여기에 수해피해에 대해 여당의 책임이 포함된 것이냐'는 질의에 윤희석 대변인은 “국정운영을 맡고 있는 정부 여당 입장에서 아무리 자연재해라 할지라도 피해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 당연히 도의적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번 수해 피해에 윤석열 대통령도 인명과 재산 피해를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질의에는 윤 대변인은 “제가 대통령님까지 언급하기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해병대 병사가 실종됐다가 숨진 것에 대한 책임자 문책도 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보느냐는 SBS 기자 질의에 윤희석 대변인은 “지금 해병대 수색활동 중 이뤄졌기 때문에, 활동을 마친 것도 아니어서 질책이나 책임소재를 밝히기 위한 활동을 언급하기 앞서서 희생되신 분들에 대한 애도하는 마음이 먼저”라며 “이후에 진행상황을 보면서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전날 백브리핑에서 '현 정부에서 수해가 발생했는데, 현 정부와 여당 책임이 있다고 보느냐'는 미디어오늘 질의에 “수해 관련해서 문제제기된 사안들에 대해 국무조정실에서 이미 조사에 착수했고,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며 “문제가 있으면 반드시 책임 묻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고 답했다.
한편,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에서는 현재 발생한 수해를 전 정부에 떠넘기지 말라고 비판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수해로 인한 가슴 아픈 인명피해에 '대통령으로서 인명피해를 막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은 책임을 느끼고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해야 하지 않느냐”며 “그래야 일선 공무원에게도 영이 서고 책임을 물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유 전 의원은 “고작 '대통령으로서 마음이 무겁다'는 이 말에 공감과 배려, 대통령이라는 자리의 무한책임은 보이지 않는다”며 “사과에 너무나 인색하고 남탓만 하는 대통령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고 비판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오전 국회 본관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재난은 현재 상황”이라며 “정부와 여당은 재난의 원인을 현 정부의 위기대응시스템의 문제에서 찾지 않고 과거 정부 탓으로 돌리거나 남 탓을 하지 말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재난까지도 전 정부의 탓으로 돌리려 하는 정부의 모습에서 국민들은 실망한다”며 “피해를 당한 국민들을 진정 걱정하는 자세도 아니고, 피해 복구에 최선을 다하는 책임 있는 자세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똑같은 폭우 상황에서 전라북도 군산시는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나지 않았고, 청주에서는 많은 인명 피해가 난 점을 들어 박 원내대표는 “차이는 딱 하나”라며 “지자체 공직자들이 철저하게 대비하고 경계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다. 그래서 인재”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인재를 명확하게 인정하고, 그에 따른 원인을 정확히 밝히고, 복구와 수습이 끝난 뒤에 책임질 사람들은 책임을 지게 하는 것, 이것이 재발을 막는 굉장히 중요한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석 같은 당 정책위의장은 회의에서 “대통령이 재난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라 남 탓과 책임 회피의 컨트롤타워가 되고 있다”고 비유했다. 김 위의장은 윤 대통령의 환경부 장관 물관리 문제 질타를 두고 “책임 회피용”이라며 “환경부 금강홍수통제소는 오송 사고 4시간 전에 홍수경보를 발령했고, 2시간 전에는 교통 통제를 요청했으나 지자체, 경찰, 소방이 안 움직인 것, 군산과 청주 지자체별로 결과에 차이가 난 것 또한 결국 대통령실이 못 챙긴 책임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 위의장은 “역대 정부가 추진하고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대선공약이었던 물관리 일원화를 끄집어낸 것도 전 정부을 탓하려는 저의”라며 “민주당이 도시 하천 침수 방지를 위해서 낸 수해방지특별법을 정부 과제로 채택하고도 반 년 이상 손 놓고 있는 윤석열 정부부터 자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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