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복귀 임박한 류현진의 숙제 [이창섭의 MLB와이드]

한겨레 2023. 7. 2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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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의 MLB 와이드]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 연합뉴스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돌아온다.

류현진은 작년 6월 왼쪽 팔꿈치 인대 접합술, 일명 토미 존 수술을 받으면서 기나긴 재활 시간이 시작됐다. 복귀까지 최소 1년이 소요되는 투수의 토미 존 수술은 끈기와 인내심이 요구된다. 많이 보편화하면서 수술 성공률은 높아졌지만, 공백기가 길기 때문에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술로 꼽힌다. 게다가 류현진은 30대 중반 나이에 두 번째 토미 존 수술을 받게 되면서, 과연 돌아올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더해졌다.

류현진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선수다. 이번에도 혹독한 재활 시간을 이겨내면서 어느새 메이저리그 문턱에 와 있다. 이 과정에서 체중을 13.6kg이나 감량할 만큼 복귀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큰 수술을 받은 투수는 복귀 과정이 다소 복잡하다. 공을 던진 지 오랜 시간이 흘러서 순차적으로 몸 상태를 끌어올린다. 간단한 평지 훈련을 거친 뒤 불펜 피칭을 통해 천천히 예열한다. 여기서 문제가 없으면 실제 타자를 두고 투구하는 라이브 피칭에 돌입한다. 투구 수를 조절하면서 실전 경기에 나올 수 있는 몸 상태가 돼야 비로소 재활 등판이 이루어진다.

재활 등판은 부상 정도에 따라 경기 수가 다르다. 류현진은 1년 넘게 이탈했기 때문에 급하게 일정을 진행하기 어렵다. 이에 류현진은 가장 레벨이 낮은 루키리그 경기부터 등판했다. 5일(한국시각) 치러진 루키리그 경기 등판에서 3이닝 1실점을 기록, 나흘 뒤 싱글A 경기에서는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4이닝 동안 투구 수는 불과 37개였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투수답게 하위 리그에서는 주도적으로 경기를 끌고 갔다.

하위 리그 경기는 더 이상 등판할 이유가 없었다. 토론토도 더블A를 건너뛰고 곧바로 트리플A 재활 등판(16일)에 내보냈다. 메이저리그보다 한 단계 아래인 트리플A는 메이저리그에 준하는 투구를 해야 하는 곳이다. 트리플A 벽을 넘지 못하고 메이저리그 승격에 실패한 선수들이 부지기수로, 류현진도 앞선 두 경기보다는 실력 발휘를 해야 했다.

이날 경기에서 류현진은 5이닝 1실점으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1회 피홈런이 있었지만, 추가 실점은 하지 않았다. 탈삼진은 5개, 사사구는 없었으며, 투구 수는 66개로 적당했다. 66구 중 46구를 스트라이크로 던지면서, 스트라이크 비중이 69.7%였다. 참고로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통산 스트라이크 비중은 65.1%, 올해 메이저리그 평균 스트라이크 비중은 63.9%다. 이는 류현진이 공격적인 투구로, 마이너리그 타자들에게 ‘기싸움’에서는 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단 류현진은 트리플A 재활 등판을 한 차례(21일) 더 가진다. 토론토는 류현진이 지금보다 완벽하게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 회복 속도는 빠른 편이지만, 무작정 빠른 복귀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 결국 남은 과제는 투구 수와 포심 패스트볼 구속이다. 선발로서 80개 이상의 공을 던질 수 있어야 하며, 지난 등판에서 나왔던 포심 패스트볼 구속보다는 더 올라와야 한다. 류현진은 직전 등판에서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시속 87.9마일(141.5㎞), 최고 구속이 시속 89.8마일(144.6㎞)에 머물렀다. 80마일 후반대 구속으로도 타자들을 상대할 수는 있지만, 경쟁력이 높아지려면 구속을 시속 90마일(144.9㎞)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야 류현진도 본인이 메이저리그에서 해왔던 투구를 그대로 이어갈 수 있다.

류현진의 복귀전은 아직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만약 재활 등판을 한 경기만 더 나서게 되면 7월말 복귀가 유력하다. 토론토는 7월말에 LA 다저스와 LA 에인절스,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만난다. 다저스는 류현진의 친정 팀, 에인절스는 오타니 쇼헤이와 한일 맞대결, 볼티모어는 올해 신흥 강호로 떠오른 지구 라이벌이다. 어느 팀을 만나더라도 의미가 있다.

토론토는 선발진이 견고한 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불안 요소가 없는 건 아니다. 1선발 케빈 가우스먼이 최근 옆구리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선발진의 유일한 좌완 기쿠치 유세이는 기복이 심하고, 상위 선발진을 맡아주던 알렉 마노아는 위력을 상실했다. 이에 토론토는 시카고 컵스 선발 마커스 스트로먼을 노리고 있지만, 스트로먼 영입전은 상당히 치열할 전망이다.

선발진에 먹구름이 끼어 있는 상황에서 류현진이 돌아온다. 과연 류현진은 우리가 기억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적어도 지금까지 복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우리가 기억하는 류현진이었다.

이창섭 〈SPOTV〉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pbbl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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