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에서 '킹기정'으로" 김기정 수원시의회 의장[인터뷰]
옥천 출신으로 지역 텃새 심한 수원서 '5선', 부의장 거쳐 의장에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김기정 경기 수원시의회 의장은 20일 "전문성 있는 정책의회로 시민에게 힘이 되는 의회가 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이날 취임 1주년을 맞아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의회는 의회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조례를 제·개정하고, 실질적인 정책제안으로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내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2004년 초선으로 수원시의회 입성한 김 의장은 지난해 치러진 6·1지방선거에서 5선에 성공했다. 제12대 수원시의회 최다선인 그는 충북 옥천이 고향으로, 지역 텃새가 심한 수원에서 정치권 문을 두드린지 20년 만에 전국 최대 규모의 기초의회를 이끄는 수장에 오른 것이다.
김 의장은 평의원 시절에 집행부 사이에서 이른바 '저승사자'로 불릴 정도로 날카로운 의정활동으로 유명했다. 그에게 최근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바로 '킹기정'이다. 이는 유행어로, 한 분야를 평정한 인물을 빗댈 때 이름 앞에 '킹'이란 수식어를 쓴다.
김 의장이 시의회를 대표하는 의장으로서 지역사회 곳곳을 부지런하게 다녀 붙여진 호칭이다.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수원시의회 유튜브 계정에 들어가면 크고 작은 행사장을 바쁘게 누비는 등 광폭행보에 가까운 그의 일상을 만나볼 수 있다.
김 의장은 "시의회가 엔데믹과 함께 새롭게 달리는 수원을 만들어가고자 한다"며 "시민의 대의기관으로 신속히 문제를 파악하고, 대안이 필요한 곳에서는 의회가 먼저 움직이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의장과 일문일답.
-의장에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소회가 어떤가.
"언제나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주시는 수원시민들에게 먼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지역 현장에서 시민들과 소통을 나누며 쉼 없이 의정활동에 여념이 없는 선배, 동료 의원들에게도 감사하다. 수원시의회는 지난해 7월 개원 이후 올해 6월까지 조례안 165건, 동의안 55건, 예산안 24건 등 275건 안건을 처리하는 등 적극적인 입법활동을 수행했다. 특히 '수원시 어린이 보호구역 및 통학로 교통안전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 등 삶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조례를 제·개정했다. 2023년도 본예산 심의에서는 '수원시 주민참여예산'을 삭감하며 시 집행부가 사업목적에 맞게 예산을 집행했다."
-평의원 시절에 '저승사자'로 불렸는데, 요새는 '킹기정'이란 별명까지 생겼다.
"보직이 없이 평의원으로 활동하던 때는 오로지 업무로 일했다. 그런데 지금은 5선이고, 의장까지 맡게 되니까 웬만큼 의회가 운영되는 사정을 다 알게 된다. 또 의회에 새로 입성한 초선 의원들과 의회사무국에서 일하는 직원들 중에서도 제 자식처럼 젊은 사람들이 많다. 이에 예전과는 좀 차이가 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의장으로서 거리감이 느껴지는 모습보다 젊은 친구들을 비롯한 시민들과 함께 하는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기존 운영하던 SNS와 함께 새롭게 짧게 만드는 릴스와 같은 영상도 찍어 올리게 됐는데 시민들께서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고향이 충북 옥천이다. 비수원 출신으로서 의장에 오른 비결을 꼽는다면.
"수원이란 지역사회가 지연은 없는데 학연이 참 세다. 그동안 시장직을 맡아왔던 분들만 봐도 대부분 수원지역 고등학교 출신이다. 이 때문에 수원 사람이 한 발짝 뛰면 표시가 나지만, 우리와 같은 비수원 출신은 몇 발자국을 떼야지 그 사람을 따라가게 된다. 또 '공든탑이 무너진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우리는 100번 뛰어도 한 번 잘못하면 회복하기 어렵다.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저는 주어진 인연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지금도 의장직을 수행하면서도 행사장에 인원이 몇 명이 있든지 잘 안 빠지고 여건이 되면 다 간다. 주변에서는 '몸 생각도 해라', '굳이 그럴 필요가 있냐' 등 말씀도 해주시지만 저는 안 가서 후회하는 것보다 내가 몸이 힘들더라도 좀 이겨내려고 한다. 이렇게 의정활동을 하면 누군가는 이해해줄 것이라고 믿고 초선 때부터 꽤 열심히 해왔던 것 같다."
-제12대 수원시의회가 출범한 지 1년이 됐다. 그동안 추진한 성과가 뭔가.
"지난해 수원시의회 사상 최초로 '공공기관장 임용후보자 정책검증 청문제도'를 도입해 임용후보자 전문성과 자질을 검증하기 시작했다. 올해 3월에는 ‘정책검증청문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정책검증 청문회는 기관장 임용후보자가 비전을 갖고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경영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고 있다. 앞으로도 시스템을 계속 보완해갈 계획이다. 정책담당관을 신설해 ‘정책의회’로 발돋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했다. 지난해 정책예산TF팀을 신설한 데 이어 올해 3월 31일 정책1·2팀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수원시의회 1호 정책제안을 '행궁동 공방거리 주변 지역경제 활성화'로 제안한 이유는.
"행궁동은 행리단길이 시민은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사랑받는 공간이다. 하지만 바로 그 인근에 위치한 공방거리는 상대적으로 침체돼 있다. 그 이유와 관련해 시의 사업집행에 아쉬운 점들이 있다. 의회가 직접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선 공방거리를 찾아오시는 분들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부터 고민했다. 공방거리 활성화를 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화장실과 주차장을 확대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1호 정책제안'에 담아 집행부에 제출했다."
-초선의원 비중이 과반 이상을 차지한다.
"스피치, 조례 제·개정, 윤리강령 등 의원 역량을 개발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한다. 올해 3월에는 수원시에서 처음으로 '2023 수원특례시의회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주민참여예산 토론회도 열어 전문가와 시민 의견을 경청하는 시간을 가졌다. 6월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강의도 마련했다. 시민들의 궁금증에 최대한 정확한 답을 드리고, 문제해결 방법을 찾으려면 의원들이 먼저 알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의원연구단체 활동도 연중 진행하고 있다."
-'5선 의장'으로서 의정활동에 철학이 무엇인가.
"2004년 제7대 수원시의원을 시작으로 20년간 정치를 해오고 있다. 저는 정치에 정치를 더하고 싶지 않다. 정치에 행정을 더하고 싶다. 정책의회를 추구하는 것도 정책제안을 통해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싶어서다. 지금까지도 저는 초선 시절의 초심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지나고 나서 하지 못한 일에 대해 후회하지 말고 주어진 자리에서 '후회 없이 일하자'고 다짐한다. '명분', '원칙', '소신'을 정치철학으로 삼아 시민들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는 정치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남은 기간 동안 반드시 이루고 싶은 정책이나 과제가 있다면.
"공공기관장 임용후보자에 대한 정책검증 청문제도를 계속 보완·발전시켜 갈 계획이다. 현재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청문회를 한다는 사실만으로 시가 임용후보자 추천에 더 신중해졌고, 후보자들도 더 꼼꼼하게 채용 절차를 준비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의장으로서도 자율성과 책임성 있는 지방의회로 더 나아가기 위해 지역 문제를 지방의회가 주민들과 함께 주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도록 '지방의회법' 제정에도 더욱 힘쓰겠다."
☞공감언론 뉴시스 pj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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