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미호천교 임시제방이 차량 통로?…'층 다지기'도 안지켜 부실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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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의 원인으로 꼽힌 미호강교 임시 제방(둑)이 하천공사 표준시방서에 맞지 않게 부실 시공된 의혹을 낳고 있다.
행복청이 만든 시방서를 토대로 A건설은 새 교각을 설치하기 위해 기존 제방을 허물고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7일까지 임시 제방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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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 "임시제방이라도 제기능할 수 있게 만들고 관리·감독해야"
행복청 "법적 문제없게 공사, 제방 설계대로 시공했는지 조사중"
[청주=뉴시스] 김재광 기자 = 충북 청주시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의 원인으로 꼽힌 미호강교 임시 제방(둑)이 하천공사 표준시방서에 맞지 않게 부실 시공된 의혹을 낳고 있다.
20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에 따르면 행복청이 발주한 '오송~청주(2구간) 도로확장공사'는 A건설이 맡아 진행하고 있다.
행복도시에서 오송역, 경부고속국도(청주나들목), 청주공항 등을 연결하는 광역도로망 구축 사업으로 2018년 공사에 들어갔다.
사업비는 752억 원을 투입해 1.2km 구간을 4차로에서 6차로로 넓히고 미호천교를 확장·신설하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행복청이 만든 시방서를 토대로 A건설은 새 교각을 설치하기 위해 기존 제방을 허물고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7일까지 임시 제방을 쌓았다.
이 제방은 평소 공사용 중장비가 드나드는 통로로 사용됐고, 공사 업체는 장마철에는 미호천이 인근 농경지로 흘러들지 못하게 '쌓았다', '허물기'를 반복한 것으로 알려진다.
제방이 터져 농경지 침수 피해를 본 궁평2리 이모(55)씨는 "교각 상판을 만들기 위해 굴삭기, 덤프트럭 등 중장비가 임시 제방을 진출입로로 수시로 드나들었다"며 "건기 때는 제방을 허물고 공사를 진행했고, 우기가 도래할 때쯤 모래를 쌓고 천막으로 덮어 제방을 다시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천공사 표준시방서에 따르면 지반경사가 급한 곳에 흙으로 제방을 쌓으려면 지반이 뒤로 밀리거나 무너지지 않도록 0.5~1m 간격으로 계단식 층을 만들어 롤러로 표면을 견고하게 다지는 '층 따기' 작업을 해야 한다.
강이나 초지 주변 제방은 두께가 최대 30㎝ 이상 나도록 층을 다져 하천물에 쓸려나가지 않도록 튼실하게 설계하도록 돼있다.
제방쌓기 재료는 일반적으로 흙을 사용하되 일반도로와 달리 물의 침투방지를 위해 점토와 실트(모래보다 작고 점토보다 큰 토양입자)를 혼합한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제방공사를 한 업체는 표준시방서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고 임시제방을 허술하게 쌓은 의혹을 받는다.
층따기 작업은 하지 않았고, 제방에 사용한 흙도 마사토 재질로 쌓고 비닐 막으로 허술하게 덮었다는 게 마을 주민과 감리 등 전문가의 견해다.
궁평 1리 임모(67)씨는 "미호천교 주변은 무심천과 미호천이 만나는 합수머리 지점으로 장마철 미호천 수위가 급상승하면 침수 피해의 우려가 항상 존재하는 곳"이라며 "제방이 터졌다는 건 제구실을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건설회사 한 감리는 "임시제방이라도 시방서에 맞게 제방이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게 공사의 기본"이라며 "부실 공사로 제방이 터졌다면 업체와 관리감독을 해야 할 발주처도 책임을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행복청 관계자는 "법적인 하자 없이 점용허가를 받아 공사했고, 제방 '층 다짐' 작업을 시공계획서대로 했는지 여부는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오전 임시제방이 폭우로 늘어난 유량을 견디지 못해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궁평1, 궁평 2리 양 갈래로 쏟아져 나온 강물은 300~400m 떨어진 궁평2지하차도로 삽시간에 들어찼다.
당시 하천수 6만여t이 밀려들어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물에 잠겼고 14명이 숨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kip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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