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방문했다면 “일회용컵 버리지 말고 반납하세요”

제주도, 세종과 함께 일회용컵 보증금제 실시
공항·재활용센터 등 99곳 공공회수기 확대
환경단체 “특정지역 실시 한계…전국·전면시행”

제주공항 내 일회용컵 회수기. 박미라 기자

재활용도움센터 내 일회용컵 회수기. 박미라 기자

18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3층 출발장 2번 게이트 인근. ‘오멍가멍 에코존’ 간판 아래 다회용컵 반납기 3대와 일회용컵 반납기(회수기) 1대가 나란히 놓여있다. 관광객들이 제주를 떠나기 전 카페 등에서 구매해 사용했던 일회용컵과 다회용컵을 반납할 수 있도록 설치된 것이다. 1개당 다회용컵은 1000원을, 바코드가 붙은 일회용컵은 300원의 보증금을 돌려받는다.

일회용컵 회수기 앞에서 휴대전화에 미리 깔아둔 자원순환보증금 앱을 열고 개인 바코드와 컵에 부착된 바코드를 차례로 스캔했다. 바코드 인식이 완료되니 곧바로 음료를 구매할 때 지불했던 일회용컵 보증금 300원과 탄소중립포인트 200원이 앱에 적립됐다.

같은 날 오후 오라동에 있는 재활용도움센터. 제주도는 최근 마을 곳곳에 있는 재활용도움센터에 일회용컵 반납기를 설치하고 있다. 제주에서만 운영하는 재활용품 중간 집하장인 재활용도움센터는 요일과 시간에 관계없이 수시로 재활용 쓰레기를 배출할 수 있는 곳인 만큼 컵 회수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제주도는 보고 있다. 일회용컵 반납이 가능한 공공반납처와 시행 매장은 자원순환보증금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광지인 제주도가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제주도는 공공반납처를 확대하는 등 분투하고 있지만 제주와 세종이라는 특정지역에 한해 시행되는 제도라는 점에서 안착하는데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공공반납처를 지난 1월 49곳에서 99곳으로 확대했다고 19일 밝혔다. 제주도청과 제주시청, 주민센터, 대형마트, 공항과 터미널 이외에도 제주에만 있는 재활용품 집하 시설인 재활용도움센터 67곳에 무인반납기를 설치했다. 올해 말까지 추가로 50여개를 설치할 예정이다.

제주에서는 지난 4월부터 제주 프랜차이즈 점주협의회가 보이콧을 철회하고 동참을 선언한데다 지난달부터는 미이행 업소에 대한 단속도 이뤄지면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보증금제는 전국이 아닌 제주와 세종이라는 특정지역, 전국에 가맹점을 100개 이상 둔 프랜차이즈 사업장에 한해 시행된다는 점에서 관광객과 도민이 제도를 인지하고 동참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제주공항 도착장에서 만난 박모씨(35·인천)는 “1년에 한번 제주여행을 오다보니 다회용컵을 주는 곳이 있는 것은 안다”면서도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처음 들어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3~4일 컵가디언즈가 컵 줍깅을 진행해 분석한 결과 길거리에 버려진 일회용컵 689개 중 보증금제 대상 프랜차이즈컵이 368개였고, 이중 보증금제 라벨이 붙어있는 컵이 85개에 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제주도는 특정 업체에만 보증금을 부과해 제도의 실효성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대상 사업자를 제주지역 전 커피 판매점으로 확대하는 조례 제정을 추진 중에 있다. 현재 제주지역 내 커피 판매점 3394개 중 일회용컵 보증금제 대상 매장은 493곳(다회용컵 포함)이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보이콧하던 업체들이 동참하고 공공반납처도 늘어나면서 일회용컵 회수율도 점차 높아지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하지만 공항과 항만에서 아무리 홍보한들 관광객들이 사는 지역에는 없는 제도인 만큼 보증금제를 제대로 알기에는 한계가 있다. 제도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전국적인 시행, 전면 시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카페에서 음료를 일회용컵에 구매할 경우 보증금 300원을 내고 컵을 반환할 때 보증금을 다시 돌려받는 제도로, 지난해 12월2일부터 제주와 세종에 한해 시행 중이다. 일회용컵의 회수율을 높이고 재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