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 시급하다는 케리 요청, 시진핑이 묵살"-NYT

정윤영 기자 2023. 7. 20.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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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제 3자 지시 안 받을 것"…"기후엔 정치·이념 논쟁 없어야"
존 케리 미국 기후 특사가 19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실시하고 있다. 2023.07.19.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존 케리 미국 기후 특사가 중국에 방문,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중간 협력이 시급하다고 밝혔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묵살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는 19일(현지시간) "케리 특사가 중국 베이징에서 사흘간 회담을 통해 더욱 강력한 기후 행동을 약속하도록 설득하려했지만, 시진핑 주석이 이 요구를 묵살했다"고 전했다.

케리 특사는 중국이 더 빠르게 탄소 배출량을 줄이도록 압박하고 화석 연료인 석탄의 사용을 신속하면서도 단계적으로 중단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지난 16일 기후 대응을 위해 중국에 방문했다.

이번 일정에서 케리 특사는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판공실 주임과 리창 총리, 시에젠화 중국 기후변화 특별 대표 등과 회담을 실시했지만, 시 주석과의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 시진핑 "제 3자 지시 안따를 것"…케리 "美, 중국 압박 가능하단 생각해선 안돼"

케리 특사는 이번 방중 기간 중국 측과 '지구의 평균 기온을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섭씨 1.5도 이상 상승시키지 않겠다'는 목표를 포함해 여러 분야에서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다만 케리 특사는 '석탄 사용'을 둘러싼 대화가 가장 어려웠다면서 중국이 석탄 사용을 줄이고 석유 및 가스 유정과 탄광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줄이기 위한 계획을 실행하도록 촉구했지만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케리 특사가 중국을 방문해 고위급 회담을 진행하던 지난 17~18일. 중국에서는 생태 및 환경 보호에 관한 전국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이 회의에는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 전원과 당·정·기관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는데, 시 주석은 "기후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경로와 수단, 그리고 속도와 강도는 다른 사람들의 지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케리 특사는 미국이 중국에 더 많은 공약을 강요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면서 "우리가 여기에(중국) 쳐들어와 사람들을 압박하기 시작하면 안 된다. 우리는 상대와 이야기하고, 관계를 구축하고, 이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이익에 기반한게 무엇인지 근거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케리 특사는 미국과 유럽도 여전히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그것을 인정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누구에게 무엇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을 따르는 데 관여하고 있다. 우리는 경제를 마비시키지 않는 선에서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그러면서 "무의미한 목표가 담긴 합의보다는 확고한 합의 없이 중국을 떠나는 것이 낫다. 이 대화는 상당히 격렬 할 것"이라면서 "우리가 새로운 지평을 열지 않으면 기후 위기의 '괴물'을 길들이는 것이 훨씬 더 어려워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중 첫 대면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전문가들 "미중 기후 대화, 관계 안정화 위한 작은 승리" 긍정 평가 케리 특사의 이번 방중을 둘러싸고 전문가들은 대화가 시작했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의 에너지 정책을 연구하는 조지타운 대학교의 조안나 루이스 교수는 미국이 단순히 중국의 탈석탄을 압박하는 것이 아닌, 재생 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에너지 안보와 전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방침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건설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은 다른 어떤 국가도 달성하지 못한 수준의 재생 에너지를 대규모로 진행하기 위한 국가적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의 톰 우드루프 선임 연구원도 케리 특사의 방중에 대해 "미중 관계의 안정화를 위한 작은 승리"라고 평가했다.

또한 중국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당국이 기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케리 장관을 중국에 초청한 것은 미국과의 긴장을 완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에반 메데이로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중국에 가장 중요한 관계인 미중 관계가 자유 낙하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관계를 과장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 것은 데탕트와는 거리가 멀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편 중국은 기후 공약을 이행해야할 필요성을 그간 거듭 강조했고 최근 몇 년간 청정 에너지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실제 리커창 전 총리는 퇴임하기 직전 중국 입법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에 올해 정부의 우선적 과제는 '청정 에너지 연구 및 개발'이라고 명시했다.

그 결과 중국의 태양광 발전량은 전 세계 모든 국가를 합친 것보다 규모가 더 크고, 풍력 발전량과 전기차 분야에서도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 정점, 2060년 이전 탄소중립'이라는 목표가 무색하게 석탄 수입·배출량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에너지 안보'를 언급하기 시작하면서 당국은 신규 석탄 발전소 승인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석탄 부족으로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다. 사진은 중국 내몽골 바오터우시의 한 공장 뒤편에 석탄발전소의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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