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밖 소아암 환자도 집 근처에서 진료를’…전국 5개 소아암 거점병원 육성
서울 밖 소아암 환자가 거주지 근처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5개 권역에 ‘소아암 거점병원’을 육성한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충남권 충남대병원, 호남권 화순전남대병원, 경북권 칠곡경북대병원, 경남권 양산부산대병원, 경기권 국립암센터 등 5개 의료기관을 ‘소아암 거점병원’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 병원은 지역암센터·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등 공공의료 수행기관으로서 소아혈액종양 전문의가 있고 조혈모세포 이식이 가능한 인프라를 갖췄다.
정부가 마련한 진료모형은 3가지다. 화순전남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 충남대병원(병원 내 전담팀)은 소아암 전문의를 중심으로 입원전담의사나 촉탁의사, 소아감염과 소아내분비 등 타분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협력한다.
칠곡경북대병원(지역 개방형)처럼 지역 내 대학병원(영남대병원·계명대 동산병원 등)이 많은 지역은 대학병원 내 소아암 전문의와 소아암 치료 경력이 있는 지역 병·의원의 전문의가 거점병원 진료에 참여한다.
강원도처럼 소아암 전문의가 없는 취약지에는 경기 고양 국립암센터 소속 의사가 주기적으로 방문해 후속진료를 지원한다. 지역 거점병원에서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수술팀을 갖춘 수도권 병원이나 양성자치료기 보유 병원인 국립암센터에서 치료한 후 지역 거점병원으로 회송해 후속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소아암 환자는 매년 1300명 이상 발생한다. 소아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86.3%로 전체 암 환자(71.5%)보다 높지만 완치까지 1∼2년간 집중치료가 필요하다.
최근 수도권 외 지역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전공의 구인난이 심각해지면서 현장 의료진은 “소아 진료체계가 무너지기 일보 직전”(백희조 화순전남대 소아청소년과 교수)이라고 전했다. 소아암 전문의는 전국에 69명뿐이며, 이 중 43명은 수도권에서 근무한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확보율은 2020년 68.2%에서 지난해 27.5%로 떨어졌다.
이날 복지부 브리핑에 참석한 백 교수는 “현재 남아 있는 의사 인력의 주말·야간 업무가 과도해져 인력의 이탈 위험도 큰 상황”이라며 “집안 형편이 괜찮으면 서울로 가도 되지만 그렇지 못한 환자들도 지역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들 병원에 신규 의사인력 채용 비용 등을 지원한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의대 정원 증원의 효과가 나려면 1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현재를 버티기 위해서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실현 가능한 진료체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면서 “공공정책 수가, 지역·필수의료 가산제 등 보상체계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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