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조각에 車 카메라 긁혀도 저절로 복구? 이기술 머지 않았다는데
앞으로 출시될 자동차에는 다양한 카메라와 센서 등이 기본으로 4~5개 안팎은 들어갈 예정이다. 이 중 하나라도 차로를 달리다가 돌이나 아스팔트 파편에 렌즈 등의 표면이 긁히면 차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 고성능 ‘라이다’의 경우 현재 부품 하나가 수백만원에 달해 비용도 많이 들수 밖에 없다. 이런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신소재 기술 중 하나가 ‘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이다.
고분자 소재가 표면에 발라진 부품의 경우 균열이나 흠집이 나도 스스로 복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미 일부 자동차 기업들은 차체 표면에 흠집이 났을 때 열만 가하면 복구가 되는 기술 등을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한발 더 나아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상온에서 저절로 흠집이 복구되는 게 현대차가 개발 중인 기술이다. 특히 2~3년 안에 실제 상용화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나노(nano) 테크데이 2023′ 행사를 열고, 이 기술을 포함해 나노 크기의 오일 캡슐을 고속으로 작동하는 전기차 모터 등에 넣어 윤활유 역할을 하도록 하는 기술, 자동차나 건물 유리창을 대체할 수 있는 투명 태양전지 기술 등을 20일 선보였다. 나노는 10억분의 1m로 ,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에 해당한다. 이런 단위에서 물질을 합성하거나 배열을 재조합해 새로운 특성을 가진 소재를 만드는 것을 나노 기술이라 한다.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 기술의 경우 빠르면 올해 상용화 예정이다. 나노 크기의 오일 캡슐이 든 고분자 물질을 전기차 모터나 각종 부품 표면에 발라 두면, 강한 마찰이 생겼을 때 부품에 손상이 생기는 대신 이 캡슐이 터져서 오일이 부품에 발라진 것처럼 윤활유 역할을 하는 원리다. 지금도 전기차 주요 부품은 수입 윤활유 등으로 고분자 코팅을 하는데, 이르면 올해부터 이 기술을 통해 20~30% 정도 윤활유 구입에 드는 비용을 절감도 할 수 있다. 협력업체 등을 통해 국산화도 준비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전기차에서 엔전의 구동력을 바퀴에 전달하는 드라이브 샤프트 부품에 이 기술을 적용해 양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모터나 감속 기어에도 적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란 소재를 이용해 만든 투명 태양전지는 자동차 유리를 대체하는 걸 목표로 한다. 현재 상용화된 태양전지는 불투명하기 때문에 자동차 지붕이나 건물 옥상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주로 배치됐다. 하지만 이 소재는 투명한데다, 발전 효율도 좋아 장기적으로 창문을 대체할 수 있는 전지로 쓰일 수 있다.
현대차그룹뿐만 아니라 주요 대학이나 에너지 기업이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200㎠ 짜리 투명 태양 전지로 1.5W 전력을 만들 수 있는 기술까지 개발했다. 전용 면적 85㎡ 짜리 아파트 창문을 이 투명 태양전지로 교체했을 때 한달 간 사용하는 전력의 약 60%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대량 생산과 투명도를 더욱 높이는 게 상용화까지 남은 난관이다.
센서 없이 압력만으로 사용자의 생체신호 파악하는 ‘압력 감응형 소재’도 이날 공개했다. 자동차 의자에 앉았을 때 가해지는 압력만으로 사람의 몸이 닿은 부위만 따뜻하게 만들어 열 손실을 줄인다. 튜브모양의 나노크기 탄소 집합체인 ‘탄소나노튜브’ 소재를 썼다. 시트에 사람이 앉아서 압력이 가해지면 시트 안 탄소나노튜브끼리 접촉해 미세한 전류가 발생하고, 그때 열이 생기는 원리를 썼다. 이 소재를 자동차 시트에 들어가는 스펀지에 발라 자동차에 활용한 것이다.
투명 복사 냉각 필름은 자동차 유리에 붙였을 때 실내를 시원하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 기존에 창문에 붙이는 필름은 외부 열 차단만 가능하지만, 이 필름은 열을 차단할 뿐만 아니라 원래 갖고 있던 열을 외부로 방출까지 한다. 현대차·기아가 실제 실험해보니 기존 일반 열 차단 필름을 바른 경우와 비교해 이 소재를 썼을 때 자동차 온도가 최대 7도까지 내려갔다. 상용화할 경우 여름철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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