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 하락에 작년 가구당 순자산 사상 첫 감소
가계 순자산 중 부동산 비중 74.6%…전년 대비 0.6%p 하락
국민순자산, 2.2% 증가한 2경380조원…통계 편제 이후 증가율 최저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지난해 부동산 가격 하락 영향으로 가구당 순자산(금융자산+비금융자산)이 사상 처음으로 줄었다.
경제주체들이 보유한 전체 순자산, 이른바 국부(國富)도 2.2% 늘어나는 데 그쳐 통계 편제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가계·비영리단체 순자산 사상 첫 감소…가구당 5억2천71만원
한은과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2022년 국민대차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가구당 순자산은 5억2천71만원으로 추정됐다.
2021년 말(5억4천301만원) 보다 4.1% 줄었다.
국민대차대조표 통계에서는 가계 부문만을 따로 추계하지 않기 때문에 이 가구당 순자산액 추정액은 '가계 및 비영리단체' 전체 순자산(1경1천237조원)을 추계 가구수로 나눈 값이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산은 전년보다 2.8%(317조8천억원) 감소했다.
전체와 가구당 가계 및 비영리단체 순자산이 감소한 것은 제도 부문별 순자산 편제가 시작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자산 종류별로는 1년 사이 주택자산을 중심으로 비금융자산이 302조7천억원 감소했고, 금융 순자산도 15조1천억원 줄었다.
현금·예금이 151조4천억원 증가했으나 주가 하락 등으로 지분증권·투자펀드가 151조8천억원 감소한 영향이다.
작년 말 기준 가계 및 비영리단체 순자산의 구성 비중을 보면 ▲ 주택 5천728조원(51.0%) ▲ 주택 이외 부동산 2천651조원(23.6%) ▲ 현금·예금 2천290조원(20.4%) ▲ 보험 등 1천545조원(13.8%) ▲ 지분증권 등 982조원(8.7%) 순이었다.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이 가계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75.2%에서 지난해 74.6%로 축소됐다.
국민순자산 2.2% 증가 그쳐…주택 시가총액 343조원 감소
가계 및 비영리단체뿐 아니라 금융·비금융법인, 일반정부의 순자산을 모두 더한 '국민순자산'은 지난해 말 2경380조원에 이르렀다.
1년 전(2021년 말)보다 441조5천억원(2.2%) 늘어 역대 최대를 경신했지만, 증가율(2.2%) 자체는 지난 2008년 통계 편제 이후 가장 낮았다.
국민순자산 규모는 명목 국내총생산(2천162조원)의 약 9.4배로, 배수가 전년(9.6배)보다 낮아졌다.
국민순자산 증가율(2.2%)이 명목 GDP 증가율(3.9%)을 밑돈 탓이다.
국민순자산 증가 폭이 둔화한 것은,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비금융자산의 명목보유손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국민순자산의 증감 요인을 보면 자산순취득(거래요인)은 2021년 325조9천억원에서 지난해 275조5천억원으로 소폭 축소되는 데 그쳤다.
그러나 거래 외 증감에서 '명목보유손익'이 2021년 1천357조5천억원 이익에서 74조3천억원 손실로 전환했다.
명목보유손익이 손실을 나타낸 것은 지난 1998년(-140조2천억원) 이후 처음이다.
김민수 한은 경제통계국 국민대차대조표(B/S) 팀장은 "지난해 거래 요인에 해당하는 자산순취득은 큰 변화가 없었으나 주택자산을 중심으로 자산가격이 하락하면서 명목보유손익이 큰 폭의 이익에서 손실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부동산 자산(1경4천710조원)은 1년 전보다 34조9천억원 감소하면서, 전체 비금융자산에서 부동산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77.1%에서 지난해 75.8%로 줄었다.
주택가격 하락으로 지난해 전체 주택 시가총액(6천209조원)이 1년 전보다 342조8천억원(5.2%) 줄어든 탓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배율도 1년 새 3.1배에서 2.9배로 낮아졌다.
건물을 뺀 토지만 보면 토지자산은 1.1% 감소하면서 작년 말 토지 자산의 GDP 대비 배율(4.9배)도 전년(5.1배)보다 하락했다.
지난해 전체 비금융자산 가격은 0.4% 하락했다. 비금융자산 가격이 하락한 것 역시 지난 1998년(-4.1%) 이후 처음이다.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건설자산 가격 상승률이 큰 폭으로 둔화한(+8.2%→+1.1%) 가운데 토지가격이 하락전환(+8.1%→-2.2%)한 영향이다.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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