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 AI 부상, 수많은 기자와 크리에이터 도태된다?
1839년 사진기 발명 이래 수많은 산업 종사 화가들 밀려나
일부 초상화 화가, 생계 어려울 때 부업사진 찍으며 변화에 적응
"불필요한 논쟁보다 실용적 입장에서 새로운 기술을 수용해야"
"기자 직군 중, 인공지능 도입 가능해 보이는 영역은 칼럼"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1839년 루이 자끄 망테 다게르가 처음으로 사진기를 발명한 이래 당시 수많은 산업에 종사했던 화가들이 밀려났다.”
“문장과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작성하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부상한다면, 이번에는 수많은 기자들과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도태될 수 있다. 미드저니와 같은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이 사진 기자를 밀어내고, 챗GPT와 같은 문장 생성인공지능이 칼럼니스트를 밀어낼 수 있다.”
17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해외 미디어 동향, 챗GPT : 미디어의 기회인가, 위기인가?' 보고서에서 이상덕 매일경제 실리콘밸리 특파원은 '인공지능 프리드먼의 등장과 미디어의 미래' 주제로 글을 썼다.
지난해 말 챗GPT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여러 직업군 종사자들의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보고서는 1839년 사진기가 처음 발명된 걸 언급하면서 “하지만 역사는 늘 그렇듯,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의 사진 큐레이터이자 역사학자인 한스 루즈붐은 논문 '신화와 오해 : 19세기 사진과 회화'에서 신기술이 낡은 직업군을 밀어낸다는 고정관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분석한다”고 했다.
보고서는 “19세기 수많은 유럽인은 새롭게 등장한 사진기가 곧 초상화 화가를 산업에서 급속도로 밀어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초상화 화가는 그렇게 쉽게 떠밀리지 않았다. 루즈붐 교수는 '일부 초상화 화가는 그림 그리기만으로 생계가 어려울 때, 부업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면서 '당대 몇몇 화가들은 사진이 '예술의 죽음'이 될 것이라는 일반인들의 인식이 잘못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고 썼다.
보고서는 “만약 루즈붐 교수의 역사적 고찰대로 미래가 흘러간다면 수많은 기자들이 인공지능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날이 올 것”이라며 “카툰피플의 창업자인 사이드 라샤드는 '사진이 처음 발명되었을 때 신문, 광고, 디자인 회사 등에서 일했던 수많은 초상화 예술가가 직장을 잃었을지 모른다'면서 '사진이 예술인지 여부에 대한 논쟁은 나중에 다루어야 할 문제고, 당면한 과제는 인간이 기술을 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한마디로 불필요한 논쟁보다 실용적 입장에서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수용해야할지 바라보라는 의미다.
생성AI 발달로 기자가 하는 일 중 '칼럼니스트'의 역할이 가장 먼저 도태될 거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취재와 사실 확인을 거쳐 작성하는 스트레이트 기사는 누군가를 만나서 듣고 써야하는 영역이기에 아날로그에 가깝다”며 “하지만 관점에 따라 정보를 취사선택하고 독자에게 사실 이상의 의미를 전달하는 피처 기사나 칼럼은 디지털 방식을 닮았다. 이미 디지털 세상에 알려진 수많은 지식들을 분석하고 취사선택해 통찰력 있게 종합적으로 작성하는 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챗GPT3 학습 데이터의 92.7%가 영어 문장이고, 한국어 문장 비중은 0.02%에 불과하다. 즉 당장 기사 작성에 생성AI를 도입한다면 한국이 아닌 국제 분야에서 피처 또는 칼럼 기사를 쓸 것이라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챗GPT는 뉴욕타임스(토머스 프리드먼 , 머린도우, 데이비드 브룩스, 폴 크루그먼, 니콜라스 크리스토프)와 CNN(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조지 윌, 찰스 크라우타머, 유진 로빈슨), 월스트리트저널(페기 누안) 등 소속 칼럼니스트 글을 학습했다.
챗GPT를 사용해 '미국과 중국간 대립에 따른 신냉전의 부상'이라는 주제로 신문을 위한 칼럼 최소 1900단어 이상으로 형식과 내용에 맞춰 영어로 작성하라고 주문했다. 형식에는 △뉴욕타임스의 토머스 프리드먼의 문체를 사용할 것 △무역 통계를 활용해 작성할 것 △사실을 기반으로 한 유명 인사의 명언을 자주 인용해 작성할 것 △대졸자 이상 독자를 고려해 고급 어휘를 사용할 것 등을 넣었다. 내용에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벌어진 이유 △이로 인해 벌어진 블록주의 현상 진단 △인류를 위한 대응 방안 제시 등을 넣을 것을 주문했다.
보고서는 “챗GPT는 순식간에 200자 원고지 12매 분량 칼럼을 작성해 냈다. 이후 영한 번역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딥엘(DeepL)을 활용해 국문으로 전환했다. (칼럼 내용 기사 하단에 첨부) 인공지능이 아닌 칼럼니스트가 작성했을 법한 칼럼 한편이 완성됐다”면서도 “하지만 걸림돌은 또 있다. 사실 확인 작업이다. 인공지능이 작성한 글에서 오류는 얼마나 될까. 또 거짓 정보는 얼마나 포함돼 있을까. 팩트체킹은 저널리즘에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했다.
칼럼을 쓴 챗GPT는 유명 인사의 인용문 3건과 통계 데이터 3건을 각각 생성했다. 확인 결과 인용문은 모두 참이었지만, 통계는 3건 중 1건에 일부 오류가 있었다.
보고서는 “만약 이같이 200자 원고지 12매 분량의 기명 국제 칼럼 기사를 작성하려면 조사부터 작성까지 최소 2~3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하지만 챗GPT를 활용할 경우 프롬프트 정렬 및 입력부터 기사 생성까지 약 3~5분이 소요됐다. 다만 필자가 직접 쓴 글이 아니다 보니 팩트체킹에는 이 보다 더 긴 20분이 걸렸다. 30분 정도가 소요됐다”고 했다.
보고서는 “팩트체킹 과정에서 파악한 것은 인용문은 비교적 손쉽게 검색 및 확인이 가능했지만, 통계의 경우는 어려웠다. 챗GPT가 연도 구간별 평균치 등으로 통계를 제시하다보니 이를 일일이 파악하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인공지능을 미디어에 도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했다.
보고서는 “인공지능 칼럼니스트의 등장은 저널리즘에 충격을 안길 것이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칼럼 기사처럼 고도로 숙련된 저널리스트만이 다룰 수 있는 영역마저 그 문턱을 낮출 것”이라며 “어쩌면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 익숙한 일반인들이 자유자재로 칼럼을 작성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시대를 마주할지 모른다. 책이 필경사에서 벗어났고, 신문이 인쇄기 소유자에서 벗어났듯, 언젠가는 칼럼 역시 칼럼니스트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목: 미중 경쟁의 지정학적 함의: 그것이 나머지 세계에 의미하는 것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은 놀랍도록 생각을 맑게 한다”고 말한 바 있다. (1) 미국과 중국간 대안의 부재는 신냉전이라고 부르는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이러한 경쟁의 뿌리는 20세기 후반 중국이 경제 강국으로 부상한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의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중국의 야망도 커졌다. 중국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부상은 오랫동안 세계 경제 및 군사 강국이었던 미국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미국 정책 입안자들은 중국의 부상이 미국의 이익을 위협하고, 미국이 구축하고 유지해온 국제 질서에 도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미국과 중국이 일련의 무역 분쟁을 벌이면서 우려는 극에 달했다. 미국은 중국이 불공정 무역 관행에 가담하고, 미국의 지적 재산을 훔치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지배력에 도전할 수 있는 군대를 건설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 역시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중국의 주권을 훼손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중국 관리들은 미국이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들을 지원하고 중국이 분리 독립한 대만에 무기를 판매한 것을 비판했다.
이 같은 경쟁 심화는 탈세계화라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 국가들은 국경을 넘어 시장과 경제를 통합하는 과정인 세계화에 대해 더욱 경계하고 있다. 대신 많은 국가들이 해외 경쟁자보다 국내 생산자를 우대하는 정책을 채택하면서 내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데이터에도 반영돼 있다. 세계무역기구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08년까지 세계무역은 연평균 5.3% 성장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성장률이 연평균 1.5%로 둔화됐다. (2) 러한 성장 둔화의 주요 요인은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다. 두 나라는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며 무역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 중 하나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무역 장벽도 높아졌다. 예를 들어, 2018년에 미국은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은 1,1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며 보복했다. (3) 이러한 관세로 인해 양국 소비자들은 상품 가격이 더 비싸졌고, 미국과 중국 간의 교역이 감소했다.
무역 감소는 글로벌 경제 전반에 걸쳐 파급 효과를 가져왔다. 중국이나 미국으로의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경제에 타격을 입다. 예를 들어, 2019년 독일 경제는 6년 만에 처음으로 위축되었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대중국 수출 감소 때문이었다. (4)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양국 간의 신뢰 약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미국과 중국은 무역 전쟁, 홍콩 민주화 시위대에 대한 탄압, 중국 신장 지역의 위구르 무슬림에 대한 인권 침해 혐의 등 여러 가지 유명한 분쟁을 벌였다. 이러한 분쟁으로 인해 미국과 중국은 기후 변화, 세계 보건, 핵 확산과 같은 상호 관심사에 대한 협력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이자 세계 경제의 양대축인 만큼 이러한 협력의 부재는 전 세계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키신저가 말했듯이 대안의 부재로 인해 마음이 편해졌을지는 모르지만,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국제 정치 경제가 위험하고 불안정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미국과 중국이 상호 우려하는 문제에 대해 평화롭게 공존하고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미국과 중국, 그리고 전 세계의 이익에 부합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양국이 어려운 타협을 하고 최근 몇 년 동안 쌓인 불신과 적대감을 극복해야 한다. 또 어느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희생시키면서까지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존 에프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은 “두려움 때문에 협상을 하지 말자. 하지만 협상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5) 미국과 중국은 서로의 차이를 해결하고 공통점을 찾기 위해 건설적인 대화와 협상에 기꺼이 참여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현재의 대결과 확전의 길을 계속 걷기에는 그 대가가 너무 크다. 국제사회가 직면한 많은 도전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강대국 간의 안정적이고 협력적인 관계가 필요하다. 코피 아난 전 UN 사무총장이 “실수를 하려면 자유의 편에서 실수해야 한다”고 말했듯, 미국과 중국은 국제 질서가 대립과 갈등이 아닌 자유 협력의 원칙에 기반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6) 그래야만 모두를 위해 더 안전하고 번영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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