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당분간 우크라서 싸우지 않을 것···아프리카로 새 길 간다”

선명수 기자 2023. 7. 2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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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고진, 반란 후 처음으로 동영상 등장
벨라루스 야전 캠프서 용병들에게 연설
“현재 우크라 전선은 치욕, 개입 안 해”
MI6 수장 “푸틴, 위기 모면 위해 거래”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AP연합뉴스

지난달 러시아에서 무장 반란을 일으킨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당분간 바그너 그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지 않을 것이며 “아프리카로 새 여정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19일(현지시간) 바그너 그룹과 연계된 텔레그램 채널에는 프리고진이 벨라루스의 한 기지에서 용병들에게 연설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게시됐다. 지난달 23~24일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한 후 프리고진이 영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NN은 이 영상이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남동쪽으로 약 80㎞ 떨어진 소도시 아시포비치에 마련된 바그너 용병들의 임시 캠프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영상에서 프리고진은 용병들에게 “벨라루스 땅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우리는 당당하게 싸웠고, 러시아를 위해 많은 일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우리가 개입할 필요가 없는 치욕”이라며 전쟁을 책임지고 있는 러시아 군 수뇌부를 재차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기량을 온전히 증명할 순간을 기다릴 것”이라며 “우리가 수치를 당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을 때 (우크라이나) 특수군사작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고진은 용병들에게 “아프리카로의 새로운 여정”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분간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지 않는 대신 아프리카에서의 사업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바그너 그룹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말리 등 아프리카 및 중동지역 13개 국가에서 분쟁에 개입하며 이권을 챙겨왔다. 권위주의 정권이나 반군에 무기와 병력을 지원하는 대가로 해당 국가의 광산 채굴권이나 항구 이용권 등 이권을 얻어온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이들과의 관련성을 부인해 왔지만, 바그너 그룹은 러시아가 해당 국가에 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효율적인 수단이기도 했다. 반란 실패 후 한 때 ‘철수설’이 돌기도 했으나 이들은 여전히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바그너 그룹, 아프리카선 여전한 존재감…중아공 개헌 투표 관여할 듯
     https://www.khan.co.kr/world/europe-russia/article/202307171028011

19일(현지시간)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된 동영상에서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벨라루스의 야전 캠프에서 용병들에게 연설하는 모습이 담겼다. AP연합뉴스

바그너 용병들은 반란 실패 약 3주만인 지난주부터 벨라루스로 속속 입국하고 있다. 벨라루스에서 무장 세력의 움직임을 추적해온 현지 단체 ‘벨라루스키 하준’에 따르면 현재 약 2000~2500명의 바그너 용병들이 벨라루스에 주둔하고 있다. 지난 11일 이후 382대의 바그너 군용 차량이 벨라루스로 진입한 모습도 포착됐다. 영국 가디언은 “바그너 부대의 벨라루스 이동은 반란 당시 러시아 정부와의 ‘합의’가 이제 이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앞서 프리고진은 반란 시작 하루 만인 지난달 24일 반란에 참여한 용병들에 대한 사면과 벨라루스행을 조건으로 러시아에서 병력을 철수하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합의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당시 합의를 중재했고, 이후 벨라루스 정부는 바그너 용병들이 머물 수 있는 임시 기지를 마련했다. 최근 벨라루스 국방부는 바그너 용병들이 자국 군인들을 훈련시키는 교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최근 푸틴 대통령은 반란 종식 닷새 만에 바그너 그룹 사령관 35명과 만난 자리에서 바그너 수장을 교체하는 대신 이들이 단일 부대로 계속 우크라이나에서 싸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선택지’를 제시했으나, 프리고진이 거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 ‘바그너 분열’ 노렸나? 푸틴, 프리고진 대신할 바그너 ‘새 수장’ 지목
     https://www.khan.co.kr/world/europe-russia/article/202307161628011

프리고진은 이날 연설에서 “(바그너 그룹은) 당분간 벨라루스에 머물 것”이라며 “벨라루스 군대를 세계에서 두 번째로 뛰어난 군대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영상에는 바그너 그룹의 창립자로 알려진 드미트리 우트킨이 용병들에게 연설하는 모습도 담겼다. 바그너 그룹의 이름은 그의 호출부호(콜사인)인 ‘바그너’를 따 만들어졌다. 우트킨은 용병들에게 “이것은 끝이 아니며,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작업의 시작”이라며 영어로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벨라루스 정부가 수도 민스크에서 남동쪽으로 약 80㎞ 떨어진 곳에 마련한 바그너 용병들의 임시 캠프.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MI6 수장 “푸틴, 위기 모면 위해 프리고진과 거래”

쿠데타를 시도한 바그너 그룹이 처벌받기는커녕 여전히 러시아군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영국의 해외첩보기관 MI6의 수장은 “푸틴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프리고진과 거래를 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리처드 무어 MI6 국장은 이날 체코 프라하 영국 대사관저에서 열린 강연에서 “푸틴은 어느 정도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며 “프리고진은 푸틴이 만든 창조물이었지만 푸틴에게 덤볐고, 푸틴은 프리고진에 맞서 싸우지 않았다. 그는 벨라루스의 도움으로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래를 했다”고 말했다.

무어 국장은 “프리고진은 지난달 24일 아침 식사 때는 반역자였고, 저녁 식사 무렵엔 사면을 받았으며, 며칠 뒤엔 크렘린의 티타임에 초대됐다”며 “(이 사건으로) 누가 들어가고(in) 누가 아웃(out)됐는지 MI6 국장조차도 해석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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