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수 예산 ‘예방 30%·복구 70%’ 기형… 막대한 피해 악순환

정철순 기자 2023. 7. 2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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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각종 피해를 양산하는 극한 호우가 빈번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지방하천의 홍수 대비 체계를 새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수도권 토목건축학과 교수는 "올해와 같은 폭우가 매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지자체 필요에 따라 집행되는 하천 예산에 대해 정부의 종합적 관리가 필요하다"며 "과거 기준으로 홍수에 대비할 것이 아니라 홍수 예방 예산을 새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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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방 중심의 대책 시급
국가·지방하천 정비율 차이 커
정부·지자체는 서로 네탓 공방
일부 지자체, 치수 관련 예산을
치적 위해 주변 경관 등 전용도
예산·인력 정부기능 강화해야
궁평 지하차도 합동 감식 20일 오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충북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지하차도 배수관을 합동감식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각종 피해를 양산하는 극한 호우가 빈번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지방하천의 홍수 대비 체계를 새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에 수해가 컸던 충청 지역은 장마가 시작된 지난 6월 25일부터 7월 18일까지 720.8㎜의 비가 내려 평년(237.4㎜)의 3배 수준을 보였다. 정부는 재난 대비 기준을 ‘100년에 한 번 발생할’ 빈도로 잡고 있는데, 지방하천은 ‘50∼200년’을 기준으로 하는 등 제각각이다.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에 지방하천 관리 권한을 줬던 관례에서 벗어나 중앙에서 예산·정비인력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홍수 피해 집중되는 지방하천 = 20일 환경부 하천일람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전국 하천은 3841개로, 73개의 국가하천과 3768개의 지방하천으로 구성된다. 중앙에서 모든 하천을 관리하기 어려운 만큼 지방하천의 정비·보수는 지방자치단체에 권한을 위임해 처리한다. 하지만 지자체는 정부로부터의 예산이 제때 내려오지 않는다는 입장이고, 정부는 예산집행 비효율성을 지적한다. 이런 가운데 지방하천의 정비 문제는 매해 지적됐고, 국가하천과 지방하천 정비율 차이는 매년 20% 안팎을 보였다. 2021년 말 기준 국가하천 정비율은 79.17%, 지방하천 정비율은 49.08%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에 참사 발생의 원인이 된 미호강 또한 지난해 국가하천으로 지정됐지만, 실질적인 정비는 지자체가 맡았다. 중앙정부는 통상 5대강 본류와 일부 국가하천 정비에 직접 관여하지만, 나머지 국가하천에 대해서는 예산 집행 후 정비 권한을 지자체에 넘긴다. 정부는 현실적으로 모든 하천에 개입하기 어려워 지자체에 권한을 위임하고 있지만, 할당된 예산 사용과 우선순위를 두고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미호강 홍수의 경우 홍수에 대비해 강의 폭을 넓히는 사업이 주변 도로·철도 사업에 밀려 8년간 지체되기도 했다.

◇재난복구에서 예방 중심 대책 필요성 = 통상 재해 발생 시에는 컨트롤타워 중요성이 강조되는데,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시기 기존 예상을 뛰어넘는 폭우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재해 발생 전 예방 단계에서도 정부 중심 기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통상 한국 치수 예산의 30%는 예방에, 70%는 복구에 사용된다. 선진국의 경우 이와 반대로 예방 비용이 복구비용을 넘는 경향이 크다. 익명을 요청한 수도권 토목건축학과 교수는 “올해와 같은 폭우가 매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지자체 필요에 따라 집행되는 하천 예산에 대해 정부의 종합적 관리가 필요하다”며 “과거 기준으로 홍수에 대비할 것이 아니라 홍수 예방 예산을 새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자체 예산 사용을 두고도 전문가들은 정부 개입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치수에 집중될 하천 정비 예산이 주민 편의 예산 등으로 돌려지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이다. 강부식 단국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지자체의 경우 단체장의 치적 쌓기 등으로 인해 주변 경관·교통사업에 더 집중하게 되고 치수대비 예산을 하천 경관 등으로 돌리는 경우도 있다”며 “정부가 예산을 승인하고 지자체에 맡기더라도 예산 사용 감독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철순·이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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