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극단 선택 교사, 학부모 4명에 시달림 토로”···유족 “학교 때문에 힘들다 했다”
당한 학생 부모가 강하게 항의”
학교 측, 떠도는 여러 의혹 일축
“숨진 교사, 학폭 업무 안 맡아
담임 학급 학폭 신고도 없었고
정치인 가족 재학설 사실 아냐”
유족 “극단적 선택 원인 밝혀야”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1학년 담임교사가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당 교사가 ‘학교폭력 업무를 맡았다’, ‘담당학급의 이전 담임이 학부모 민원으로 교체됐다’ 등 온라인에서 제기된 의혹 상당수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은 해당 교사가 평소 학교 업무로 힘들다는 얘기를 했다며 정확한 원인 규명을 요구했다.
2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숨진 교사 A씨는 동료 교사들에게 “특히 (학부모) 4명이 너무 힘들다”라며 학부모로부터 고충을 겪고 있다는 내용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교사노조 관계자는 “동료 교사 3명에게서 해당 내용을 확인했다”며 “학부모가 (학내 사건들이) 학교폭력이라고 주장하면서 갈등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A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교육계에서는 A씨가 학급 내 학생 간 갈등으로 인해 과도한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교사노조는 19일 성명서에서 “동료 교사에 따르면 지난주 고인이 맡았던 학급에서 학생끼리 사건이 있었다”며 “학생 B가 뒤에 앉아 있던 학생 C의 이마를 연필로 긁었다. 학생 C의 학부모는 이 사건을 이유로 교무실에 찾아왔고, 고인에게 ‘교사 자격이 없다’,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 거냐’라고 강하게 항의했다고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건이 해결된 뒤 사건 당사자 가운데 한 학부모가 알 수 없는 경로로 A씨의 개인 휴대전화번호를 입수해 전화를 여러 통 걸어왔고, A씨가 이 일로 힘들어하며 전화번호를 바꾸려 한 일도 있었다고 동료 교사가 서울교사노조를 통해 전했다.
다만 온라인을 통해 유포된 의혹 중 상당수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초등학교는 20일 학교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게재해 “부정확한 내용들은 고인의 죽음을 명예롭지 못하게 하며 많은 혼란을 야기하고 있어 바로 잡고자 한다”고 밝혔다.
입장문에 따르면 A씨는 학교폭력이 아닌 나이스(NEIS·교육행정시스템) 권한 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A씨는 본인의 희망에 따라 1학년에 배정됐으며, A씨가 담임을 맡은 학급은 올해 담임교사가 교체된 적이 없다. 해당 학급에서는 학교폭력 신고 사안이 없었으며, 학교폭력과 관련해 A씨가 교육지원청을 방문한 일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셜미디어 등에서 거론된 정치인의 가족은 해당 학급에 없었다.
해당 초등학교 교장은 입장문과 가정통신문에서 “돌아가신 선생님은 학생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 강한 모습으로 늘 웃으며 열심히 근무하셨다”며 “2022년 3월에 임용된 신규교사였지만 꿋꿋하게 열정을 보여주셨으며, 아침 일찍 출근해 학생과의 하루를 성실히 준비하시는 훌륭한 교사였다”고 했다. 이어 “모든 교직원은 사인이 정확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학교가 지원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2년차 교사인 A씨가 교사들에게 기피 업무로 꼽히는 1학년 담임과 나이스 관련 업무를 희망해 담당했다는 학교의 설명을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수경 전국초등교사노조 위원장은 “일반적으로 학교현장은 신규교사가 업무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며 “1학년은 학생 정보를 사전에 알 수 없는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교사들이 선호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나이스는 올해 개편되면서 일이 많아질 것이 예견돼 있어 기피업무였다”라고 말했다.
A씨의 외삼촌도 이날 오후 서울교사노조와 전국초등교사노조가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1학년 배치는 경험 많은 분한테 한다고 알고 있는데, 2년차에게 맡긴 것 자체가 민원에 내던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평소 (A씨의) 엄마 얘기를 들어보면 (A씨가) 학교 때문에 많이 힘들다는 얘기를 종종 했다고 한다”며 “근무하던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 그렇게 고통스럽게 내몬 원인이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져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초등학교의)입장문을 보니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식으로 나왔는데, 젊은 교사가 근무하다 왜 학교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는지 정확한 답이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인의 부모는 온라인상의 확인되지 않은 여러 글들에 대해서도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괴롭힘 등이 있었는지 아닌지는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며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전부 자세히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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