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부동산 '빨간불'에 증권사 임원 부른 당국 "리스크관리 강화"

백지현 2023. 7. 2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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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율 관리·충당금 확보·투자자 보호 요구
취약 증권사 집중 관리, CEO 면담 진행키로

금융감독당국이 증권사 부동산 및 대체투자 임원들을 소집해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해외 부동산 자산가치 하락으로 관련 펀드에서 손실 발생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당국은 증권사들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 관리를 비롯해 충당금 확보, 투자자 보호 장치 강화를 강조했다. 특히 취약 증권사들에 대해서는 관리방안을 제출받는 동시에 최고경영자(CEO) 면담을 진행할 방침이다.

20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증권사 부동산 익스포져 리스크관리 강화를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사진=금융감독원 제공

20일 금융감독원은 서울 여의도 본원 내 중회의실에서 황선오 금융투자 부원장보 주재로 증권사 최고리스크책임자(CRO)와 투자은행(IB) 담당 임원들을 소집해 부동산 익스포저 리스크관리 간담회를 개최했다. 참석한 증권사는 미래에셋·한국투자·메리츠·대신·삼성·하나·하이·다올·BNK·현대차 등 총 10곳이다. 이들은 증권사의 국내 부동산PF, 해외 대체투자 등에 대한 현황과 향후 관리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모였다.

황 부원장보는 모두발언을 통해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증권사 부동산 익스포저 부실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제기되고 있다"며 "현장의 의견을 들으면서 증권사 건전성을 제고하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도 당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의 최대 화두는 해외 부동산 투자다. 최근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미래에셋그룹 계열사인 멀티에셋자산운용은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를 개최해 2800억원 규모의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GFGC) 빌딩 대출 펀드 자산을 80~100% 상각하기로 결정했다. 2019년에 조성된 이 펀드는 중순위 상품으로, 멀티에셋운용을 비롯해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여러 증권사와 보험사, 은행 등이 투자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보증인인 골딩파이낸셜홀딩스 최대주주의 파산 등으로 빌딩 가격이 급락하자 선순위 대출에 참여한 싱가포르투자청(GIC)과 도이체방크가 빌딩 매각을 추진해 원금을 회수했다. 하지만 국내 금융사들과 자산가들이 뛰어든 중순위 대출은 자금 회수가 어려워진 상태다. 이밖에도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조성한 미국과 유럽 빌딩 투자 펀드도 자산 가격 하락 여파로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금감원은 증권사들에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 관리를 적극적으로 이행할 것을 주문했다.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돼 자산건전성을 추정손실로 분류한 부실채권에 대해서는 조속히 상각하고, 부실이 우려되는 PF 대출에 대해서도 외부 매각이나 재구조화 등을 추진하라는 설명이다. 또 PF 채무보증의 장기대출 전환도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충당금 확보에도 만전을 기울여달라고 했다. 사업 진행이 불투명한 브릿지론에 대해서는 부도율(PD)을 적용한 부동산 시장 상황과 향후 부실 확대 가능성을 반영해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해외 부동산 자산 가치가 하락하는 등 손실 징후 발생 시 적시에 재무제표에 반영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또 투자자 보호장치를 강화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손실 발생 이후 담보, 보증, 보험 등 각종 투자자 권리 구제장치가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는지 재확인하라는 당부다. 

판매 과정에선 상품 심사와 위험 고지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프로세스를 재정비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거액 펀드를 개인투자자들에게 나눠 판매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공모 규제 위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내부통제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금감원은 만기연장 등 특이 동향에 대해서 일일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충당금 설정, 부동산 익스포져 평가의 적정성 등을 수시로 점검할 방침이다. 더욱이 리스크 관리가 취약한 증권사로부터는 별도 관리방안을 제출받고 CEO 개별 면담을 실시하는 등 집중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황 부원장보는 "그간 증권업계가 부동산 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잠재 리스크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만 접근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리스크 관리 방식을 보다 정교하고 세련되게 전환해 달라"고 말했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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