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총선 무대책’ 딱하다[시평]
총선은 국가 진로 토론할 기회
8개월 남짓 앞인데 정치싸움뿐
민주당은 괴담 전략 구사할 듯
집권당엔 구체 전략조차 없어
한동훈 차출 등 정치공학 난무
대전환기 3대 개혁 설득해야
급격한 저출산·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으로 우리 사회는 대전환기에 서 있다. 경제활동인구는 물론 총인구가 줄어들고 인공지능(AI)을 장착한 로봇이 노동을 대신하면서 근본적인 경제·사회 구조 개혁이 불가피해졌다. 국제적으로는 세계 현안을 다루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대통령이 연거푸 초청되는 등 세계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위상과 역할도 급등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은 새로운 출발점이 돼야 한다. 대전환 시대에 필요한 사회의 구조 개혁 방향을 놓고 범국가적 논의를 통해 합의점을 끌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의 대응은 여전히 안일한 무대책이거나 타성에 젖은 정치싸움에 몰두하는 등 기대와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일본 후쿠시마(福島)원전 오염처리수 방류를 정치적 쟁점으로 만들고 있다. 또다시 국민을 자극해 내년 총선에서 지지를 얻으려는 괴담 전략을 구사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는 방류수가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리라 예측한다. 덧붙여 방류 과정이 계획대로 엄격히 진행되는지, 다핵종제거설비(ALPS)가 문제없이 성능을 유지하는지 지속적인 관찰과 검증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 민주당 인사는 명확한 근거도 없이 보고서에 일본의 정치적 개입이 있었다며 과학·기술적 사안을 정치적 진영론으로 몰아간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전한 처리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아시아와 세계가 함께 풀어야 할 공동 과제다. 그것이 G8로 부상하는 한국이 가져야 할 적절한 시각이다. IAEA가 잘못된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식의 근거 없는 주장은 국제적으로 국격을 떨어뜨리는 자충수일 뿐이다. 인류의 안전과 공동 번영을 선도하면서 동시에 국익을 추구해야 하는 글로벌 코리아의 새로운 위상에 걸맞은 외교적 접근이 요구된다.
한편, 국민의힘의 지금껏 태도는 총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전략을 구사하는 민주당에 비해 무대책에 가깝다. 몇몇 의원 겸직 장관을 당으로 복귀시키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차출해 격전지에 내세운다는 식의 정치공학적 접근만 무성하다. 대전환 시대에 직면한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목소리는 없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교육·연금 개혁의 성공을 위해 선출된 김기현 대표 체제는 개혁 추진 방향에 감감무소식이다. 3대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여당에 과반수 의석을 몰아 달라는 공허한 호소가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을 리 없다. 3대 개혁의 방향이 모호하고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3대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급격한 저출산·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대전환의 맥락에서 2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정책 대안을 구상해야 한다.
첫째, 저출산의 원인인 아이를 적게 낳겠다는 선택이 개인이 아니라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노동시장과 치열한 입시경쟁 및 높은 사교육비 부담에 있다고 보는 시나리오다. 그렇다면 3대 개혁을 통해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사회제도와 환경을 만드는 일이 정책 과제가 될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현상 유지를 위한 시나리오다. 둘째, 우리 삶의 방식과 취향의 변화로 저출산·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사회적 흐름임을 인정하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시나리오가 있다. 따라서 저출산·고령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변화를 추동하고 뒷받침하는 것이 노동·교육·연금 개혁의 과제가 된다. 소수 정예의 인구가 월등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교육 체계가 필요하다. 또한, AI가 줄어든 노동 인구를 대신함과 동시에 노동력이 풍부한 해외 생산기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글로벌 생산 전략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틀에서 정년 연장도 불가피할 것이며 그에 맞도록 연금제도와 건강보험도 다시 짜야 한다.
현상 유지와 대전환 시나리오 중 무엇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괴담 정치, 진영 논리로는 대전환 시대를 준비할 수 없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긴 안목에서 실효성 있는 대안을 준비해 치열한 정책 대결을 벌이는 게 여야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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