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회사까지 차린 中 CATL...세계는 ‘광물 무기화’ 거센 바람
매장량 1위 칠레는 광산 국유화
국내기업, 공급망 다변화 총력
글로벌 배터리 1위 기업인 중국 CATL이 광산회사를 건설하고, 중국 내 리튬 광산 2곳에 입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핵심 원자재인 리튬 공급망을 장악하기 위해서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며 리튬에 대한 국유화 바람이 거세지는 가운데 배터리 업계의 원자재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중국 현지 매체 더페이퍼에 따르면 CATL의 자회사 쓰촨스다이는 최근 쓰촨성 마얼캉시에 3억위안(약 525억원)을 출자해 ‘마얼캉스다이광산회사’를 설립했다. 마얼캉스다이는 광산 자원 탐사, 금속 및 비금속 광산 자원 지질 탐사, 신소재 기술 연구개발, 광물 선광 및 가공 등이 주요 업무다.
CATL이 광산회사를 설립한 이유는 최근 중국 천연자원부가 쓰촨성 마얼캉시와 인근 진촨에 있는 리튬 광산 두 곳에 대한 탐사권을 이전한다고 발표하면서다. 두 곳의 광산은 상당한 리튬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ATL이 그동안 호주, 칠레 등 리튬 매장량이 많은 해외 광산에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리튬을 확보했다면 광산회사를 설립하면서 리튬 채굴 및 판매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CATL은 올해 초 확보한 막대한 리튬을 바탕으로 글로벌 완성차 제조업체들에 제품 가격을 대폭 깎아주는 정책도 벌이기도 했다. 향후 업계 전반에 가격 인하 파장이 확산될 수도 있는 셈이다.
리튬은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금속으로 알려져 있다. 은백색을 띠고, 검은 석유를 대체할 재료란 의미에서 ‘하얀 석유’로 불린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원가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양극재의 핵심 광물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약 66%가 칠레와 호주에 집중돼 있다. 이어 아르헨티나(10%), 중국(7%) 순이다. 중국은 매장량은 4위이지만, 전 세계 리튬 제련 1위 국가다. 전체 리튬 화합물 생산의 약 65%를 담당한다. 세계 각국에서 채굴된 리튬이 인건비가 낮고 생산비가 저렴한 중국으로 운반된 뒤 화합물로 제련, 다시 세계로 판매되는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해외 리튬 광산에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라이스태드 에너지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최근 2년 새 45억달러(약 6조원)를 투자해 남미·아프리카 지역에서 20개에 달하는 리튬 광산 지분을 확보했다. 중국 기업들이 투자한 광산 개발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2025년 전 세계 리튬 공급량의 3분의 1을 중국이 담당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올해 들어 매장량 1위인 칠레가 리튬산업 국유화를 선언하는 등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향후 리튬 확보 전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멕시코,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등도 리튬 보호에 열을 올리고 있다.
리튬은 수급 불일치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품목이기도 하다. 리튬 생산은 1~2년 단위로 계획하고, 광산 개발에만 4~7년이 소요된다. 반면 수요는 단기적으로 등락이 심하다. 그동안 여러 차례 공급 과잉과 부족이 반복됐다. 세계 배터리 기업들이 안정적인 리튬 공급망을 확보하는 데 열을 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에 대한 리튬 의존도가 높아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이 주요 과제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대중국 리튬 수입 비중은 2020년 47%, 2021년 59%, 2022년(1~7월) 64%로 해마다 늘고 있다.
이에 국내 배터리·소재 업체들은 외국 생산 업체에 직접 지분을 투자하거나 대량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리튬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7일 칠레 SQM과 7년간 10만t 규모의 리튬 장기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전기차 200만 대 이상의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는 물량으로 리튬 단일 구매 계약으로는 최대 규모다. 지난해에는 독일 벌칸에너지, 미국 컴패스미네랄 등과도 리튬 확보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SK온도 지난해 칠레 SQM, 호주 레이크리소스, 글로벌 리튬 등과 리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포스코홀딩스는 리튬 선제 확보를 위해 2018년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를 인수하고 지난해부터 아르헨티나 현지에 2만5000t 규모의 염수 리튬 1단계 상·하공정을 건설 중이다. 지난달 2단계 상공정도 착공했다. 2030년까지 리튬 생산능력 42만3000t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김지윤 기자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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