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외 장소에서 합법적 영화 상영 하려면...1인 1관 시대 열겠다는 이 회사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2023. 7. 2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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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엔알, 필름뱅크미디어 한국 공식 라이선스 획득
극장 외 장소에서 합법적 영화상영 길 열려

“중후장대한 시설장치 사업에 머물렀던 영화 상영업을 디지털로 전환하면 아무도 닿지 못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입니다.”

‘1인 1영화관’ 시대를 열어 영화업계 에어비앤비가 되겠다는 국내 스타트업 알엔알의 꿈이 현실화하고 있다. 세계적인 콘텐츠 라이선스 회사인 필름뱅크미디어(Filmbankmedia)의 공식 라이선스를 획득하면서다.

20일 스타트업 업계와 콘텐츠 업계 등에 따르면 필름뱅크미디어는 최근 알엔알에게 한국에서의 상영권 허가 라이선스를 승인했다.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필름뱅크미디어는 다양한 영화, TV 콘텐츠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워너 브라더스, 소니픽처스, NT 디지털파트너스의 합작법인으로 할리우드, 독립영화 스튜디오와 배급사를 대표해 가정이나 영화관 이외의 장소에서의 영화 상영을 허가한다. 상영 권한을 받으면 학교, 교회, 아파트 주민센터, 지역 마을 회관 등의 공공시설, 기업 내 시설, 야외상영 등 영화관 이외의 장소에서 필름뱅크미디어의 라이브러리 영화 상영이 가능하다.

필름뱅크미디어가 보유한 콘텐츠는 1만 2000여편에 달한다. 헐리우드 스튜디오의 주요 개봉작부터 예술영화, 고전영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국내 미개봉작까지 다양한 라이브러리를 보유하고 있다.

라이선스 획득, 어떤 의미?
영화관이나 가정 이외의 장소에서 영화 및 콘텐츠를 상영하려면 반드시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영화의 경우 배급사를 통해 상영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허가 없이 상영할 경우 저작권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영화관이 아닌 곳에서 합법적으로 영화를 상영하려면 권리를 가진 배급사 또는 한국 영화배급협회 같은 저작권 신탁 관리 단체에 문의를 해야 한다. 이 방법은 복잡하고 번거로워서 일반인이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상영권 허가 라이선스를 획득한 알엔알은 필름뱅크미디어사로부터 영화관과 집 이외의 장소에서의 상영에 대한 공식 파트너가 된다. 이에 따라 씨네라이트(cineright) 서비스를 통해 영화 상영에 대한 승인을 대리하고 비용을 과금하게 된다.

특히 아파트 커뮤니티센터처럼 주민 거주시설에 위치한 커뮤니티 공간에서의 상영, 기업에서의 상영, 학교에서의 상영 등 3개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장소에 대해서는 알엔알이 독점권을 갖게 된다는 설명이다.

석민철 알엔알 대표는 “여전히 많은 사용자가 여전히 영화관과 집 이외의 장소에서의 상영(Non-Theatrical Distribution) 서비스를 쉽게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현재 국내 시장 상황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동안 복잡했던 저작권자로부터의 영화 상영 허가를 쉽고 편하게 제공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만큼 더 많은 고객이 영화와 콘텐츠 상영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시장을 열겠다”고 밝혔다.

영화업계 ‘에어비앤비’ 되겠다고?
CJ CGV 공채 1기 출신 석 대표가 창업자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과도한 유형자산 투자를 요하는 기존 멀티플렉스 사업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석 대표는 “극장은 중후장대 산업으로 막대한 투자비와 운영비를 지출하고 있고, 하나의 상영관을 늘릴 때마다 과도한 자본과 고정비가 소요된다”며 “그 결과 극장 산업 승자는 콘텐츠와 관련없는 부동산 소유자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엔알은 비스포크 영화관인 ‘모노플렉스’를 통해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모노플렉스는 대규모 공간에 건설되는 멀티플렉스와 달리 적은 비용으로 유휴 공간에 소규모 상영관을 만들고 상영 영화까지 배급하는 올인원 솔루션이다. 아파트 커뮤니티센터, 호텔, 카페, 레스토랑 등이 고객이다. 지난 3월 ‘디에이치자이개포’ 커뮤니티 시설에 연 ‘디에이치시네마’가 대표적이다. 석민철 모노플렉스 대표는 “커뮤니티 시설이 진화함에 따라 아파트 내 영화관 구축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모노플렉스가 디에이치자이개포 커뮤니티 시설에 조성한 영화관의 실제 모습. <모노플렉스>
‘다양한 공간, 다양한 가치에 스크린 문화를 더한다’가 모노플렉스의 모토다. 어떤 영화를 볼지 정한 뒤 주변에 가까운 대형 영화관을 찾는 게 아니라, 어떤 공간에 갈지 먼저 정한 뒤 영화 콘텐츠를 고르는 ‘공간 중심의 영화 문화’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막대한 투자금이 들어가는 영화산업에 디지털을 접목해 ‘상영관 대중화’ 시대를 열겠다는 알엔알의 도전에 정보기술(IT)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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