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플랫폼 댓글창은 ‘차별·혐오’ 전쟁터

2023. 7. 2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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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댓글) 달며 놀아요.'

이 교수는 "이 때문에 포털이 댓글 창 폐지를 비롯한 실험적인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반면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포털 뉴스 댓글은 이용자들이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기사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며 "이러한 기능을 포기하고 아예 댓글 창을 폐지해버리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사회를 위해 도움이 될지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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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오픈서베이 공동 인식조사
고질적인 악플에 여론조작까지
10명중 4명 “포털뉴스 리플 폐지”
양대포털은 ‘정화 작업’ 진행중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리플(댓글) 달며 놀아요.’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2003년 내건 광고 문구다. 20여 년 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된 ‘댓글 달기’는 하나의 놀이이자 문화로 발전했다. 이듬해 네이버는 처음으로 뉴스에 댓글 기능을 도입했다. 초반엔 ‘여론을 보여주는 창(窓)’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지만 불과 몇 년 만에 고질적인 악플 문제가 불거졌다. 여기에 여론 조작 문제까지 겹치며 어느새 댓글 창은 전쟁터가 됐다.

헤럴드경제는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와 함께 ‘포털 서비스 댓글 관련 인식 조사’를 진행해 포털 뉴스 댓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인했다. 설문 조사 결과, 10명 중 4명 이상이 포털 뉴스 댓글 폐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50대 남녀 1000명을 통계청 인구 비례에 맞춰 할당 추출해 진행했으며, 표본 오차는 신뢰 수준 80%에서 ±2.03%포인트다. ▶관련기사 4면

이용자는 차별과 혐오 표현이 난무하는 댓글에 피로감을 호소하면서 “아예 댓글 창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포털 뉴스 댓글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대와 30대가 40대, 50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혐오·차별 표현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도 골칫거리가 된 댓글에 ‘메스’를 댔다. 하루 댓글 작성 수를 제한하고, 댓글 작성자 이력을 공개하고, 댓글 창 도배 방지 시스템을 도입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댓글 필터링 등 수십 차례 댓글 서비스를 개편했다. 2019년 가수 설리와 구하라 등 유명인이 연달아 악플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자 아예 연예·스포츠 댓글 창을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포털의 댓글 ‘정화 작업’은 현재 진행형이다.

양대 포털은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긴장의 끈을 바짝 죄고 있다. 주요 선거 때마다 포털 댓글이 여론몰이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만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전 조치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악플러’의 이용 정지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카카오는 다음의 뉴스 댓글을 실시간 채팅 방식으로 바꿨다. 사실상 댓글 창을 없애는 실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재국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한국의 댓글 문화는 2000년대부터 포털을 중심으로 성장했고, 포털은 이용자를 끌어들여 상업성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몇 년 사이 포털이 몸집이 키우면서 사업을 다각화했고, 이제는 댓글 창 없이도 매출 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 때문에 포털이 댓글 창 폐지를 비롯한 실험적인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반면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포털 뉴스 댓글은 이용자들이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기사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며 “이러한 기능을 포기하고 아예 댓글 창을 폐지해버리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사회를 위해 도움이 될지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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