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앞둔 롯데손보, 손보사 성장에 인수전 흥행 예고
대형사 독주해 인수 효과 제한적 의견도
실적 부진·퇴직연금 이탈도 풀어야 할 과제
최근 손해보험사들의 수익이 증가하고 주력 사업의 수익성도 개선되면서,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 내 ‘최대어’로 꼽히는 롯데손해보험의 몸값이 뛸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특히 비은행 계열사의 경쟁력 확보를 노리는 금융지주사들이 롯데손보 인수전에 참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변수도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일부 대형사들이 과점하고 있는 손해보험 시장에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롯데손보의 인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매력적인 매물이기는 하지만,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제시될 경우 인수 후보들이 발을 뺄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 보험사 M&A 큰 장…관심 1순위 롯데손보
20일 보험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거나 이르면 올해 말부터 나올 가능성이 큰 회사는 4~5곳이다. 이미 KDB생명이 지난 12일 하나금융지주를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본입찰을 앞두고 있고 MG손해보험도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여기에 롯데손보와 ABL생명, 동양생명 등도 곧 매물로 나올 예정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회사는 롯데손보다. 다른 매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데다, 생보사에 비해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손보사라는 점이 인수 후보자들로부터 관심을 받는 이유로 꼽힌다. MG손보의 경우 시장에서 비중이 미미한 데다, 금융 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있어 매각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현재 지주사 가운데 유일하게 보험 계열사가 없는 우리금융과 손보사 경쟁력 강화를 노리는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이 롯데손보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최근 생보사들이 저출산·혼인 감소 등에 따른 사회구조 변화로 신규 계약이 줄어 어려움을 겪는 반면 손보사들은 상해·질병 보장 상품 등에 대한 가입률이 늘면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주력 상품인 자동차 보험의 경우 최근 손해율까지 눈에 띄게 개선되면서 올해 순이익이 더욱 늘 것으로 관측된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를 비롯해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등 주요 손보사들의 올 상반기 자동차 보험 손해율은 70%대를 기록했다. 손해율은 가입자로부터 거둬들인 보험료에서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뜻하는데, 손해율이 80%를 밑돌면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롯데손보 역시 올해 상반기에 자동차 보험 손해율이 79.1%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 대형사가 독주하는 손보업계…인수 효과 ‘의문부호’
그러나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롯데손보의 인수 경쟁이 과열돼 가격이 크게 오를 가능성은 작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M&A 시장에서 거론되는 회사 중에서는 인수 후보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매물이지만, 웃돈을 주면서까지 인수에 매달릴 만한 가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손보업계는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메리츠화재 등 대형 5대 손보사들이 과점 체제를 이루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내 손보사들의 전체 순이익은 2조5000억원을 기록했는데, 5대 손보사들은 80%가 넘는 2조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삼성화재의 경우 1분기 순이익이 6133억원에 달했고, 메리츠와 DB도 4000억원을 넘었다. 반면 롯데손보는 같은 기간 순이익이 794억원에 그쳤다.
게다가 보험업은 다른 금융 업종에 비해 오프라인 영업망이 실적과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한화생명과 흥국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이 판매대리점(GA) 자회사들을 세우고 덩치를 키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손보업계 순위 10위권에 간신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롯데손보의 경우 오프라인 영업망도 상대적으로 빈약해 단기간에 인수 효과를 누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 실적 부진·퇴직연금 이탈도 위험 요인
최근 몇 년간 실적이 계속 부진했다는 점도 롯데손보가 고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롯데손보는 지난 2019년 롯데그룹의 지주차 체제 전환 과정에서 매물로 나왔고 사모펀드(PEF)인 JKL파트너스가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인수 첫해인 2019년 512억원의 손실을 본 데 이어 2020년에도 24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21년에는 부동산 등 자산 매각을 통해 1199억원의 이익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다시 631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매출에서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던 퇴직연금 사업에서의 자금 이탈도 고민거리다. 롯데손보는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퇴직연금을 거의 독점적으로 위탁을 받아 운용해 왔지만, PEF로 주인이 바뀐 후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최근 장기 보장성 보험의 판매 비중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기존 대형사들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손보사 인수에 대한 금융지주사들의 관심이 커 롯데손보 인수전은 어느 정도 흥행 성공이 보장돼 있는 건 맞다”면서도 “인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제한적이라 금융지주사를 포함한 인수 후보자들이 과도하게 높은 가격을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李 ‘대권가도’ 최대 위기… 434억 반환시 黨도 존립 기로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TSMC, 美 공장 ‘미국인 차별’로 고소 당해… 가동 전부터 파열음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5년 전 알테오젠이 맺은 계약 가치 알아봤다면… 지금 증권가는 바이오 공부 삼매경
- 반도체 업계, 트럼프 재집권에 中 ‘엑소더스’ 가속… 베트남에는 투자 러시
- [단독] 中企 수수료 더 받아 시정명령… 불복한 홈앤쇼핑, 과기부에 행정訴 패소
- 고려아연이 꺼낸 ‘소수주주 과반결의제’, 영풍·MBK 견제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