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지금도 12시간 매장 지키며 쪽잠 자는데”… 최저임금 인상에 편의점주 울상

양범수 기자 2023. 7. 2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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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대신 부부가 12시간씩 교대로 매장 지키며 쪽잠
인건비 오르는데 매출은 줄어... 폐점 건수 증가세
전국 편의점 5만4000여곳...출점 경쟁에 포화
가맹본부, 폐기 지원금 늘렸지만 전기요금 지원은 끊어
가맹본부는 최대 수익...인건비·전기요금 부담은 점주 몫

“지금도 부부가 교대로 나와 운영을 하고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끔 쓰던 아르바이트마저 쓰기가 더 부담스러워졌어요. 야간 운영을 하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인데, 야간에도 운영하는 매장들은 더 큰 문제일 겁니다.” - 서울 종로구에서 6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미숙(57)씨

내년도 최저임금이 현행(9620원)보다 2.5% 오른 9860원으로 결정되자 편의점 점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은 매년 오르는 최저임금에 아르바이트 채용을 줄이면서 대응하고 있지만, 편의점 수 증가와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지역에선 문을 닫는 곳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오후 경기 수원의 한 편의점의 모습. /양범수 기자

경기 수원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강정우(30)씨는 “물가가 오른 만큼 매출이 오르지도 않았고,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매출은 떨어졌는데 인건비가 오른다고 하니 부담이 크다”면서 “계산을 해보니 인건비가 월 30만원 정도 더 오르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달에는 적자를 봐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가져갔는데, 비수기인 겨울이 되면 주말에 쓰던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고 가족들이 나와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인근 주택가에서 2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는 50대 김모씨는 “남편이 퇴직하고 점포를 냈는데, 아르바이트생을 쓰면 수익이 남지 않아 주 7일 12시간씩 교대로 나와 매장을 지키고 있다”면서 “일주일에 하루라도 쉬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해당 매장 계산대에는 소파가 놓여 있었는데, 손님이 없는 야간에 쪽잠을 자기 위한 것이라고 김씨는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도 “지금도 힘들다”면서 “아르바이트생을 4명 정도 쓰고 있는데 매출이 거의 인건비로 다 나간다”고 말했다.

◇ 출점 속도 줄고 폐점 늘어… “지원비 토해야 하는데 오죽 힘들면 접겠나”

20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주요 편의점 5곳(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의 점포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이들 편의점 점포 수는 5만3866개로 전년 대비 6.04% 늘었다. 2021년(6.53%), 2022년(6.21%) 증가율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업계에서는 가맹본부의 출점 경쟁으로 편의점 수가 늘고 있긴 하지만, 시장이 포화상태로 접어든 데다 운영 비용이 계속 올라가면서 창업자들의 진입이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진입 장벽이 낮다는 이유로 신규 점포가 계속 생겨나고 있지만, 그만큼 점포당 매출 등은 하향 평준화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포화상태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출점 경쟁으로 점포당 매출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의 경우 2019년 가맹점사업자의 연평균 매출이 6억6523만원이었던 반면 2021년에는 6억2053만원으로 6.7% 줄었다.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세븐일레븐도 같은 기간 매출액이 1.5% 줄어든 4억7480만원, 미니스톱 역시 6.6% 줄어든 5억5162만원을 기록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0.7% 늘며 5억9400만원으로 나타났고, 이마트의 이마트24는 4억2248만원으로 3.73% 늘었다.

상황이 이렇자 편의점 가맹 계약 종료·해지 건수도 늘고 있다. 주요 편의점 업체의 가맹 계약 종료·해지 건수는 2019년 2180건에서 2021년 2929건으로 34.4% 늘었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편의점은 특성상 진입은 쉽지만 나가기는 어려운 구조”라면서 “점포만 얻으면 본사에서 상품 구성, 인테리어까지 다 해주지만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지원받은 비용을 모두 토해내야 해 장사를 접기 어려운데, 오죽 힘들면 계약 해지가 늘어나겠냐”고 했다.

그는 “인건비와 수도·전기 비용까지 다 올라가면서 이런 상황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 “점주 부담 덜자” 가맹본부 상생안에도 역부족… 본부 이익은 최대

편의점 가맹본부들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한 가맹점주의 부담을 덜기 위해 다양한 상생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GS25는 오랜 기간 판매되지 않은 상품을 반품할 수 있는 재고처리 한도를 연간 102만원으로 늘렸고, 근무자 긴급 구인 및 채용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구인 플랫폼 제휴 업체를 확대해 운영한다.

CU도 간편식사, 디저트, 냉장 안주 등 41개 품목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폐기 지원 금액을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늘렸고, 신상품을 도입할 경우 월 최대 15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점주들은 가맹본부의 지원이 더 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매출이 크지 않아도 본사의 지원을 최대한 받기 위해서는 야간 운영을 해야하는데, 인건비 부담 증가에 더해 본사의 전기요금 지원 등도 줄거나 없어져 실제 지원은 줄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점주들이 24시간 운영을 하지 않는 경우 본사와의 수익 배분에서 가맹점수수료가 5%까지 줄어든다. 또 가맹 본부가 지원하는 각종 지원금 역시 운영 시간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한 편의점 점주는 “5년째 운영을 하고 있는데, 2년 전부터는 본사에 도저히 야간 운영을 못하겠다고 해 새벽 1시까지만 운영하고 있다”면서 “본사에서 지원이 있다고는 해도 역부족”이라고 했다.

다른 편의점 점주도 “본사는 매년 매출도 늘고 영업이익도 나고 있지 않느냐”라며 “야간에 운영을 해도 인건비와 전기요금 등은 모두 점주 몫이라 운영을 안하는 것과 차이가 없다. 지원이 늘어났으면 한다”라고 했다.

점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지만, 상품 공급과 가맹료로 수익을 올리는 편의점 운영사들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GS리테일의 편의점 사업 부문 매출액은 7조7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191억원으로 2% 증가했다. BGF리테일은 지난해 매출이 7조5778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2492억원으로 26% 늘었다.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의 지난해 매출은 4조7892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4억원으로 554%나 증가했다. 이마트24는 지난해 매출이 2조1181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늘었고, 4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흑자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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