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 싹쓸이 누가했나 봤더니…“집없으면 고생” 놓치지않은 30대 [매부리레터]

이선희 기자(story567@mk.co.kr) 2023. 7. 2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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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낙폭이 컸던 경기도 동탄신도시 화성시는 부동산 값이 빠르게 회복됐습니다. <이승환 기자>
“중학생때 아버지께서 집을 파신 후 우리 가족은 매번 이사를 다녀야했어요. 부모님께서는 오르는 전셋값 마련하시느라 항상 힘들어하셨어요. 그런 모습을 보고 자라서그런지 저는 돈을 벌면 꼭 내집마련부터 하겠다고 생각했죠.”

올해 초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서울 강동구에서 8억원대 20평형 아파트를 매수했습니다. 김씨는 “여자친구와 ‘내집 마련은 빠를수록 좋다’고 항상 얘기했었다. 올초 집값이 떨어졌을때 용기내 매수했다”고 했습니다.

대기업 맞벌이 부부인 박모씨는 지난달 경기도 화성 동탄에 첫 내집 마련을 했습니다. 박씨는 “서울에서 경기도 외곽으로, 거기서 더 외곽으로 밀려나는 부모님을 보면서 내집마련은 필수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금리가 부담이었지만 특례(보금자리대출)로 우선 내집마련을 했다”고 했습니다.

베이비부머들의 자녀 ‘에코 부머’들이 부동산 시장 큰 손으로 떠올랐습니다. 에코부머는 72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의 자녀 세대로 1979년부터 1997년 사이 출생한 20~40대를 말합니다. 대략 1380만명으로 ‘Y 세대’ 또는 ‘밀레니얼 세대’로도 불립니다. 회사의 신입, 대리 혹은 과장 직급인 이들은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 혹은 생애최초 내집마련 제도를 발판삼아 적극적으로 내집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거래 총 3711건 가운데 1286건을 30대가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는 2021년 9월 1505건 이후 20개월 만에 최다치입니다.

다시 돌아온 30대 “대출될때 매수하자”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는 미국발(發) 고금리 여파로 지난해 11월 171건까지 쪼그라들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부동산 경기가 점차 회복되며 올해 3월 1000건을 넘어서더니 5월에는 1200건까지 돌파했습니다.

부동산 호황기 30%대를 유지하던 30대 매수 비중은 집값이 크게 꺾인 지난해 하반기 20%대 초반으로 내렸다가 최근 30%대 중반으로 올라선것입니다. 지난 4월에는 35.2%, 5월에는 34.7%를 기록했습니다.

30대의 매수세에 힘입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2월 이후 15개월 만에 상승 전환해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입니다.

30대들은 집값 하락 분위기를 ‘저점 매수’로 인식하고,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를 이용해 내집마련을 하고 있습니다. 15억원 초과 대출 규제가 풀린데다가, 최대 5억원까지 고정금리로 대출을 해주며 DSR을 보지 않는 특례보금자리론도 있습니다.

이러한 규제완화를 이용해 2030은 집을 사고 있습니다. 생애 첫 주택을 매수하는 20~30대 비중은 올 초 51% 정도였지만 4월 이후에는 55%로 증가했습니다.

취득세 중과와 역전세 리스크로 다주택자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지만, 30대들이 부동산 시장에 ‘신규 수요’로 진입하면서 저가 매물이 소진되고 부동산이 다시 반등세를 보이는 것입니다. 무주택자들인 30대가 정책대출 등 혜택을 이용해서 매수세를 더한 결과입니다.

30대 “내집마련은 필수지만 문제는 자금”
‘에코 부머’세대이자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는 ‘내집마련은 필수’라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올해 2월 조사한 밀레니얼 세대(1989~1995년 출생자를 지칭)의 부동산 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76.4%가 ‘인생에 있어 내 집 마련은 필수’라고 답했습니다. 이들은 첫 내집마련을 하는 적기로 ‘30대 후반’(37.8%)을 꼽았습니다.

‘집은 필수’라고 생각하는 30대는 지난 부동산 상승장때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박탈감을 크게 느꼈습니다. 집값이 오른데다가, 소득에 맞춰 대출을 해주는 DSR 40%룰이 적용되면서 주택매수가 힘들어진 이들은 올해 초 정부가 DSR을 안보는 특례대출을 출시하자 이를 활용해 적극 주택 매수에 나서는 것입니다.

30대 내집마련 돕는 결혼자금 증여 공제 확대에 주목
이에 더해, 30대들의 내집마련을 자극할 또다른 ‘변화’가 대기중이어서 부동산업계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바로 정부가 추진중인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 한도 상향입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세법을 고쳐 현재 5000만원인 증여세 공제 한도를 결혼자금에 한해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성인 자녀나 손주 등 직계비속이 부모, 조부모 등 직계존속으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을 때 1인당 5000만원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이를 결혼자금에 한해 공제한도가 현재의 2~3배인 1인당 1억~1억5000만원으로 늘릴 것이란 전망입니다. 이렇게 되면 부부 합산으로는 2억~3억원을 세금 없이 증여받을 수 있는 셈입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집값이 10억인 시대에, 양가 부모님으로부터 3억원을 받은 부부는 이를 발판삼아 내집마련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 둔촌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 부모들의 걱정은 자식들의 내집마련이다. 둘이 벌어서 집 사기 힘들지 않느냐”면서 “결혼자금 공제 확대되면 아무래도 자식들 집 사는데 도움주는 경우가 많지 않겠냐”고 전망했습니다.

서울 잠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30대가 신규로 들어와줘야, 그집을 판 사람들이 강남, 중대형으로 갈아타기 수요로 이어지는 것”이라면서 “잠실 급매는 30대후반, 40대초반 손님들이 많이 담아갔다. 3040대는 향후 소득이 증가할 사람들이고, 좀더 적극적으로 투자한다. 결국 이들의 움직임이 실수요장을 결정짓는다”고 했습니다.

30대 신혼부부는 전세 시장과 매매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신규 수요’입니다. 부동산 시장이 30대들의 움직임이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부동산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는 매부리레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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