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아암 환자들, 서울 안 가도 치료 받을 수 있다”
경기·충남·호남·경북·경남권 선정
”지역 맞춤형 지원 체계 마련”
“응급실 근무해도 인간다운 삶 살수 있게”
#부산에 사는 올해 8살인 김모 군은 지난 5월 29일 경남 양산 부산대 병원에서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김군의 부모는 질환과 치료 방법에 대한 설명을 주치의에게 들었는데, 응급실 초진 이후부터 병동 입원 중 회진, 골수 검사 후 진단까지 소아청소년과 교수 단 한 명만 만날 수 있었다. 검사를 받는 이틀 동안 병원에서는 ‘야간 당직 의사가 어린이 병원 전체를 담당하느라 바쁘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김군 부모는 백혈병 진단을 받은 지 사흘 만인 5월 31일 서울의 병원으로 옮기기로 했다.
정부가 김군 사례처럼 지방에 사는 소아암 환자들이 서울로 가지 않고도 체계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을 내놨다. 전국 5개 권역별로 거점병원을 선정해 육성하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충남대병원(충남)과 화순전남대병원(호남), 칠곡경북대병원(경북), 양산부산대병원(경남), 국립암센터(경기)를 권역별 거점병원으로 육성한다고 밝혔다.
이들 거점병원은 정부가 이미 지정한 지역 암센터와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가운데 소아 혈액 종양 전문의가 있어 조혈모세포 이식이 가능한 병원이다. 소아암 진단부터 항암치료, 조혈모세포이식과 후속 진료까지 가능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만에 하나 이들 지역 거점병원에서 치료가 고난도인 중증 외과 수술과 양성자 치료기 같은 첨단 장비 항암 치료가 필요하다면 수술팀을 갖춘 수도권 병원이나 양성자 치료기를 보유한 국립암센터에서 치료한 후 다시 지역 거점병원으로 옮겨 후속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한다.
백혈병 같은 혈액암은 소아암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매년 1300명 정도가 새로 진단을 받는다. 소아암의 5년 생존율은 86.3%로 전체 암 71.5%보다 높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만 받으면 정상적인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다만 진단 후 완치까지 1~2년간 집중 치료가 필요하다보니 학교생활이 어려워 불편함을 겪는다.
하지만 정작 소아암 진료를 위해 수련을 마친 소아 혈액 종양 전문의는 전국적으로 69명에 불과하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 자체가 급감하는 상황이어서 소아암 분야에선 인력난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이번에 지정된 거점병원은 소아 혈액 종양 전문의를 중심으로 병동 촉탁의를 2~3명 신규 채용하는 한편, 소아 감염과 소아 내분비 같은 다른 소아과 분야 전문의와 협력하고 지역의 타 병원 소속 전문의가 진료에 참여하도록 하는 등 소아암 전담 진료팀을 꾸려 운영하게 된다.
각 거점병원에 따라 전문인력 활용 형태는 병원 내 전담팀 구성 진료체계, 지역 개방형 진료체계, 취약지 지원체계 등 3가지로 나뉜다. 병원 내 전담팀 구성 진료체계는 소아 혈액 종양 전문의와 입원 전담의 또는 촉탁의, 타 분과 소아과 전문의가 협력하게 된다.
화순전남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 충남대병원은 전문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올해 말 수련이 종료되는 전공의를 촉탁의로 채용하고 현재 근무 중인 입원 전담의와 촉탁의를 진료전담팀으로 합류시킨다는 계획이다.
전담팀에서 소아 혈액 종양 전문의는 외래진료와 조혈모세포 이식에 집중하고, 신규 또는 지원인력을 병동과 중환자실, 응급실에 배치해 소아암 환자에게 안정적인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지역 개방형 진료체계는 지역 내 대학병원 소속 소아 혈액 종양 전문의와 지역 병의원에 근무 중인 소아암 치료경력이 있는 전문의가 거점병원의 진료에 참여하는 모형이다. 칠곡경북대병원은 대구·경북 지역의 영남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등 소아 혈액 종양 세부 전문의로 진료팀을 구성할 계획이다.
취약지 지원체계 모형은 소아암 진료 세부 전문의가 없는 강원도 지역의 대학병원에 국립암센터 소속 소아암 전문의가 주기적으로 방문해 외래진료를 지원하는 형태다. 강원도 내 대학병원은 타지역에서 항암치료 및 퇴원한 지역 소아암 환자에 대해 사후관리 및 후속 진료를 지원하는 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경북대 칠곡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지윤 교수는 “소아암 진료 의사들은 환자 치료를 위해 24시간 상시 대기하는 근무 조건에, 민원이나 법률적 문제, 나아가 구상권 위험도 있다”며 “이런 어려움을 타개하려고 지역 특수성 감안해서 현장에서 세부 전문의들이 연합해서 결의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역 거점 병원들이 (소아암 진료를 위한) 기본적인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서울과 비교하면 (그렇지 못하다)”며 “서울과 유사한 수준으로 지역에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소아암은 인구 감소에 따라 적정한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는 필수 의료 분야”라며 “오는 8~9월 중 소아암을 포함한 보상체계 개편에 대한 추가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차관은 “네트워킹을 활용해서 필수 의료 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겠다”며 “궁극적으로는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세워나가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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